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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ja Jan 14. 2022

헬싱키 회사원의 긴 부재

사 년 만에 회사원 등! 장!

인사가 쑥스러울 정도로 오랜만에 건네는 인사! 

약 4년 만에 필자 등장!


오래된 티 내는 짤사용


그동안 헬싱키 회사원은 어떻게 지냈나


손가락을 두드려 활자를 입력할 수 있을 만큼 잘 지냈다. 순식간에 지나간 날들인 것 같은데, 또 돌아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여전히 나는 헬싱키에 살고 있고 이전보다 한국을 더 자주 가지 못했다. 헬싱키 회사원 시리즈를 쓰던 시절의 집 이후로 거처를 세 번이나 옮겼고 모두가 그러하듯 코로나 시기 동안 집안에 갇혀 지낸 시간이 많았다. 가까운 사람들만 가끔씩 만나게 되고, ‘지인'의 수가 확 줄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탓에 집에서만 보낸 시간이 어느 때보다 많았기에 어쩌다가 약속이 생기면 밖에 나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상한 현상을 겪기도 했다. 막상 누굴 만나면 세상 누구보다 즐거운 광대가 되어 유머를 발사하는데,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초조하고 세상 모든 게 귀찮은 것이다. 바야흐로 엠비티아이 E에서 I로의 변환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렇든 저렇든 몸무게도 그대로 키도 그대로 다만 주름이 조금 늘고 소화기관 능력이 조금 떨어진 것 말고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바야흐로 2018년 햇수로 사 년 전 왜 헬싱키 회사원은 갑자기 사라졌나


어허이 참, 그러게 말이다. 내가 헬싱키 회사원을 연재하면서 단 몇 편의 글만 썼는데도 참 스스로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 혼자 낄낄대며 짤을 찾을 때 그 순간의 평화와 은밀한 농땡이의 감칠맛이란! 마지막 연재 글이 헬싱키 회사원에게 일어난 회사의 드라마 편이었는데, 일이 너무 바빴던 것도 있고 졸업 논문을 막 쓰기 시작했기에 정신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 당시 나는 졸업이 두려운 석사생이었고 또 동시에 회사원이었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게다가 어디서 주워 먹은 용기와 ‘하면 된다' 마인드가 있었던 건지 내 논문은 블록체인의 영역에 발을 걸쳤었다. 


그때 코인을 샀었어야해....



그때만 해도 이더리움이 뭐죠? 비트코인은 8비트 16비트인가요? 하던 시절이었다. 

(허허 웃어 넘겨줘 아재 개그)



암튼 간에 그래서 막 따끈하게 신설된 비트코인 관련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회사 내에 신사업 관련 부서 아재들과의 미팅으로 억지로 내 뇌에 블록체인을 욱여넣느라 너무 바빴다.


그리고 동시에 연애를 시작했다. 

아 이 스토리는 회사원의 연애 편으로 나중에 다시 전달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몇 년간의 긴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만난 연하 남자 친구와 연애를 시작했기에 회사 생활이야 어떻게든 굴러가겠지 난 주어진 일만 대충 할 뿐이야!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연애와 논문에 초집중을 하면서 지냈다. 그래서 나의 글을 좋아해 주던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잠시 잠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헬싱키 회사원은 여전히 헬싱키 회사원인가


그렇다.



헬싱키 회사원의 회사는 그 같은 회사인가


안타깝지만 그렇다. 



진짜 눈물이 난다.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외노자에게 주어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더라. 내가 기술 있는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런지, 핀어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니 정말 기회가 오질 않았다. 나를 알아주는 회사는 우리 회사뿐이야!! 하지만 너무 떠나고 싶어!


그래도 회사가 크다 보니 안에서 사업부를 두 번 옮겼다. 그리고 코로나 동안 두 번의 레이오프를 ‘당'했다. 강제 무급 휴가. 미리 가입해놓은 조합에서 돈을 받을 수 있어서 그렇게 큰 타격은 없었기에 사실 이 레이오프 기간이 너무 좋았다. 첫 번째는 2020년 6월, 두 번째는 2021년 4월 이렇게였고 각 3주씩이었기 때문에 한 번은 한국에 가서 맘 놓고 격리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코로나 기간의 회사원 라이프를 또 한 번 자세히 이야기해 볼 예정. 

암튼 간에 아무도 이 외노자의 능력을 알아주질 않아 여전히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헬싱키 회사원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그동안 브런치 앱을 보면서 종종 뜨는 알람으로 아, 그래 내 회사생활 스토리를 또 끄적여 봐야겠다는 생각은 종종 했었다. 그리고 연재가 멈춘 지 꽤 되었는데도 아주 가끔 나를 구독해주시고 라이킷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늘 내 마음속 한편에 언젠가 헬싱키 회사원 이야기를 꼭 다시 써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세월은 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회사원 이야기를 쓰던 그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더 늦지 않게 돌아와 헬싱키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나의 삶을 나누고 싶었다. 너무 늦게 돌아오지 않았길 바라면서.


명수옹의 명언말마따나 진짜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핀란드는 한겨울이라 며칠 내리 내린 눈으로 흐린 날이면 잿빛 하늘과 눈이 뒤덮인 언덕 사이의 경계가 없다. 오후 서너 시면 해가 지기 시작해 자고 일어나면 밝은 시간보다 흐린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가장 해가 짧은 동지가 지나고 이제는 점점 더 밝은 날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뜬다. 


여러분의 2022년도 점점 더 밝은 날들이 더 더 많아지는 날이 되시길 바라면서.


잊지 않고 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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