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맞이할 변화를 위해 옷장정리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걸레질을 하고 가구를 옮기고 버릴 옷들을 정리하고 드레스룸의 절반을 들어내 새로운 옷방으로 짐들을 날랐다. 하필 제일 더운 날이었지만 이번 주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이었다. 하다 보니 거진 5시간이 지났다. 에어컨을 켰는데도 옷이 땀에 절었고 구석과 바닥을 청소한다고 하도 구부리고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 파스를 붙였다.
4년 동안 쌓기만 했지 덜어낸 적이 거의 없는 옷장에서는 별의 별개 다 나왔다. 지난 이사 때 묶어놓고 한 번도 안 열어본 속옷봉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옛 본부장의 양말선물과 손 편지, 어딜 가면 꼭 뭘 사주던 옛 보스의 선물들 등. 좁디좁은 저 공간에 참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보며 그 물건들이 우리 집에 오게 된 순간들을 떠올렸다.
들 수 없을 정도로 버릴 옷들을 정리했건만 여전히 옷들이 가득하다. 몇 년간 안 입은 옷들도 많은데, 그래도 막상 버리기엔 아까운 것들도 많다. 추억이 정리를 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 참 많은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정말 오랜만에 너무너무 피곤하다. 올림픽 경기를 틀어놓고도 경기에 집중이 안될 만큼의 노곤함. 글쓰기도 잠시 쉬어갈까 했지만 불꽃을 꺼트리고 싶지 않아 졸린 눈을 껌뻑거리며 타자를 친다. 내일 일어나 글을 보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할 일을 다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에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