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면접을 보고 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난 1차 면접과 달리 오늘은 '이제 됐으니 나가보세요'라는 말로 면접이 끝났다. 준비돼있어야 할 답변인 이 업무에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냐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15년 뒤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냐라는 질문의 답변도 만족스럽지 못한 눈치였다. 찜짐하게 회사를 나서며 참 오랜만에 회사원의 요상한 기분, 그것을 느꼈다. 2:1의 경쟁률이라는데 느낌으로는 나를 스쳐 지나간 또 한 명의 남자 지원자에게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꿀꿀한 기분을 헤치기 위해, 프렌치토스트도 해 먹고, 선재와 솔이의 사랑이야기도 보고, 치즈케이크를 굽고, 수영을 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이번 주부터 주 5일 수영을 시작했는데 월화수목금 주 5일 개근을 했다. 아침 10시와 저녁 6시 수업이니 만일 내가 일을 시작한다면 절대 들을 수 없는 시간표다. 평영 발차기를 처음 배웠고 우리 선생님은 무뚝뚝해 보여도 처음치고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오늘도 칭찬을 해줬다. 자유수영날은 그렇게 시간이 안 갔는데 수업은 따라가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이다. 그래, 나에게 이런 시간이 언제 또 오겠어. 오늘 면접 결과는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좋다고 생각하자. 내 인생 다시 오기 힘든 이 시간을 잘 즐겨야지.
면접 후 풀이 죽은 내 목소리를 들은 J는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좋지, 좀 더 여유가 생길 수 있겠네. 걱정 마 희소야"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크로아티아에서 돌아온 엄마는 "면접이 그랬는데 케이크도 굽고, 수영도 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라는 나의 말에 "잘했네!"를 외쳐주었다. 내 주변에는 "괜찮다"와 "잘했다"를 말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지금처럼 내가 건강할 수 있구나 싶다. 세상에 큰일 나는 일은 없다. 지나고 나면 다 괜찮고 또 아빠말대로 문이 하나 닫히면 또 다른 문이 하나 열리는 법이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한편 올리고 나면 오늘 나의 하루는 완벽하다. 결과는 모르지만 최종면접의 2인이 되었고 그 경험이 쌓였다. 꽤 그럴싸한 브런치를 만들고 케이크를 성공적으로 구워냈다. 주 5일 수영 개근을 했고 새로운 영법인 평영을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며 내내 흐뭇했고 이렇게 일종의 감사일기를 적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있을까. 아침의 기분은 잊고 해피하게 자야겠다. 담주에는 더 신나게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