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오래 걸린 결과 안내 메일은 불합격이었다. 2차 면접까지는 수월히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감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서툴었던 영어 답변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직무가 다른 게 문제였을까, 그도 아니면 절제력을 잃고 너무 많이 이야기한 게 문제였을까.
종종 스스로가 TMI 인간인 것 같단 생각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저 투명해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되고 후회한다. 말을 하기 전 이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꼭 하고 나서 돌아서서 그런 생각이 든다. 아, 괜히 말했다.
좋은 것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고, 나쁜 것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냥 다 말하는 사람이다. 조금 더 머금고 있어도 되는 숨을 고새 내뱉어버리는 것처럼 입이 터져버린다. 이번 면접에서는 '데이터를 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던가, 어떤 업무형태를 선호하냐는 질문에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것이 자꾸 맴돈다.
오랜만에 간 샵에서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냐며 바쁘셨나 보다는 사장님께 '아, 네 그랬네요.'라고만 하면 될걸 꼭 거기에 대답을 하게 된다. 퇴사나 결혼 같은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왜 그렇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면 이번 면접에서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라고 말을 안 말한 게 다행이다.
솔직함은 장점일까 단점일까. 말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재잘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면접의 교훈은 이것이다. 면접관이 편하게 해 준다고 말을 많이 하지 말자. 할 말이 +일지 -일지 정확히 판단 후 대답하자. 면접관이 이야기할 때는 하던 말이 있어도 끊고 그 이야기를 듣자.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도 TMI인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제발 필요한 말만 하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기 위해서 이 글을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