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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Jul 22. 2021

얻기 위해 잃는 것이다

출간 후 한 달의 기록 2편

왜 탈이 나는가?     


얻으려고만 하니까 탈이 나는 거예요. 존재하는 그럴싸한 것들, 보기 좋게 반짝이는 것들을 채우려고만 하니까 결과의 지점에서 늘 이해력이 달리는 겁니다. 동서고금 브라덜스 시스털스 할 것 없이 가장 좋아할 법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돈일 겁니다. 그래 봤자 뜻대로 되지 않는 한 가지를 꼽으래도 돈일 것이고요. 특히 그 돈을 가지려고 애를 쓰니까 오히려 잃는 겁니다. 여러분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고 저 지금 반성문 쓰는 겁니다. 집구석에서 자체 홈스쿨링 하는 중.     
일을 저지르기 전에 흥신소 수준으로 깨알같이 뒷조사를 하는 편이에요. 곁에서 이런 철두철미한 제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은 본심이 뭐던 간에 한 눈은 못 팔 겁니다. 본능이 ‘걸리면 죽는다.’를 체득했을 테니까요. 이런 철저함은 상처 받지 않기 위함이에요. 긍정적으로 살되 낙관은 용납하지 않는 거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판타지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고 실망과 상처를 대비할 수 있거든요.      


기대와 욕망 

    

그 철저함을 결국엔 비집고 새어 나오는 게 있어요. 기대와 욕망.
그간 나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애써본 적이 없었거든요. 될 일이라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신념으로 성실과 신뢰로 무장했던 날들에 늘 보상이 뒤따라 그럴 필요를 못 느꼈었죠. 근데 출간은 그랬다간 존재감 제로로 끝장나는 일이더라고요. 뻔뻔함을 발목부터 끌어올려 처음으로 나 자신을 홍보하기에 이르렀죠. 이런 어필은 처음이라 손이 오그라들어 요즘 고무장갑을 못 낍니다. 식세기를 사려는 고도의 전략?!?! 암시 속에는 ‘날 위함이 아니다. 출판사를 위한 거다. 우리 부대표님 노후 자금 마련해 드려야 한다.’이 세 줄 밖에 없었는데 잠재의식 속에서는 신형 마이바흐 내장 디자인이 착 달라붙더라는 거죠. 하하하~ 유소유를 실천하는 타입이라서 인간적으로 욕망이 생겨나고, 반사적으로 기대를 품게 되니까 필연적으로 상처가 뒤따라 오더군요. 왜 성과가 이것밖에 안 되지? 저 사람이 날 안 도와줄지 몰랐네. 책이 재밌다면서 별을 왜 네 개밖에 안 줘? 이렇게요.      


사랑을 느끼는 자가 위너!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야나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렇게 막 사랑이 느껴지는 분 계시나요? 도처에 사랑은 있겠지만 우린 사느라 바빠서 일상이 행복인지, 평범이 축복인지도 모르겠잖아요. 열댓 명이 귀에다 대고 피 흐를 때까지 사랑과 찬사를 읊어줘야 사랑받고 있구나 실감하겠죠. 출간이 그런 일이더라고요. 그저 대박, 중박, 쪽박 중에 하나겠거니 집중했는데 정작으로 온 것은 사랑이었어요. 낯 간지러워 열거는 않겠지만 자주 들었던 사랑 중에 제일 후벼 팠던 한 줄이 뭐였는지 아세요? ‘우리 윤미 보고 싶다.’였어요. 심지어 일면식 없는 분들이 저와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로 들리더라고요. 네, 제가 오해가 심한 편. 하하~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착각이더라도 사랑이라 느끼면 사는 용기가 생겨난다고. 어느덧 출간의 의도는 가물해지고 확고하게 용기가 남더라는 거죠. 글을 사랑하는 분들, 이를테면 아이쿠님, 눈이 부시게 님, 미쓰리 님 같은 분들께 책 내시라고 권유와 강요를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다만 주식 창은 닫지 마시고. 사랑이 정말 밥을 먹여주진 않으니까.     


감사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까 삐뚤어지면 될까요? 안 될까요? 일부분 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들에 서운함을 품었던 내 B급 감성이 후져 보여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진짜 돈 벌 생각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내가 조금 틀어지는 것에 일희일비하고, 판매지수 페널티 받는 게 뭐 대수라고 억장이 무너졌나 싶고 말이죠. 심정만큼은 BTS급으로 사랑을 받은 거 같아 갚을 방법 찾기도 붐비는 때인 걸 말이에요. 인생 최고의 덕목으로 갖고 가는 단어가 ‘감사’입니다. 그다음이 마이바흐?!?! 똬쉬~ 손가락 가만히 있어!     


인세 말고 인생     


해보기 전에 어찌 알겠어요? 해봐야 내가 잘못하는 것도 깨닫고 고쳐나갈 기회도 얻고 그런 거죠. 다 가지려고 해서 탈이 났었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잃는 건 얻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그런 거더라고요. 우리 인생은 다 담을 자리가 없거든요. 돈을 얻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나 건강 이런 걸 얻으면 좋겠어요? 은근 아리까리 한가요? 그럼 다시 질문할게요. 돈을 잃는 게 낫겠어요? 사랑이나 건강을 잃는 게 낫겠어요? 답이 딱 나오죠. 여러분이 인세 못 받아도 인생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시간엔 출간 후 동향과 흐름, 홍보, 마케팅 등 출판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인생 쓰시는 분들이 인세도 챙길 수 있도록. 주식 창 닫지는 말랬다!!!     


{추가} 출간은 인세 이외에도 여러 갈래로 부가 수익을 창출합니다. 강연 제안, 사인회, 인터뷰, 또 다른 출간 제의, 방송 섭외, 이직 제안까지 퍼스널 브랜딩의 확고한 지렛대 역할을 해주죠. 영역과 많이 벗어나 거절은 했지만 출간도 전에 저 역시 한 군데에서 연락이 올 정도였으니까요. 출간에 뜻을 두시는 분들은 책을 쓰는 과정부터 이 부분도 함께 고려하시라 첨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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