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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Aug 28. 2024

적금통장 같은 나의 브런치

 글쓰기를 좀 띄엄띄엄했더니 글감 발견이 어렵다. 뭐든 일단 쓰고 봤던 지난 두어 달과 달리 글쓰기 창을 펼쳐놓고 한참을 쳐다만 보고 있다. 그저 쓰다 보면 글 한편이 뚝딱 써지고는 했는데 이상하다. 세상 모든 게 글감이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오늘을 글쓰기를 하리라 마음먹은 날이고, 오랜만에 추억의 장소도 다녀왔는데도 그렇다. 사실 어제도 그랬다. 새 글을 쓰고 싶었지만 타자가 영 안쳐져 엊그제 쓰다만 단락에 몇 줄을 간신히 더 적어 발행을 눌렀다.


 브런치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이런 경험, 저런 생각을 하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브런치 글 통계를 보면 조회수와 댓글수가 나온다. 1위는 '주5일 수영을 합니다' 글이다. 일주일 가까이 다음 메인과 구글 메인에 올라 하루 최고 조회수 18,000회를 달성한 글이다. 그 뒤로는 '수학 대신 골프를 배운 아이'와 '이 사진에 맘을 빼앗겨 홋카이도에 갑니다'가 있다. 그 뒤로는 상위권 같이 몇만, 몇천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썼고, 또 꾸준히 읽히고 있는 글들이 있다. 요 며칠 글을 안 쓴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날에도 누군가는 내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읽었다. 얼마 전에는 한 달 전에 썼던 글이 갑자기 하루 조회수가 천 회에 육박한 일도 있었다.


 새 글을 발행하지 않아도 적지만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는 글 통계를 보면 마치 이자가 붙는 적금 통장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돈을 버는 금융자산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달까. 물론 글쓰기로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이자 이상의 효능감을 느낀다. 거진 매일 글을 쓰니 사람들에게 글쓰기가 취미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에세이스트 희소, 이 닉네임과 글쓰기가 취미란 자기소개가 맘에 든다.    


 작년 인상적으로 읽은 책인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예술인이 성공하는 방법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한다. 방법은 바로 다작多作이다. 가능한 많이 그리고, 많은 곳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많이 선보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완벽을 위해 다듬고 다듬다 보면 결국 누군가에게도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 최근 <논어>에서도 비슷한 글을 읽었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오늘도 썼다에 가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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