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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12. 2024

최종 면접에서 은메달을 땄습니다

 이번 주 내내 메일함을 들락날락 했다. 지난주 본 면접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몰랐기에 하루에도 최소 열번 이상 메일이 왔는지를 확인했던 것 같다. 금요일이 된 오늘 오후까지 연락이 없길래 다음주로 넘어가나보다 했더니 수영장 앞에서 혹시 몰라 열어본 메일함에 익숙한 이름의 메일이 한통 들어와있다.


"전형 결과 안내"


 쉼호흡 후 열어보니 "우선,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여..."로 시작한 메일이 들어와있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2:1의 경쟁률이었던 마지막 면접에는 나는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하루종일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내일 친구초대를 위한 케이크를 구우며 오늘 하루도 멋지게 보냈다며 흐뭇했던 기분이 싸악 가라앉았다. 예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어젯밤 꿈에는 입사하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예지몽은 아니었던 어젯밤 꿈...


 수영장에 들어와서도 결과 발표에 대한 생각에 더불어 모두가 쭉쭉 앞으로 나가는 접영 발차기를 하는 와중에 제자리에서 접혔다 펴지기만 하는 나를 보며 짜증이 났다. 선생님이 도저히 안되겠는지 따로 불러 발차기를 알려주셨다. 그 다음엔 앞으로 좀 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꾸역꾸역 한바퀴를 돌고 돌아온 나를 보며 선생님은 따봉을 날리며 "회원님, 수영감이 좋으신데요. 진짜 빨리 익히시네요. 수영 선수해도 되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이틀은 초급반, 삼일은 중급반에서 수강하며 그 중에서 맨날 꼴지 순서를 하는 내가 수영을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냐만은 그래도 그런 칭찬이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수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은 안해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기에. "결과가 나왔는데, 불합격이래"라는 나의 말에 엄마와 아빠는 아쉽지만 그래도 다른 기회가 있겠지라며 날 위로했다. 생각해보면 구직 면접 불합격은 처음인것 같다. 신입때도 서류가 통과된 첫번째 회사에 1차 2차 면접 합격 후 8년을 다녔고 이번 구직활동에서도 이 회사가 나에게 면접기회를 준 첫번째 회사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의 면접 합격률을 따지자면 75% 수준. 1차 면접 합격까지만 해도 100%였는데 소폭(?) 감소했다.


 돌이켜 보면 2차 면접에서는 조금 방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인성면접이 뭐 어렵겟어, 라고 생각한게 가장 크고 나에게 이런 에세이 성의 글쓰기와 달리 자기소개서가 너무너무 어려운 것처럼 오히려 직무 면접보다 인성면접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쓰고 싶은대로,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기 보단 전략적으로 접근이 필요하겠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입사를 시키는데 왜 회사에 있을때 만난 사람들이 항상 베스트가 아니었는지 솔직히 회의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수밖에.


 좋은 소식은 8월까지밖에 못하려나 고민했던 수영을 좀 더 다닐 수 있다는 점과 너무도 적성에 맞고 행복한 이 자기주도적 시간을 더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디서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어제 선재 업고 튀어로 가장 핫한 스타가 된 변우석의 유퀴즈 인터뷰를 보는데 긴 무명 기간이 있었다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오디션(인터뷰)을 보러다니던 사람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오게 될까. 그 순간은 언제일까. 그럴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일단은 2달간 잠정 중단이었던 이력서 집어넣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 동시에 이게 맞는 길일까의 고민도 잊지 말아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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