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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May 30. 2024

10박 12일 스페인 여행을 마치며

2024년 스페인 가족여행

한국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길

 어느덧 다시 베이징행 비행기 안이다. 10박 12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다. 중간중간 글을 써야지 마음먹었었지만 쉽지 않았다. 부모님을 가이드하고, 여러 업체들(렌터카, 숙소 호스트, 투어가이드)과 소통하고, 거기에 더하여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가져간 옷 중 긴팔 몇 벌만 돌려가며 입었건만 그 와중에 또 딱 하루 기분 낸 날에 목감기가 걸려 밤새 열이 끓기도 했다. 아직 기침이 나지만 12일이 꽤 긴 시간이라 감기의 정점을 지나 이제 막바지다.

 작년 2월 아빠의 환갑을 맞이하여 뉴질랜드여행을 갔었는데 그때에 비해 기간이 이틀정도 더 길어진 것도 있지만 이번 여행은 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우선 전반부 렌트를 하긴 했지만 도시 특성상 주차이슈로 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었고 그만큼 택시, 지하철, 버스와 매우 많이 걸음을 합쳐 체력소모가 많았다. 많이 걸은 날은 36,000보를 걸은 날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살씩을 더 먹으며 오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네타해변, 그라시아 거리까지 정복한 날!



  예산은 최초에 1000만 원, 숙소를 예약하며 1200만 원으로 증액했는데 아마 아직 최종 정산은 못했지만 1100만 원 안팎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최종 정산 결과 969만원이다 유후!) 아직 유로카와의 싸움이 안 끝났지만 질 것으로 예상되나(너무나 경미해서 이번엔 선의로 손실에 대한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유후 2!) 미친 듯이 올라가는 환율에서 이 정도면 선방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우리 아빠는 한번 조금 과하게 시킨 해산물 식당에서 18만 원이 나온 영수증을 보고 희소는 스페인에서 1년을 살려면 10억은 있어야겠다는 농담을 하긴 했지만ㅎ

118유로의 강렬한 기억. 맛있었다!

걱정하던 소매치기도 안 만났고 엄마의 등짝통증과 아빠의 어깨 솟음(일명 날개 달림), 그리고 나의 목감기 빼고는(?)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여행을 마치게 되어 다행이다. 물론 차량에어컨 고장으로 30도 넘는 고속도로를 창문 열고 4시간을 달려야만 했지만 이 정도면 무사고다.

 이번 여행에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알람브라 궁전과 가우디 투어는 필수 투어이기도 하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J의 추천으로 들은 박성준 건축가님과 함께한 세비야 타파스 투어도 정말 유익했다. 4시간 동안 정말 별걸 다 물어보고, 또 거기에 새로운 시각이 담긴 답변이 나오는 시간. 햇반이 떨어진 여행 막바지 바르셀로나 한인마트에서 산 초밥용 쌀 뒷면에는 그 쌀이 스페인 남부에서 생산된 쌀이라고 자랑스럽게 표기되어 있었는데 유럽최대 농작물 생산지인 그곳에 대해 설명 듣지 않았다면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야심 차게 추진해 본 올리브농장 투어도 정말 훌륭했다. 정말 끝없이 펼쳐지는 올리브나무의 올리브들이 어떻게 우리의 식탁까지 오는지를 알게 되는 시간. 그곳에서 올리브유를 더 살걸 벌써 아쉽다. 미리 예약한 것들 중 한 가지 미스였다고 생각되는 건 카탈루냐음악당 공연 예매였다.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1시간 반 비행기 이동후 불과 3시간 후의 공연이었는데 엄마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졸았고 손뼉 칠 때만 일어났다. 나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라서 중간에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동날에는 추가 일정은 잡지 않는 게 맞다.


 
 결혼 후에도 이런 시간을 또 가질 수 있을까? J는 결혼 전 본인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한번 다녀올까 생각이 든다 했다. 이번에 여행중간중간 엄마아빠의 어릴 적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엄마아빠도 나처럼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이었던 순간이 있었다. 아직은 잘 상상이 안되지만 나도 딸보다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커질 날이 곧 올 것이다. 여전히 딸이겠지만 왜인지 벌써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꼭 한 살이라도 어린 시절, 내가 어리고, 부모님이 젊으실 때 더 많이 세상을 둘러봐야지 싶다. 그라시아 거리를 걸으며 다음번에는 비행기는 비즈니스, 호텔은 5성급으로 모실게요!라고 했는데 그럴 수 있으려나!



 출국날 면접을 보러 오라던 회사는 나흘 만에 알앤알이 바뀌었다며 면접보류 메일을 보내왔다. 내 자리가 아닐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노트북을 가져가야 했나 고민하게 한 회사에서도 탈락통보를 받았다. 스페인 여행이 끝났으니 이제 진짜 돈벌이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이 와중에 회사의 존망이 달렸던 땅이 매각불발되어 헐값에 넘어가며 희망퇴직이 실시되었는데 그 프로젝트의 담당이었던 사업팀 팀장이 그 회사의 부장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리멤버로 접했다. 난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사람이지만 이건 뭔가 이상하다. 회사의 대표는 아마 눈이 뒤집혔을 것 같다. 진실은 무엇일까. 더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봐야 할까.

2024.05.26
러시아 상공을 날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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