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후 한 달의 기록 3편
독서 인구는 급감한 반면 작문 인구는 급증했지요. 뭘 뜻할까요? ‘할많하않’이 아니고 ‘할만듣않’ 하겠단 뜻입니다. ‘내 할 말만 하고 듣지는 않겠다.’ 나는 내 글을 써서 내 책을 낼 마음은 충만하지만 당신 책은 당신 몫이다! 물은 셀프인 것처럼 격정적인 현실이죠? 후훗~ 글에 관심 많아진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제 독자층이 증가하지는 않은 것이지요.
십 년 전 미국에서 핫했던 에세이가 한순간에 몰락한 이유는 대중은 반복되는 패턴에 쉽게 질릴뿐더러 셀럽의 팬이 아닌 이상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돈 될만한 정보나, 출세길에 일조할 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게 된 것이죠. 자기 계발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한국에선 수험생 문제집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 시대가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공법으로 살아온 사람이에요. 꼼수 부려봐야 오래 못 가고, 금방 들킬 민망한 짓 하기를 싫어합니다. 정석으로 일해야 행여 실패에도 쿨해질 수 있거든요. 이러한 태도는 거의 성공을 불러 의심 없이 책에도 정공법을 쓰려고 했더니 출판계는 이를 원치 않더라고요.
현 출판계는 무엇을 탓하기 전에 ‘책의 가치’를 되살릴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좋은 작가 및 작품을 발굴하기에 앞장서도 모자라는데 쪽박 차는 게 두려워 기존의 방식을 근근이 답습하려 들지요. 유명한 해외 작가들의 번역본으로 중박 이상을 보장받으려 한다던가, 타 출판사에서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대박이 나면 쪼르르 섭외하는 것에만 혈안이 된다던가. 힐링을 주제로 책 성공이 터지면 다른 주제로 시도해볼 생각은 애초에 안 해요. 힐링으로 사골국을 끓여 대형 냉동고에 보관해서 내내 우려먹지요. 용기 내는 것에 겁을 먹으니까 응당 변화란 없고 정체는 유지가 아닌 퇴행을 도출해내는 겁니다.
유명인이라 하여 진검승부에서 유리한 정도이지 보장이란 없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최근 셀럽의 에세이가 늘어나는 추세로 한 서점 업계 기준 작년 21종이 출간되었고 8만 9000여 권이 팔려 판매량 최대치를 찍었다고 해요. 유명세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평균 4500권, 일부 잘 팔린 몇 권을 제외하면 천 권 팔기도 바빴다는 걸 나타내고 있죠. 판매량이 좋은 책의 기준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선 책의 정체성이 확고해야 됩니다.
이런 시도가 무수해진 끝에야 비로소 참된 문학이 나오고 그것이 호황으로의 타진이라는 생각입니다. 일본 번역본에 잠식당하던 한국의 출판계가 요즘엔 중국 번역본들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내주고 있죠. 반면 한국 책들은 일본이나 중국 어디서도 자리 차지도 못하는 현실이고요. 세계적인 불황이라 떠들기 전에 한국 출판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데 그 일환 중 하나가 정체성을 가진 소신 있는 작품들의 발굴 및 선전입니다.
책 출간의 뜻이 없던 때부터 여러 맘카페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것이 일종의 시드 머니가 되어 구독층을 다수 발생시켰어요. 그 좋은 선점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유명해지기 싫다며 인스타 등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비렁뱅이 같은 생각이었죠. 각종 SNS, 블로그, 유튜브 채널 등 할 수 있는 건 다하셔도 부족할 겁니다. ‘필력 대단하세요.’, ‘10년 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에요.’, ‘곧 베스트셀러 각.’ 내가 혹시 위인이었던가 착각케 할 만큼 좋은 반응이 쏟아짐에도 그것이 실구매로 이어지는 횟수는 많지 않더라고요. 설정한 구독층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책의 족적이 뽀샤샤 사라지고야 말 겁니다. 은근과 끈기로 바이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타겟과 소통하세요.
꿈은 크게 가져야 하지만 책 판매 목표는 작게 가지셔야 실망을 면합니다. 첫 책은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홍보나 마케팅이 역부족일 수밖에 없어 백 권만 팔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셔야 에너지 손실이 없지요. 제 목표는 어땠냐고요? 백만 부 팔리는 시대는 진작 끝났다 하고, 십만 부 팔리면 초대박이라 하길래 목표를 딱 떨어지게 십만 부로 잡았죠. 하하하~ 사실 예상 밖 도움들이 있어 초반 판매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기쁨은커녕 십만 부 언제 팔아? 중국 진출은 언제 해? 이러고 앉았다요. 하하하하하~ 첫 삽에 준공 검사를 받으려다간 삽질만 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해주는 일이지만 한 달에 다수의 출간 계획이 있는 경우 주력 상품이 있게 마련이고 그 말은 내 책이 상대적으로 마케팅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죠. 저는 그럴 줄 알고 혼자서 플랜 B 아니라 Z까지 계획해놓고 있었답니다.
