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나 옷, 화장품 등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좋은 피부 가꾸기에는 퍽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여드름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고 대학시절 때까지도 피부가 좋단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살았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고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알 수 없는 이유로 얼굴에 벌게지며 트러블이 올라와 한 5-6년간 고생을 많이 했다. 사회생활 초반 레토르트 음식도 많이 먹었었는데 혹시 그게 이유인가 해서 집에서 밥을 해 먹게 됐고, 피부과, 한의원 등 여러 병원을 돌며 돈도 많이 썼다. 진단명은 주사염이었는데 그 증상이 마치 술을 먹은 것처럼 얼굴(특히, 나의 경우에는 코)이 벌게져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거의 3-4년간 시간, 돈, 에너지를 거진 다 쓴 즈음에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갔던 병원에서 약처방을 받은 후 피부는 많이 좋아졌는데 암튼 그러한 이유로 피부과나 관리숍에 다니는 것이 나에게는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결혼을 준비하며 집 근처에 새로운 에스테틱 샵에 가게 되었는데 갈 때마다 사장님과의 수다가 즐겁다. 사장님은 체구는 작지만 손아귀 힘이 정말 세고, 수다타임을 하면서도 나의 고민이나 요청을 잊지 않고 꼼꼼히 관리해 주신다. 오늘 관리를 받으며 이런저런 고민이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시간 여유 있으시죠?'라고 물으며 관리팩을 하나 턱 더 올려주셨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런 서비스업종에서 돈을 쓸 때, 약속된 것보다 항상 무언가를 더 받는 사람이었다. 수소토닝패키지를 결제했는데 여드름 팩이 서비스로 추가되고, 마사지를 받으면 60분 가격에 90분, 120분까지 마사지 시간이 늘어나고는 했다. 내가 단골이어서, 혹은 돈을 많이 써서 그런 걸까? 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 혼자의 착각일 수 있지만, 아마 그건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그에 공감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이 셋 중 둘을 예체능 전공으로 키워냈다는 에스테틱 사장님, 연변에서 태어나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다 일본을 거쳐 지금은 한국에 자리 잡았다는 중국교포(우리가 흔히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표현을 당사자들은 중국 교포라고 부른다.) 마사지 사장님과 이야기하다면 그들의 인생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고 흥미로울 때가 많다. 그렇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조금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고 그 삶들이 다 존경스럽다.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고객이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내가 고객이고 상대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결국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해 그 위치에 서야 한다. 만나는 모두와 인생사를 나누는 사이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장님들에게도 더 마음이 가는 손님이 있기 마련이다. 약간의 배려, 이야기에 대한 공감, 좋은 서비스에 대한 인정 등 등. 그렇기에 내 이득이 뭔지 바득바득 따지기 보다 오히려 조금 상대에게 여유를 주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떡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GIVE & TAKE는 여기도 해당된다. GIVE의 대상이 꼭 금전이 아닐 수 있다. 1시간 예정으로 시작된 관리 코스가 2시간이 되어서 끝난 오늘 나는 같은 값을 내고도 더 많은 가치를 얻는 손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