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재등록을 하러 갔다. 마감일을 확인하니 일주일 후라고 한다. 안면이 있는 매니저님께 결제를 하겠다 했더니 작년 이용권과 함께 끊은 락카기한이 이미 먼저 만료됐으니 마감일날 와서 결제를 하고 락카를 서비스로 받으란 답이 돌아왔다. 오늘 그렇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으니 아 제가 그런 권한이 없어서요, 라며 멋쩍게 웃었다. 당일 오셔서 서비스로 해달라 하면 아마 해줄 거예요. 나를 배려한 말이었지만 그의 대처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다. '그것 좀 해주지' 라기보단 '아, 저렇게 해서 놓치는 손님이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 때문에.
손님 하나를 결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단지를 붙이고, 광고를 띄우고, 1시간이 넘는 상담과 무료 PT를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회원비 결제가 진행된다. 그런데 나는 오늘 그 마음을 먹었지만 결제를 거절당했다. 그게 더 회원님에게 이득이세요,라고 했지만 나는 한 번 더 회원권 연장을 신경 써야 했고 헬스장에선 일어날 수도 있었던 1년 회원권 매출이 안 일어났다. 무엇보다 그 마음의 변화가 고려되지 않았다. 주 5일 수영을 다니느라 헬스장 가기에 소홀해진 내 맘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이건 매니저님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보름치 락커비를 서비스로 내줬다는 일을 윗선에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보스가 매니저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 그 조직의 업무방식의 결과다. 그런데 그 결과 헬스장은 우선 매출이 불발됐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바뀌어서 등록을 안 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지게 됐다. 보름치 락커비와 저 리스크 중 더 무거운 것 무엇일까?
'사장과 직원의 대처 차이일까?'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결국 권한위임의 문제이다. 회사를 다닐 때도 거기서 오는 비효율이 얼마나 많았는가. 사장님은 모를 것이다. 다 내가 챙기겠다, 혹은 챙겨야 한다 라는 방침이 뒤에선 이런 비효율을 만들고 있다는 걸. 사장같이 일하는 직원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가 본인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일을 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고려하며 일하고 싶다. 일단 일주일에 한 번을 겨우 가는 헬스장 등록은 다시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