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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삶

by heeso

일주일의 절반 정도가 지난 오늘까지 만 3일 동안 전 직장동료 8명에게 연락을 받았다. 대다수 안부를 묻는 연락이었지만 몇 주 전 소식을 전했던 면접결과를 궁금해하는 것 같아 먼저 면접썰을 풀어놓았다. '아쉽겠네,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야'나 '그 회사가 인재를 못 알아보네'부터 좀 과격하게는 '미쳤네 그 회사'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면접에서 일을 하다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몇 명 정도나 연락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10명 정도라고 답했었는데, 면접관이 '그 정도면 회사생활을 아주 잘한거네요.'라고 거의 유일한 긍정적 답변을 받았었다. 그래, 이 정도면 회사생활을 엉망진창으로는 하지 않았구나. 사실 오늘은 조금 더 나아가서,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직장 동료들 뿐이랴. 우리 수영 선생님도 "준비하던 곳이 잘 안돼서 수영을 더 오래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란 내 말에 "오케이~!"를 외쳤다. 물론 바로 아차차한 표정으로 "아이고 좋아하면 안 되는데."를 덧붙이시긴 하셨지만. 맨날 꼴찌에, 한참 있어야 들어오는 나를 가르치느라 고생인 저녁반 선생님도 인내심을 가지고 별도 강습을 해주시며 느린 학생을 맨날 챙기신다. 가족과 남자친구의 사랑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글에서도 드러날 것 같지만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충만한 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생활을 이렇게 즐기지 못할 것이다. 선배들도 요즘 행복하단 나의 말에 "그걸 즐길 수 있다니 정말 좋다, 희소야. 나는 어릴 때 그걸 못했었어"라고 이야기한다.


8개월 만에 만난 임상간호사 친구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본인의 취향을 고려해 부업으로 펫시터 일을 소소하게 해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물약품 임상실험 감독 업무로 이직을 시도 중이라고 했다. 그녀의 전문성과 관심사, 그리고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지원한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불안하다 했지만 본인의 길을 정하고 그 이유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 꼭 한번 저런 생각을 내가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눈물콧물을 짜내는 신길동 매운 짬뽕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요즘 유튜브 비셀프 채널의 [나 자신이 되는 법] 강좌를 듣고 또 거기 나오는 질문에 대답해보고 있는데 나는 이중 현실, 자아성철, 자아실현에 대한 생각을 안 해봤거나, 혹은 답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일은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예정이다. 전문성과 좋아하는 일이 합쳐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그 친구를 보며 했다. 나에게도 그런 확신이 꼭 오기를. 아니, 확신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그런 마음이 조금만 구체화되었으면 참 좋겠다.


출처: 유튜브 비셀프 '나 자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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