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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n 08. 2024

스페인 유로카, 나한테 왜그래~~

2024 스페인 가족여행

 여행은 설렘과 즐거움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이자 시련이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이상의 작고 큰 문제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번 여행도 피해갈순 없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의 최대 위기는 렌터카였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도 렌터카를 이용했다. 도시 간 이동이 있었기에 차량이동이 필수적이었고 부모님 두 분 모두 운전을 하는 분들이라 버스보단 렌터카가 낫겠다 싶었다. 작년 뉴질랜드 여행 때 렌터카 여행을 하며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렌트를 진행했다. 주차가 좀 걱정되었었지만 숙소 예약 시 주차가 포함된 숙소를 예약하거나 일정 등을 조정하여 최소 비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날짜를 조정했고 결론적으로 나흘정도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차량을 처음 빌릴 때만 해도 너무나 좋았다. 유로카라는 대형 렌터카 회사였기에 차량을 인수하는 과정도 깔끔했고, 차량도 훌륭했다. 편의성(큰 차량)과 운전용이성(작은 차량) 사이에 고민하다 결국 그래도 작지 않은 SUV로 신청했는데 차량의 첫인상이 좋았다. 거의 새 차에 큰 캐리어 세 개가 충분히 들어갔고 USB선을 연결하니 차량 모니터로 구글 네비가 연결되어 따로 거치대를 설치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이런 것들이 외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오토차량도 흔치 않아서 우리는 오토차량을 위해 최소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처음에 트렁크가 안 열리고 시동이 안 걸려서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당자가 와서 곧 해결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톨레도로 달려가며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신이 나 있었다. 에어컨이 좀 덜 시원한가 싶었지만 우리는 몰랐다.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로 돌아올 것인지……


넓직하고 깨끗했던 이클립스.. 근데 에어컨은 왜ㅠㅠ


 여행의 셋째날이자 렌트 이틀차였던 날, 우리는 톨레도에서 그라나다까지 약 3시 반을 운전해야 했다. 오전까지 톨레도를 둘러보고 태양이 가장 뜨거운 12시경에 출발했는데 온도가 30도를 넘어섰고 내리쬐는 태양에 우리의 하얀 이클립스도 점차 뜨거워졌다. 당연히 에어컨은 MAX. 그러나 잘 달리던 차는 왜인지 찬바람은 그렇게 뿜어내지를 못했다. 그 차량에서 A/C는 파란색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켜졌는데 엄마는 그게 파란색으로 켜져야 한다 하고 아빠는 차량안내책자를 확인해 보라 했다. 유저불량일 것이라는 우리 가족의 기대와는 달리 뭘 만져도 에어컨은 시원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A/C 버튼이 가만히 있지를 않고 계속 깜빡댔는데 그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런 하늘을 보며 달렸다. 시속 120km. 에어컨 없음.



 차량이 열을 받아 오히려 차 안보다 차 바깥이 더 시원했다. 문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엄청난 분진과 바람, 그리고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 스페인 고속도로는 아주 일부 구간을 빼고는 속도제한이 없다. 우리는 거의 120km로 달렸는데 창문을 닫기에는 너무 더웠고 열기에는 너무 시끄러웠다. 에어컨은 켜면 미지근한 바람이 소리만 요란하게 나왔는데 아빠는 그게 더 싫다며 송풍기능의 에어컨 마저 껐다. 나는 입었던 카디건을 벗고,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었다. 시차 문제로 밤에 잠을 못 잔 엄마는 뒷자리에서 졸다가 창문이 닫혀있으면 땀에 절어서, 창문이 열리면 그 소음에 잠이 깼다. 운전을 담당한 아빠는 어디든 수리점이 있으면 들어가자고 계속 나를 재촉했다.


 하지만 역시나 가는 날이 장날이다. 토요일 오후 모든 자동차수리업체는 휴무였고 심지어 근처유로카 지점 역시 쉬는 날이었다. 여행자들이 좀 있는 톨레도에서 에어컨 고장을 인지했다면 해당 지점을 방문할 수 있었을 텐데 톨레도와 그라나다 사이에는 관광도시도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전무했다. 심지어 그라나다 지점조차 토요일에는 오후 2시면 영업이 종료되었다. 콜센터에서 도움을 받아보려 했지만 영어안내를 위해서 몇 번을 누르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번호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1~9번까지 다 눌러보고 영어 안내지만 숫자만은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는 건가 싶어 스페인 숫자도 확인했지만 계속해서 막혔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들이 말한 숫자는 star였다. 별표를 눌러달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 렌터카 회사랑도 소통이 안된 것이다.



