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금수저? 꽃수저!' (https://brunch.co.kr/@fininlove/97) 에피소드에서 밝혔던 것처럼 나는 31년 차 꽃집 딸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 오브 전문가를 아주 가까이에 두었기 때문에 종종 식물 관련 고민을 접수해 해결해주고는 했다. "언젠가부터 비실비실한데 왜 그럴까요?" 라든가, "갑자기 잎이 누래졌어요." 라든가, "아님 나무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어디를 잘라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등등. 엄마에게 톡을 보내면 금세 해답이 날아왔다. "바람이 안 통해서, 물을 너무 많이 줘서, 결순 바로 위를 잘라주세요." 등 원인이 다양한 것처럼 그 해결책도 다양했다.
지인 중 한 명은 반려식물 고민을 물으며 정말 식물박사님이 곁에 계셔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동물에게 동물병원이 있듯 식물에게도 그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했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말이었는데 오늘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린 걸 보고는 조금 궁금해졌다. 정말로 이런 니즈가 있을까? 바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중고거래사이트인 당근마켓에 유료 식물상담 글을 올린 것이다. 예전에 <스프린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시장에서 될 만한 아이디어인지를 빠르게 검증해 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 당근은 이런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굉장히 간편한 툴이다. 정말 식물상담을 받고자 하는 니즈가 있을까?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글을 올렸다. 상담 가격은 3,000원으로 설정했다.
글을 올린 지 4시간이 지난 현재 기준, 9명이 관심을 눌렀다. 아직 채팅 요청은 없지만 꽤 고무적이라 느껴졌다. 정말 지인의 말처럼 이런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깐동안 상담 채팅을 하고 필요한 약 등의 물품을 포장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얼마 전 엄마는 배민을 통해 첫 꽃바구니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거대한 플랫폼에 종속돼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단 말을 했지만 난 우리 가게가 시대의 큰 파도에 올라탄 것 같아 귀한 발걸음이라 느껴졌다. 만일 이 상담이 사업화가 가능하다면 반려식물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새롭게 열리는 사업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켜봐야겠지만 가설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뭐든 해보기로 했다. 작은 것도 큰 것도 일단 시도해 볼 것이다. 상추씨를 넓게 뿌린 후 나중에 싹을 솎아내어 키우듯이 나도 수많은 씨앗이 뿌려봐야겠다. 어디서 무엇이 잘 자라나 일용할 양식이 될지 모른다. 훗날 또 이 글이 그 씨앗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