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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Jul 26. 2024

별모양 인재를 찾는 회사를 구합니다

 하고자 했던 일들을 끝내고 하루를 잘 보냈다며 기분이 좋던 차에 서류 결과 메일이 발송됐다는 문자가 왔다. 재밌게 일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JD도 이력과 맞아 보여 조금 기대를 갖고 있었던 회사였는데 짤막한 메일이 전한 결과는 서류 탈락이었다. 그저 나랑은 안 맞는 회사일뿐이다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메일을 받고 나면 스멀스멀 기분에 먹구름이 뒤덮인다.  


 요즘 같은 자유인의 기간을 최장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제 거진 3개월이 지났다. 이렇게 해맑을 수 있는 건 뭘 해도 굶어 죽진 않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곧 다시 해맑아지겠지만 타격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해도 거절이 기분 좋은 사람은 없으니까.     


 수영을 끝내고 오면서는 이런 생각도 했다. 새로운 업을 찾으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나는 별모양인데 해왔던 일은 하트 모양이라 그 다름을 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여 하늘에서 그걸 안타깝게 여기고 별모양 세상으로 인도하기 위해 나를 떨어트리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럴 리가 있겠냐마는 그런 생각이 가끔 들고 그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영재교육 시범학교였던 내 중학교 모교는 매 학기 국어, 수학, 과학, 영어 과목에 대해 영재교육 대상자를 뽑는 시험을 쳤었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수학영재에 지원했고, 한 번도 선발된 적이 없다. 그때 '영재라면 당연히 수학이지!'라는 좀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리숙한 난 3년 내내 나 자산을 알지 못했다. 그저 교과과목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 셈이 빠르거나, 수학적 창의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데 학교 내신 시험을 보듯 그 시험을 대했던 것이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거의 답을 못 적었던 것 같다. 근데도 또 수학, 수학, 수학. 생각해 보면 주변 어른들이 왜 그걸 이야기해주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국어나 영어 시험을 봤더라면 6학기 중 최소한 한 번은 선발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물론, 이것도 모를 일이지만) 그 생각이 갑자기 든 게 퇴사 시점인 석 달 전이다.


 퇴사를 하던 시기 갑자기 왜 중학교 시절 영재시험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나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라 무의식이 그 기억을 꺼내놓은지도 모르겠다. 분명 잘하는 게 있는데, 나는 별모양 인재인데, 왜 별모양 일을 못 찾는 걸까. 별모양 회사에서는 별모양 인재를 찾으며 하트형 인재를 떨어트리고 있겠지. 다시 지난주에 하던 고민을 계속해야 하나보다. 기분이 꿀꿀하지만 이럴 땐 화정어록을 떠올려야지. 허리를 쫙 피고 입꼬리를 올리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 별모양 회사도 찾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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