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아니라 비교가 후회를 만든다

두 계산대 딜레마로 살펴본 후회 이론의 통찰

by 엄윤성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상상해 보자. 줄이 긴 A 계산대와 줄이 조금 더 짧은 B 계산대가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줄이 짧은 B 계산대 앞에 서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앞에 선 사람의 카드 결제 문제가 생겨 계산이 지연된다. 반면 A 계산대의 줄은 엄청나게 빠르게 줄어든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훨씬 먼저 계산하고 나간다. 일상에서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1-2분 차이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왠지 기분이 상쾌하지 않다. 오늘 하루 운이 안 좋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전통적 효용 이론에 따르면 시간이 낭비된 것만큼의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단순히 시간이 지체된 것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왜 이 상황이 유독 더 불쾌할까? 이는 ‘만약 내가 A 계산대에 섰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 기반한 결과와 비교하기 때문이다. "아! 내가 처음에 A 계산대에 섰더라면 벌써 나갔을 텐데! 내 잘못된 선택 때문에 손해를 봤어!"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A)와 비교하여 발생하는 감정적 손해, 즉 후회로 인해 속상하게 된다.


만약 계산대가 하나뿐이었다면 후회도 없을 것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후회가 발생한다. 더불어 선택한 결과와 선택하지 않은 결과의 비교에서 후회가 발생한다. 내가 기다린 절대적인 대기시간(5분)보다는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시간(3분)과의 상대적 차이가 우리의 기분을 훨씬 더 좌우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의 좋고 나쁨뿐만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결과와 비교했을 때 느끼게 될 후회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짜장면 집에 갔을 때 짜장면을 선택할지 짬뽕을 선택할지는 매번 풀어야 할 숙제다.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더 맛있을 같고,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이 더 맛있을 거 같다. 사실은 내가 시킨 짜장면의 맛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시키지 않은 짬뽕의 맛이 어땠을까를 가정하고 짜장면의 맛을 비교한다. 만약에 내가 짬뽕을 시켰으면 어땠을까 혹은 짜장면을 시키면 어땠을까라는 반사실적 가정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는 우리가 결과의 절대적인 가치보다 ‘만약 다르게 행동했더라면’이라는 비교에서 오는 감정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통 경제학(von Neumann–Morgenstern)에서는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미래의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한다는 것이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이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하에 우리는 위험과 보상만을 계산한다. 의사결정에 다른 것을 선택하지 못한 후회의 감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의사결정의 기준도 오직 선택한 결과에 대한 효용만 계산한다. 특히 선택하지 않은 대안은 효용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A를 선택해 10의 보상을 얻고 선택하지 않은 B는 30의 보상이었더라도, A의 효용만 고려한다. 대안과의 비교는 경제적 판단에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견해이다.


이에 반해 벨(Bell)의 1982년 연구는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가상의 결과를 고려한다는 것을 수학적 모형으로 제시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고려하여 예상되는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후회 회피(Regret Aversion)이다. 전통적인 기대효용이론에서는 특정 선택의 결과로 얻는 절대적인 효용만을 고려하지만, 벨은 후회를 의사결정 결과의 속성으로 추가해 선택한 결과와 선택하지 않은 대안 결과의 비교 효용을 고려한다. 사람들은 실제 선택한 결과의 기대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자신이 느낄 수 있는 후회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벨의 후회 이론은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고 투자, 금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찰된다. 친구가 특정 주식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을 때, 친구의 수익률을 보며 자신이 그 기회를 놓친 데 대한 극심한 후회를 느낀다. 나만 소외되는 게 아닌가 하는 포모(FOMO)를 느낀다.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안 사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포모로 인한 투자는 후회 회피의 전형적인 예다. 한편 우리는 제품을 구매할 때 한정 수량이나 기간 한정 할인 같은 문구에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때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쳤다'는 사실에서 오는 후회를 예상한다. 이러한 후회를 줄이기 위해 충동구매를 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거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후회 회피 심리를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자극하여 구매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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