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산책을 하다 떨어진 썩은 박을 깨트려 씨앗을 한 움큼 긁어냈다.
"이걸 심으면 우리 가게에 대~박이 나는 거야."
박씨를 심으면 박이 나는 게 당연하지만, 대박 난다는 아빠의 표현이 참 좋았다. 대박이 열릴 우리 집. 가끔 아빠가 시인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예전에 계절이 바뀌는 시절 아빠의 "바람이 보드라워졌다"라는 표현에도 감탄했었다.
아빠랑 산책을 하면 궁금한 꽃이름을 물어볼 수도 있고, 고기그물도 들춰볼 수 있고, 아빠의 옛날이야기나 전해오는 구전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배꼽이 하늘로 향한 호박은 약으로 쓰는 거라는 이야기 같은. 강아지들과, 아빠와 함께 하는 산책은 그 자체도 좋지만 저런 이야기가 버물어지면 더 따듯하고 다채로워진다.
설화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야기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 대중 앞에서 하는 멋들어진 연설만이 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에도 힘이 있다. 여기저기 숨어있을 재미난 이야기들이 세상밖으로 나와 기록되고 공유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