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의 연애 스타일
핀란드 회사 생활기를 전하기 위한 나의 회사원 시리즈.
하지만 일만 생각하는 인생은 너무나 재미없지 않은가! 그리고 좀 더 속 깊은 독자 공감 가능한 내용을 담기 위해 궁금할 법한 내용을 주변에 물었더니 다들 연애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에 이번 편은 대체적인 헬싱키 젊은이들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핀란드 젊은이들은 대체 어떤 연애를 하는지,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필자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과 지인들의 스토리를 담은 것으로 일반화를 시키기엔 무리가 있음을 미리 알아주시길 바란다.
‘핀란드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검색창에 핀란드를 검색해보면 위키피디아 다음으로 흥미진진한 지식들을 건네주는 나무 위키라는 게 있다. 나무 위키에 따르면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없고 무뚝뚝한 인종으로 표현이 되어있다. 제법 비슷한 구석도 있으나 대놓고 재미가 없다니, 꽤나 과격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핀란드인들은 감정 표현을 별로 하지 않고 수줍은 편이며 정직한 사람들이다. 핀란드인들 안에서도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too finn 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감정에 대해 표현하길 꺼려하고, 모르는 이들과 말섞길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또 고민을 오래 하는 편 같기도 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사람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내 주변 핀인들이 말하는 핀인들을 이렇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말없고 재미없는 사람들을 전형적인 핀란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걸 외국인이 말하면 싫어한다. 본인들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하는 편. 마치 내 가족 내가 욕해도 괜찮은데 남이 욕하면 싫은 것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 말 중에 핀란드 남자들이 너무 말이 없고 재미없어서 외국인 남자들과 결혼하는 핀란드 여자들이 많아 나중엔 미혼 남성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유럽’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한 나의 친구들은 서유럽 쪽의 프랑스나 스페인 사람들을 상상하곤 왜 남자 친구를 ‘못' 사귀냐는 뉘앙스로 묻곤 했었다.
(응? 그들은 아무나 만나나?)
조금 더 생각을 오래 한 친구들은 ‘북’을 붙여서 ‘북유럽’에 사는 엘프같이 키 크고 잘생긴 남자들이 정말 많을 텐데 왜 남자를 못 사귀냐고 물었었다.
(엘프도 엘프를 원해서 그런 게 아닐지는 생각 못했고?)
나는 대답했었지. 네가 와서 살아봐.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무뚝뚝하고 남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리고 아주 많은 경우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서 사귄 경우가 많다. 친구 중에 유독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편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마저 본인이 먼저 데이트를 하자고 해서 지금의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남자 친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루머를 듣고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다 사귀게 되었고 나중에 왜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았냐고 하자 부끄러운 마음에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단다…. #백살호호할매되서사귈뻔
진취적인 용기 있는 남자! 의 모습이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남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스테레오 타입이 여기에선 통하지 않는 것.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 ‘널 ㅅ...사..좋아해!’
사귀기 전 스윗한 표현에 서툰 핀란드 남자들은 서툴러도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표현을 안 하는 것 같다. 말수도 적고 감정에 대한 표현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아예 말을 안 하고 묵언수행을 하는 타입은 또 아니다. 회사에서 보면 어찌나~ 어찌~~~ 나 수다들을 오래 많이 떠는지 어떨 때는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빌딩으로 옮겨서 일을 한 적도 있다. 핀란드인들이 말수가 적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낯을 처음에 가릴 뿐이지 말수가 적진 않다.
회사에서 이미 결혼한 핀 언니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도 핀란드 남자들에 대한 의문은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한탄하곤 한다. 왜 말을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예로 만약 네가 핀란드 남자와 썸을 타고 있는데 만약 너희 집에 뭐가 고장이 났다고 해서 그의 소중한 시간을 내서 집으로 가 무얼 고쳐준다면!!! 그건 널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혹여나 만약에! 널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면 정말 그건 널 너무 사랑하는 거라며. 표현의 폭이 너무나도 좁아서 연인이 표현해주고 사랑해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은 아마 북유럽남과 행복한 연애를 하기 힘들 것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너와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그게 힌트라고… 그건 친구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난 의문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그 예외는 0.000000001 % 같으니 현재로선 복권에 당첨된 마음으로 연애하고 있다.
수천 년간 파도가 없었던 것 같은 호수처럼 변함없는 타입
헬싱키는 해안가를 맞대고 있는 도시다. 그런데 바닷가를 거닐어도 바닷가 같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첫 번째 이유는 염분이 낮아 소금기 도는 바다내음이 전혀 없다. 여름에 온도가 좀 높아지면 그제야 바다 바로 앞에서 은은하게 바닷물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파도가 정말 없다. 밀물 썰물 없이 호수같이 잔잔하다 보니 발트해의 자체 순환이 적어 오염도가 더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바다처럼, 핀란드의 수많은 호수처럼 핀란드 사람들은 참으로 잔잔하다. 변함없는 타입이 많다는 얘기.
그래서 그런지 유독 오래 사귄 커플이 주변에 많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만나서 연애하다가 결혼한 스토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석사 생활을 할 때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거나 눈길이 가는 친구가 있으면 백 프로 천 프로 이미 여자 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는 보통 10대 중후반, 20대 초반에 사귄 여자 친구들. 그래서 나의 친구들은 나보고 세컨드 라운드를 노려보라고 했었다.
응? 세컨드라운드?
오래 사귀다가 결혼하는 커플이 정말 많으니 곧 이혼하고 싱글라이프로 돌아오는 분들의 세컨드라운드를 노려보라는 것. 농담치곤 너무 진심 같았지만 정말 그럴 만도 한 게, 결혼만 안 했지 성인이 되어 연애하면 동거가 국룰인 이곳에서 혼자 사는 싱글 남성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도 남자 친구가 있다면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전부였다.
일단 석사과정을 함께한 남성 친구들 98프로가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나머지 2프로는 남자 친구를 찾는 남성 친구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친구들이 새 남자 친구를 만난다면 보통 그는 한국을 포함한 핀란드 밖의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였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내게 남친이 생겨버린 것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미라클이었다.
그렇다면 핀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서 미라클을 만들었는지 그 시크릿을 다음 편에 공개한다.
핀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