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효과로 본 투자 의사결정의 심리
우리는 손실 난 주식을 끝까지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명 ‘존버’다. 마치 시장과 내가 내기하는 듯하다. 시장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는 기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진다. 결국 손실이 더 불어난 이후에 어쩔 수 없이 매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손절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1985년 셰프린(Shefrin)과 스태트먼(Statman)은 투자자는 이익 난 종목을 빨리 팔고, 손실 난 종목을 오래 끌고 가는 성향을 가진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성향을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명명했다. 손실 난 종목을 손절하기 어려운 이유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 후회 회피(Regret Aversion), 심리 회계(Mental Accounting) 등의 복합적인 심리 요인을 제시했다. 참고로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도 처분 효과와 관련된 내용으로 나중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거다.
손실 회피는 카너먼(Kahneman)과 트버스키(Tversky)가 제시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기반한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매수가 대비 이익 구간에서는 위험 회피 성향을 지니지만, 매수가 대비 손실 구간에서는 반대로 위험 추구 성향을 가진다. 전통적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인간은 위험 회피 성향을 지닌다. 이럴 경우 효용 함수가 오목한 모양을 지닌다. 그러나 전망 이론에서는 손실과 이익 영역에서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태도가 반대로 나타난다. 이익 구간에서는 오목한 효용 함수를 지니지만, 손실 구간에서는 볼록한 효용 함수를 지닌다. 예를 들어 100만 원에 매수한 주식이 현재 90만 원이다. 주가가 떨어져 80만 원이 되거나, 주가가 올라 100만 원으로 될 확률이 동일하다. 이럴 경우 매도하여 손실 10만 원을 확정하는 A 전략보다는 보유하는 B 전략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기댓값은 90만 원이다. 그러나 A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없지만, B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있다. A보다 B를 더 선호하는 것은 손실 구간에서 투자자의 위험 추구 성향을 보여준다. 따라서 손절보다는 더 기다리는 선택을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후회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가능했을 거라는 가정적 비교에서 발생하는 자기 비난 감정이다. 손절은 내 판단이 틀렸음을 최종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만약 손절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면 미실현 손실이다. 미래의 결과는 아직 열려 있으며, 혹시 잘못되더라도 시장의 탓을 할 수 있다. 시장이 안 좋으면 실망만 남지 후회는 덜하다. 손실 난 주식을 매도하기 전까지 후회는 유예될 수 있다. 그러나 손절은 이 모든 것을 확정시킨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후회라는 감정적 상처를 유발한다. 심리적 상처인 후회를 회피하기 위한 자기 방어 기제로 인해 손절이 힘들다.
심리 회계는 투자자가 모든 자산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보지 않고, 개별 종목, 개별 거래를 각각의 심리적 계정에 관리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투자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자산을 통합한 포트폴리오 전체 부를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심리 회계는 각 종목별로 별도의 장부에 이익과 손실을 각각 기록한다. 심리 회계에서 매도는 단순한 거래가 아닌, 계정을 닫는 행위이다. 이익 계정을 닫을 때는 성공한 거래로 심리적 결산이 기록되지만, 손실 계정을 닫는 것은 실패한 거래로 심리적 결산이 기록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손실 난 계정을 닫지 않고 열어 두어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 회계도 손절을 미루는 경향을 설명한다.
손절은 금전적 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에 손실 회피가 작동하고, 자기 책임을 확정 짓기 때문에 후회 회피가 작동한다. 또한 손절은 실패한 거래라는 심리적 결산으로 기록된다. 이래 저래 손절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