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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n 04. 2024

스페인 올리브 농장에 가다

2024 스페인 가족여행


너무나 아름다웠던 톨레도를 지나 그라나다로 출발했다. 톨레도에서 그라나다까지는 약 3시간 반 정도가 걸렸는데 그 3시간 반동안 드넓은 카스티야 평야와 네바다산맥까지 끝없는 올리브농장이 펼쳐졌다.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올리브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 양이 월등하여 2위, 3위를 합쳐도 스페인의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밭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올리브 올리브 올리브!


 대다수의 유럽여행이 그렇듯, 스페인 여행도 성당, 교회, 왕궁, 미술관 등 도시를 주로 구경하게 된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그래도 쉼표처럼 자연 여행을 넣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보다 올리브 농장 체험을 알게 되었고 몇 군데 농장에 연락해 일정과 비용이 가장 합리적인 "quaryat dillar"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보통 인당 15유로 전후로 투어와 시음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 내가 간 곳은 비스포크 투어, 그렇니까 우리 팀만을 위해 투어진행이 가능한 곳으로 인당 50유로였다. 비용 때문에 사실 포기할까 생각했었는데 운 좋게 courtesy tour 형식으로 진행을 제안받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투어는 간단한 브랜드 소개 및 올리브 농장 소개(품종, 규모, 생산량, 농사방법), 그리고 올리브오일 생산 기계를 통해 오일이 생산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일이 저장되어 있는 저장창고를 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우선 우리가 간 곳은 약 축구장 140개 정도 규모의 올리브농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큰 농장주는 이곳의 100배 정도의 규모의 농장을 소유한다고!

올리브유는 10월부터 12월 정도까지 생산하는데 10월에 딴 그린 올리브로 생산된 올리브오일이 훨씬 가치가 높고 같은 양의 올리브에서 적은 양이 생산된다고 한다. 향과 맛이 좋아 샐러드용 등 올리브유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용도다. 12월 정도에 수확된 블랙올리브로도 오일을 짜는데 이 경우에는 그린올리브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올리브유를 얻을 수 있지만 향이나 풍미가 떨어진다. 이 올리브유는 흔히 요리용으로 쓰인다. 우리가 좋은 올리브유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엑스트라 버진은 올리브를 따서 처음으로 생산한 올리브유라는 뜻으로 앞서 이야기한 얼리하비스트와 레이트하비스트의 개념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러니 진짜 좋은 오일을 고르고 싶다면 얼리하비스트여부를 봐야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올리브유의 생산 방법이었다. 당연히 압착을 생각했는데 그건 오래된 방식이라고 한다. 요즘 사용하는 방식은 올리브를 깨끗하게 세척 후 가지나 잎사귀 등을 제거한 뒤 씨, 열매를 모두 통째로 갈아 패이스트 형식으로 만든 후 큰 통에 회전시켜 밀도차이로 침전물과 물 그리고 올리브오일로 층을 분리시키고 거기서 오일을 추출한다고 한다. 이게 엑스트라버진 오일이다. 여기서 나온 침전물 중 씨앗은 말려 연료로 쓰고, 그 외의 침전물등은 다른 공장으로 팔려나가 첨가제 등은 더해 한 번 더 기름을 걸러낸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추출된 올리브유는 몇 번의 필터링을 거쳐 오일탱크에 저장되는데 정말 깨끗하고 정갈했다. 놀라운 건 이렇게 올리브가 수확돼서 오일을 뽑고 탱크에 보관되는 데에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리브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동시에 퀄리티가 떨어지기에 신속함이 오일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한다. 축구장 140개 면적에서 1년 동안 생산된 올리브 전체가 단 하루 만에 오일로 변신해 보관되는 것이다!

 빵과 함께 진행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우리는 오일 1/4잔을 온전히 마셔보는 방식으로 시음을 했다. 잔을 손으로 막고 돌려 온도를 높이고 올리브오일 자체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방식. 올리브오일은 3가지로 그 맛을 구분하는데 과일맛(fruity), 매운맛(Spicy), 한 가지 더(잊어버림!)이 그것이다. 품종별로도 맛이 달라 처음 시음한 Arbequina  품종은 부드러운 과일향이 나다가 목에서 넘길 때쯤 칼칼한 매콤함이 느껴졌고 Picual의 경우 좀 더 매운맛이었다. 익숙치 않은 방식에 아빠는 표정이 일그러졌고 엄마랑 나도 조금 당황했지만 진짜를 경험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제품 구매 시간! 우리는 선물용으로 100ml 제품 10개와 집에서 먹을 올리브유 몇 개를 샀다. 최근 3년간 가뭄과 폭음으로 올리브유 생산이 60% 가까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최고품질 오일 15개, 약 4L를 사는데 90유로(한화 13만 원 정도)가 안 들었으니 저렴하게 살 산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온 지금 더 살걸 이라고 조금 후회도 된다.

 한국에서 올리브 농장투어는 관광상품으로 덜 유명하지만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에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하다. 스페인 중에서도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도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하엔 지방이 가장 유명하다. 하엔 중심부의 올리브농장도 좋고 일정을 고려하자면 그라나다에서 가장 가까운 내가 간 이곳도 좋겠다. 투어는 영어 혹은 스페인어로 가능하다. 나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했더니 금세 메일로 회신이 왔다.


https://maps.app.goo.gl/57E6Ufit4za9FE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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