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의 포루투칼은 비비비!

by heeso

포루투칼 여행을 다녀온지도 한달이 넘게 지났다. 환승시간을 포함해 장장 20시간 가까이를 날아야 닿을수 있는 곳. 이스탄불에서 리스본으로 향하는 두번째 비행에서는 난기류를 만나 첫번째 착륙시도 실패 후 다시 고도를 높여 한시간 가량을 배회하는 멀미나는 비행까지 했다. 그렇게 간신히 리스본에 도착했는데 목도리를 잊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환승 검사때 보조배터리와 칫솔세트를 잊어버린줄만 알았는데 목도리까지! 이렇게 물건을 잊어버리기도 처음이었다.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Rossio 역에 내렸다. 약한 비가 휘날리나 해가 났다. 바닥에는 물덩이가 군데군데 있었지만 말이다. 숙소에 들어가니 호스트가 우리가 오기 직전까지 비가 퍼부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지었다. 하지만 그 사이 비도 그치고 구름사이로 해도 비쳤다. 비가 계속온다는 날씨예보와 유랑소식을 듣고 걱정을 했었는데 역시 해외예보는 실제와 다르구나 생각하며 안심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리스본에 머문 5박 6일간 만 5일 가득 비가 왔다. 잠깐 지나가는 비도 아니고, 퍼붓는 비가 하루종일 계속됐다. 운동화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렸지만 소용이 없었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무릎까지 바지가 젖어있었다. 숙소에 열을 내는 보일러가 없었다면, 운동화 건조기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여행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루종일 추적추적과 쏴아아가 섞여 쏟아지는 비를 보며 여행 둘째날까지는 약간의 절망감마저 느껴졌다. 심지어 여행기간 내내 예보엔 비뿐이었다. 우리가 리스본을 떠나 포루투로 떠나는 아침 리스본엔 드디어 해가떴고 포루투엔 앞으로 5일간 딱 하루 빼고 비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포루투칼의 기상예보는 예측도가 매우 높았다.


도착 다음날 아침. 리스본 하늘이 이럴줄만 알았지!


최종적으로 10박 여행 중 아홉일정도 비가 왔다. 아름다운 도시의 풍광으로 유명한 포루투칼이지만, 어두운 하늘과 축축한 비에는 그 풍광도 빛을 잃었다. 하늘과 바다, 강이 흑빛이면 풍경은 흑백사진이 된다. 온도 또한 낮 최고온도 15도~10도 정보를 보고 갔지만 실상 체감온도는 거의 0도의 한국과 비슷했다. 유럽의 습하고 으슬으슬한 겨울을 까먹었던 것이었다. 내복과 겉옷을 여러겹 껴입었다. 정말 추운날 하루이틀만 입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챙긴 패딩을 벗을 수 없었다. 어짜피 젖을꺼 또 입지 뭐란 생각에 매번 비슷한 옷패턴인 나에게 J는 힙합걸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내 기억속 리스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리스본을 수많은 계단을 누비고 근교도시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이라는 카스카이스와 호카곶을 찾아갔다.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쏟아졌다는 것은 안 비밀. 그치만 영어 메뉴판 따윈 없는 로컬 맛집을 찾아갔고, 투어를 듣고 영상을 보며 포루투칼이란 나라를 공부했다. 그리고 유럽국가치고는 물가가 싼편인 장점을 살려 전략적 외식을 하되, 마트에 매일매일 출석도장을 찍으며 올리브유 한통을 다 먹을만큼의 각종 요리를 해먹었다. 포루투칼은 실제로 가봐도 호날두 빼곤 내로라하는 브랜드는 없는 나라다. 돌아오기 전날 돈을 쓰려고 해도 살게 없어 고민할만큼. 하지만 사람들이 친절했고 무엇보다 하루 해가 떴던 그날 본 그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을정도로 도시가 예뻤다. 그리고 그 도시속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리뷰가 별로 없는 로컬 음식점에 찾아가 오늘의 메뉴를 시켜 먹었다. 매일 갔던 핑고 돌세!


다만, 누군가 포루투칼여행을 계획한다면 2월말의 포루투칼 날씨는 우기가 한창이고 태풍의 위험까지 있다는 건 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현지인들에게도 이례적일정도로 비가 왔다지만, 왕복 40시간을 걸려 가는 여행이라면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택지가 있다면 말이다. 또다른 후보지였던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리프를 몇번이나 떠올렸는지 모른다.


그치만, 리스본과 포루투는 정말 예쁜 도시였다. 규모나 느낌이 멋지단 보단 예쁘고 아기자기하단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 아름다움에 도시계획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란 생각을 품게될만큼. 한편, 한 리더의 방향성이 나라의 현재 모습을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됐다. 새마을운동과 삼성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게될만큼.

비오는 창문에 펼쳐져 있는 모습이 훤한데, 마지막날 해가 뜨고야 이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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