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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 Oct 28. 2024

걱정한다고 다 해결되면 걱정만 하고 있게

 요 며칠 브런치 알람이 요란히 울렸다. 몇 번은 글쓰기를 독려하는 공식계정의 알람이었고 몇 번은 엄마의 편지가 좋다는 친구의 라잇킷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의 수십 번의 알람은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활발한 글발행 알람이었다. 거의 전화가 울리는 듯한 진동에 '이렇게 까지 열심히 발행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딱 어제까지가 브런치 공모전의 마감일이었다.

 공모전 마감전 브런치북을 제출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우습게도 나는 또 부럽단 생각을 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소소한 몇 가지 일을 한 뒤에 여유롭게 약속에 나갈 준비를 하고, 운동을 다녀온 후 저녁을 차려먹는 일상은, 소소하고도 아름답지만 동시에 뭔가가 결여된 느낌을 준다. 간절함, 땀 흘림, 긴장감, 아쉬움 이런 게 없는 요즘의 내 삶이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 어디 있겠냐지만, 오늘은 문득 약간의 오한이 있는 아침에 늦장을 부리고 나오는 기분이 유쾌하지가 않다. 2주 전 제출한 나름 공을 들인 지원서에 대한 답이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J의 결혼식 끝나면 허전하겠어,라는 말을 언제나 부정하지만 사실 나는 두려운가 보다. 이렇게 나의 to do list가 하나씩 지워지는 게. 이렇게 커다란 행사가 지워지고 나면 이제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은 취업밖에는 안 남는데.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날이 다수지만 오늘처럼 괜스레 풀이 죽는 날도 있다.

또 얼마 뒤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뭐든 할 수 있단 생각으로 가득 찰 테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늦봄과 무더위를 거쳐 어느덧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시간도 이렇게나 빨리 지나갈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나 보다. 근데 걱정하면 뭐 하나. 걱정한다고 다 해결되면 걱정만 하고 있게. 지금은 지금 할 일을 하고, 또 이후엔 그때의 할 일을 하면 된다. 식전 마지막 식사자리를 위해 오고 가는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오랜만에 생각의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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