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회사를 다녔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됐다. 희망퇴직을 신청받던 시기, 당장 다음 달 월급이 위태롭단 인사팀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희망퇴직을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줬다. 다행히 아직까지 월급이 제대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선택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런 걸 따져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그런데 어제는 문득 내가 받던 월급에 3개월을 곱해보게 됐다. 그리고 떠올린 월세, 대출이자, 관리비, 보험료, 생활비 등 등.
이런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얻은 것을 떠올려야 한다. 봄날의 2주간 스페인 가족여행, 매일의 영어공부, 수영 강습, 글쓰기, 새로운 요리 도전, 평일의 골프나들이, 달콤한 낮잠 등. 얼마 전 행복하단 내 말에 J가 물었다. 노니까 좋아? 생각해 봤다. 나는 왜 행복한가. 회사를 안 가서 행복한가? 돈을 써서 행복한가? 스트레스가 없어서 행복한가? 이렇게 결론 냈다.
"내 시간의 주인이 온전히 나여서 좋아."
앞서 언급했던 퇴사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을 요약하자면 '온전히 내 것인 시간들'이 될 것이다.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온전히 쓸 수 있고 그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한 것이다.
모든 선택 끝에는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생긴다. 값을 치르는 과정이다. 치르는 값보다 얻는 가치가 크다면 그 선택은 훌륭한 소비가 된다. 선택의 값어치는 당장은 알 수 없을 일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이 선택의 가치를 알게 될 거다. 24년 하반기가 내 인생에 가장 멋진 선택의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과거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좋은 선택을 하는 최선의 방법은 내 선택의 결과가 좋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내 선택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 온전히 나에게 맡겨진 이 시간을 더 소중히 활용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