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앞에서 흔들리는 투자자들

후회 회피를 극복하는 투자 전략

by 엄윤성

우리는 투자를 할 때 손실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실상은 후회를 더 두려워한다. 손실은 숫자만큼의 경제적 충격이지만, 후회는 우리 사고 전체를 마비시키는 감정적 충격이다. 후회 회피(Regret Aversion)는 실패한 선택을 했을 때 느끼게 될 후회가 두려워서 합리적 선택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는 인간의 심리적 본능으로 행동경제학에서 정식화된 개념이다. 벨(Bell, 1982)과 루메스와 서그덴(Loomes & Sugden, 1982)이 제시한 후회 이론은 인간이 의사결정을 할 때 단순히 미래의 기대 효용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 가능성을 미리 고려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후회는 결과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결과와의 비교에서 발생한다. 후회 회피는 후회가 크게 날 수 있는 선택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두 논문은 후회가 사후적 감정이 아니라, 선택 이전부터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확률적으로 불리한 선택임을 알면서도 복권을 구매한다. 복권을 구매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안 샀는데 1등 나오면 후회할 것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만약 내가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 당첨이 일어나면 후회 회피 심리는 압도적으로 강화된다. 경마 게임에서 내가 자주 걸던 번호가 하필 내가 베팅을 하지 않았을 때 1등이 되면 후회가 밀려든다. 확률이 낮은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보험을 가입하는 행위도 후회를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마트폰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는데 만약 분실하면 그때 가입할 걸 하는 후회의 감정이 보험 구매를 유도한다.


주식시장에 주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투자자는 이익 자체보다는 소외될 때의 후회를 더 크게 느낀다. 나만 안 샀다가 후회할 것 같은 심리는 군집 행동을 유발한다. 손절을 못하거나 지연하는 투자자의 행위도 후회 회피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종목의 미래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어 손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종목 교체는 큰 심리적 부담이다. 만약 손절을 한 후에 기존 종목이 오르면 후회가 폭발할 것 같아서 그냥 들고 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후회를 피하기 위해 손실 난 종목을 오래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후회를 피하려는 행동이 오히려 더 큰 후회를 낳는 구조가 된다. 손실난 종목을 계속 보유했지만, 주가는 더 하락하여 손실이 규모가 더 커진다. 결국 그때 손절했어야 했는데 하는 더 큰 후회로 고통받은 경험을 한 번씩은 해봤을 거다. 나만 소외될 것 같아서 따라 샀는데 그때부터 줄곧 떨어져 고통받은 적도 있을 거다.


후회는 자연스러운 인간 감정이며 없앨 수 없다. 감정이 판단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울수록 후회가 더 생각난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존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바라봐야만 후회를 극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후회 회피는 단기적인 후회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손절한 주식을 지금 팔았다가 내일 오르면 내일의 단기 후회가 밀려온다. 따라서 오늘, 내일의 후회가 아니라 1년 후, 10년 후의 관점에서 선택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후회 회피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국지 최적화(Local Optimum)가 아닌 전체 최적화(Global Optimum) 관점에서 후회를 바라봐야 한다. 또한 투자에서 후회 회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 규칙(Pre-commitment)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후회 회피를 불러오고, 후회 회피는 다시 비이성적 투자를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 원칙, 손절 기준, 리밸런싱 시점 등을 미리 정해두면 투자에서 감정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 의사결정 정당화 과정(Decision Justification) 자체가 후회를 상당 부분 줄여준다. 투자 철학, 투자 이유, 대안 시나리오,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기록하면 내 선택이 틀렸다는 감정적 자책이 완화되고, 후회 기반 행동의 압력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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