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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21. 2024

새벽시장에서 꽃이 채워지는 꽃집

한 시간 만에 차량청소와 저녁상 차리기를 후다닥 끝낸 엄마는 내일 새벽시장에 다녀와야겠다며 생화실 정리를 시작했다. 다음 주 직원이 나올 때 시장에 다녀오는 게 어떻냐는 내 말에 내일 백송이라고 들어오면 팔 꽃이 없다며 꽃들을 솎아내고 물통을 새로 씻어 담아냈다. 정말 손이 빠른 엄마와 아빠는 척척척 이를 해내더니 생화실이 깔끔해졌다. 내가 보기에는 적어 보이지는 않는 양이었는데 엄마는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이거 봐, 꽃이 많진 않지? 서울새벽시장 가야 한다니까."

 엄마는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시장에 갈 것이다. 서울시장까지 한 시간. 시장을 둘러보는데 한 시간. 돌아오며 광명 관엽시장까지 들렀다 가게에 오면 8시 언저리가 된다고 한다. 시장이야 더 늦게 가도 열려는 있지만 출근시간을 피하려면 더 늦으면 안 된단다. 효율을 위해 잠은 포기한다. 이런 새벽 시장 출근을 일주일 두어 번씩은 하는 것이 엄마의, 꽃가게 사장님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다.

 좋은 꽃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 엄만 매주 새벽 고터 꽃시장으로 향한다. 거기엔 성실함, 자부심, 근면함이 모두 담겨있다. 단골들이야 알지만 네이버리뷰나 카카오리뷰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다. 마치 내가 어려운 일을 해내고 그 가치를 잘 설명 못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이런 이야기를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 브런치에서 이야기하는 건 마치 숲 속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불러보련다.

"여기 매주 서울 꽃시장에서 꽃이 올라오는 꽃집이 있습니다. 싱싱한 꽃을 30년 장인이 솜씨 좋게 포장합니다!"

언제나 남이 몰라 아쉬운 이 진실을 오늘은 브런치에 한번 뱉어본다.
 

오늘 저녁 생화실. 내일은 얼마나 더 예쁘고 싱싱한 꽃들로 채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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