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주변을 둘러보면 살아감을 참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따라 유난히 자신 스스로를 책임지지 않아도 됐던, 누군가에게 마냥 기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막연하지만 되짚어 보면, 우리 삶이 힘들어진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부터다.
지난 몇 년간 출판계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자존감”이다. 주부, 엄마, 여자로서의 자존감, 거대한 조직 안에서 직장인으로 챙겨야 할 자존감, 바삐 살아가야 하는 운명의 현대인이 가져야 할 자존감 등등 사람들은 참 다양한 주제로 자존감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게 자존감이란 사실의 반증은 아닐까.
자존감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내 안의 나를 깨닫고,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존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나 자신은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스스로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실체다. 그러니까 자존감이 낮다는 말은 분명히 존재하긴 하는데 자신의 실체를 찾기 어렵고 곤란해진 상태를 가리킨다.
세상에 자기 존재를 잊는 것만큼 공허하고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존중을 하고 싶어도 존중할 대상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면 우린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 높이는 방법 일 순위는 바로 어딘가에 있을 내 안의 자아 찾기다. 그래서 '자존감' 그러니까 풀어쓰면 '자기 존재감'을 갖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자존감을 '자기 존재감'으로 이해하고, 최우선적인 자아 찾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자존감의 두 번째 의미 해석인 '자아존중감'을 살펴볼 차례다. ‘자아존중감’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자신의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한 자의식을 갖는다. 이어 자신의 자아가 가고 싶어 하는 목표 방향을 신뢰하고 정신이나 신체가 그 뜻에 부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러니까 자존감이 높다는 말은 자신의 자아와 충분히 교류하고, 그 실체 인식을 통해 소통의 통로까지 단련시켰기 때문에 관계의 뿌리가 탄탄 해졌다는 말과도 같다. 그만큼 정신적 에너지가 굳건 해져 남들의 시선이나 생각, 나를 향한 공격적 언행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외부 요인으로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내 스스로 상처를 입겠다고 선택 결정했을 때 뿐이다.
자존감은 일종의 내성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다는 말은 곧 내성이 강하다는 말과도 같다. 우리의 내성이 높을수록 외부 바이러스 침입을 잘 막아내듯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실수나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를 자양분 삼아 크게 성장을 시도한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으면 작은 실수에도 크게 흔들리고, 삶의 근간이 되는 균형까지 무너뜨려 정작 남들은 크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실수에도 수치심을 느끼고 자책하며 어둠 속에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자만은 금물이다.
자존감 낮은 사람이 자존감 높이는 방법은 인내심을 갖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를 아끼고 존중해 나 스스로를 "빛나는 사람"으로 인식해야 한다. 좋은 명품을 둘러 자신이 빛나는 게 아니라 '자체발광', 스스로 자신이 가치 있게 빛나야 한다. 인플루언서라 빛이 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으니까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빛이 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빛만 쫓다가 끝난다.
이 책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든 해법이 너무 '기승전책'이라 조금 그렇지만 경험한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망설이지 말고 자존감 제대로 높이고 싶다면 책 한 권부터 끝까지 읽어 봐라. 아직도 나는 다소 어려워 보이던 처음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마지막 책장까지 덮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뭐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이 느껴졌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난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정체성 인식은 덤이다.
자아 찾기의 핵심은 육체적 나와 태초의 자아 사이를 비집고, ‘생각’ 집어 넣기에 있다. 이전 글에서도 수없이 강조했듯 책을 읽으면 ‘생각’이 생기고, 그 ‘생각’으로 인해 우리 삶이 변하게 된다. 더함 덜함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 ‘생각’의 존재가 자아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리저리 돌려 볼 수 있게 하는 초능력을 준다는 걸 깨닫는 순간 당신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이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안 되는 거란 만고 불변의 진리를 알게 된다.
책은 앞서 가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들은 어떻게 ‘생각’이란 보물을 찾았는지 적어 둔 더없이 소중한 기록물이다. 그래서 우린 꿈과 삶의 멘토를 책에서 계속 찾는다. 지금 내가 삶의 방향을 잃었다면, 같은 고민을 하며 스스로 자기 존재를 찾아간 사람들의 기록들을 읽는다. 그럴 때 비로소 책은 길 떠나는 이의 지도가 되고 나침반이 된다. 하루를 살면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어찌 저절로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책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챙긴다.
갈 곳 몰라 했던 내가 책이란 지도를 통해 방향을 잡았다면,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깨닫는 걸로 끝내선 안 된다. 방향을 잡았으면 가야지 깨닫고 알기만 하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실천이 뒤 따르지 않는 독서는 그래서 죽은 독서다.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우린 주체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의 자세를 늘 견지할 수 있게 된다. 실제 행함으로써 깨달음이 주는 혜택은 눈 앞의 현실이 된다. 이런 보물 지도를 서점만 가면 쉽게 구할 수 있고, 그것도 만 원 조금 넘는 셈만 치르면 된 다니 그저 경이롭고 감사할 뿐이다.
내 생에 가장 값진 선물은 다시 일어 설 수 없을 만큼 망가졌을 때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았던 책이다. 인생의 막장에서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난 숨 쉴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한 쪽씩 한 권씩 나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이후 내 삶의 근간이 되어 나를 변화 시키고 성장시켰다.
삶의 든든한 토대를 다지기 힘들게 만드는 건 눈 앞에 당장 나타나는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묵히 토대를 만들고, 그 위에 층층이 건물을 올리기 시작하면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이때부터 동기는 강화된다. 이건 자존감을 높일 때도 독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언컨대 당장 눈 앞을 가리는 잔가지나 잎사귀에 현혹되지 마라. 인생이란 넓은 숲 안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수두룩 하니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라.
나는 이 순간에도 굳게 믿는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어떻게 걸어 가야 할지 책이 알려 줄 거라고. 책은 애써서 읽어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