못 알아먹고 직접 주인공으로 영상 찍지는 마시고, 영화 예고편에 버금갈 정도로 내 책을 궁금하게 할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시란 뜻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인데, 인쇄상 출간일은 6월 10일이었지만 실제 출간일은 6월 16일이었거든요. 이것이 뭐가 아쉽냐? 한 온라인 서점 기준으로 초반 일주일 동안 날마다 판매지수가 1000~2000점씩 대폭 상승해 왐마~ 나 중국 진출 허나 보다 했는데 남들 눈에는 이미 나온 지 일주일 이상 된 책으로 보이니까 딱히 선방한단 이미지가 없는 것이죠. 만약 인쇄 날짜가 6월 20일이었다면 ‘어? 이 책 뭔데 출간도 전에 벌써 이렇게 반응이 좋아?’ 하면서 호기심이 생기고 구매욕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출간일을 여유 있게 표기하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랍니다.
왜 세 달이냐? 길어야 세 달이면 책에 성패가 결정 나는데 그 이후엔 군부대에서 역주행하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고로 남겨질 가능성이 농후해지지요. 세 달만큼은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특히 출간 초반에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도록 집중해서 홍보하세요. 에세이 베스트셀러 20위권 책들의 출간 후 3일간 평균 판매량은 200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초반 구매를 몰아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이면 입소문에 한 발 더 유리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산정 방식이 달라지고 그 복잡한 공식을 아직까지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서점 업계의 밀당이구나 추측이 됩니다. 판매지수는 누적 판매량을 뜻하지 않습니다. 최초 1주일은 누적으로 가는가 싶다가 1주일 후부터 전 주 판매량과의 비교치를 통해 뒤죽박죽 증감을 반복합니다. 그들이 밝히지 않는 한 정확한 방식을 알 수는 없지만 첫째 주 월요일 10권이 팔렸는데 다음 주 월요일 5권이 팔리면 다섯 권이 덜 팔린 것에 대한 페널티로 판매지수가 하락합니다.
지인과 맘카페 덕분으로 초반 1주일 판매가 치솟았던 저는 2주 차부터 300점 이상씩 훅훅 깎이는 경험을 하며 ‘언니 나 맘에 안 들죠?’ 멘탈이 나갔는데 그건 예고편에 불과했죠. 한 달 지나니까 무려 1000점 이상을 훅훅 깎더라고요.(와~ 나도 언니 맘에 안 들어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는지? 과연 공정한 방식인지 의아하지만 개인의 의문으로 바뀔 시스템은 아니기에 개의치 말고 My Way를 가세요.
합리적 비용으로 책 관련 피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고 저 역시 추천합니다. 반드시 성의 넘치고 좋은 서평을 써줄 의무는 없기 때문에 모두 마음에 들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서평은 책의 홍보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줍니다. 겪었던 일 중에 분노했던 일이 출간 초기 서평단이 서평을 써주기 전에 이미 기존의 인맥으로 후기를 여럿 만들어 놓았었는데 포털 사이트 점검 기간에 홍보성 IP로 인식이 되었는지 90%가량의 뷰가 삭제된 적이 있었어요. (오퐈도 나 맘에 안 들죠?)이처럼 일반적인 후기는 운이 나쁘면 사라지게 될 수도 있는 반면 서평단의 리뷰는 애초에 홍보 목적으로 도서가 증정된 것임을 밝혀 오해의 소지가 없기 때문에 뷰가 사라지는 불운은 겪지 않는답니다.
과연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저는 없다고 봅니다. 판매는 일부분 늘겠지만 지불한 비용을 뽑아야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글쎄요, 신의 손이 아닌 이상 그만큼을 뽑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자력으로 이목을 끌고 인플루언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우에만 시도를 해보시라 권합니다.
서점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해 서점 측에서 권유하기도 하고, 대형 출판사들이 미리 좋은 자리를 전속으로 예약해 운영하기도 하지요. 가격은 서점의 지점당 한 달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이 발생하는데 요즘처럼 온라인 구매가 일반적인 때에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분명 홍보용 매대에서 유리하게 판매되는 책들도 있으므로 확실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모든 매대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고 신간들 중 일부는 일주일에서 이주일 간 무료로 매대에 놓이는 경우도 있으니 운이 좋게 놓인다면 그에 맞춰 내 책이 이러다가 베스트셀러 되는갑다~ 하면서 적극 활용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들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 뿐 출판 마케팅과 관련한 전문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로 씹어서 떠 먹여줘도 소화를 못한답니다. 제가 출간 축하 선물은 물론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지인들의 후기 및 심지어 손편지 팬레터까지 받은 사람인데 결정적 한 방의 오류가 있었답니다. 아 놔~ 그들은 비공개 계정으로 해시태그조차 없이 열심히 홍보를 해준 것이지요. 내 눈깔 니 눈깔에만 보이는 상황. 하하하~ 이토록 애써주고 좋아해 줬는데 차마 거기다 대고 계정 공개로 바꿔라 할 수가 없잖아요. 지인을 섭외하실 때 1순위는 계정이 공개인가 아닌가입니다. 아셨죠?
홍보를 떠나 사실 정말 고마운 분들이 있어요. 저는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다는 것만도 큰 축복이란 생각에 돈 생각하지 않고 추가로 내돈내산해서 책을 드렸고 지인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이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 부분만큼은 너무 이성적으로 굴지는 말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마움은 필히 전달하고 전략적으로 지인 홍보단을 선발 및 구성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