아부지는 프로다. 그럼에도 바람을 즐겼다.


 스페인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주유소 기능만 있었다. 아빠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말이 안 된다 했지만 사실이었다. 영업을 한다는 수리공을 찾아 일부러 다른 도시로 빠져나와도 받지만 역시나 영업종료였다. 그 동네에 있는 마켓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더위를 쫓았다. 여차여차해서 그라나다 숙소에 도착했고 숙소 호스트, Fransisco가 결국 유로카에 전화해 엄청난 스페인어를 쏟아낸 끝에 다음날 공항지점에서 차량을 교환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예정에도 없던 왕복 1시간 여정 끝에 훨씬 오래되고, 작은 도요타 중형세단 차량을 받게 되었다. (사진도 못 찍었다.)


 차량을 교환하며 기름을 채우지 않고 갔는데 직원이 문제가 없다고 해서 보상안으로 기름값을 안 치르는 건가 했지만 아니었다. 추후 해당 기름값으로 80유로(한화 12만 원)가 청구되었다. 사실 정말 괴로운 4시간이었기에 별도 보상을 받고자 여러모로 유로카와 컨택했지만 차량을 교환해 주는 것으로 본인들의 의무를 다했다는 이야기만 반복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기도 힘들었다. 지점에 문의했더니 유선으로 문의하라고 하고 유선으로 문의했더니 이메일을 보내라 하고. 마치 보상안이 있을 것처럼 안내를 하더니 결론은 보상 못해!이다. 이 건으로 메일을 5~6번 이상 주고받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스페인 유로카 고객센터 이메일은 <es_customerservice@europcar.com>이다.






 렌터카 반납 후 나는 또 어처구니없는 메일을 하나 더 받게 되는데 차량 교체 후 고속도로 운전을 한번 했을 뿐인데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아니할 수도 없었던 1mm 정도의 유리창 손상을 이유로 111유로를 청구한 것이다.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데 손상 위치를 짚은 펜보다는 작은 사이즈에 뭐가 묻은 건 지 손상이 난 건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진이었다. 참지 않고 또 메일을 쓰니 답이 이렇게 왔다.



 “In this case, the vehicle was returned with damages that were not recorded at the beginning of the rental. However, after reviewing your comments as well as the information available in our system, we inform you that in this case, as a gesture of goodwill, none of the proposed charges will be made.”


 해석하자면 차량이 시작과 달리 손상과 함께 반납되었지만 너의 코멘트를 참고하여 이번에만 ‘호의의 표시로’ 특별히 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고대로 비용부과가 되었을 것이다. 유로카에서 나에게 보낸 손상사진을 첨부한다. 이건 거의 사기 아닌가!


손상을 찾으실수 있으시겠나요?...


 렌터카 예약을 준비하며 정보를 찾아볼 때 유럽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는 풀커버리지 보험을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다. 풀커버리지 당연히 좋지만 비용이 문제다. 내 경우에는 비용비교 업체에서 차량을 대여했었는데 약 10만 원 정도가 더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렌터카를 30만 원 후반에 예약했으니 약 25%를 더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와서 유튜브를 보다 보니 유럽에서는 이런 식으로 렌터카회사에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처럼 적극적으로 소명을 하지 않는 이상 이미 보증금으로 800유로나 결제된 상황에서 100유로씩 빼가는 건 우스운 일이다.


 유럽에서 렌터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참고하시길 바란다. 제일 좋은 건 보험을 드는 것일 테고, 아니라면 반납 시 그 자리에서 문제없음을 확인하는 확인서를 받아오는 것도 좋다고 한다. 나는 영업시간 외 반납이었기에 그것마저 어려웠겠지만. 영어로 항의메일 보내는 것에 도가 튼 나는 그나마 나았지만 사실 이건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그리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냥 당하는 것이다. 파파고나 번역기를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른 분들에게 이런 일이 안 일어나기를, 일어나더라도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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