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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미 Jul 18. 2021

인세! 그것을 알려줌세!

출간 후 한 달의 기록 1편

인세!

두 음절의 이 짧은 단어가 주는 연상 작용은 대단하지요. 유명한 작곡가의 저작권료가 스치기도 하고, 불로소득처럼 와닿기도 하고, 최소한 가늘고 길게 작가가 돈방석에 앉아 있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잖아요. 책을 내기 전 피차일반의 심상이 저에게도 있었답니다. 인세란 성공적인 인생을 대표하는 키워드 같았거든요. 막연하게 남의 얘기였을 때는 금액을 떠나 인세 받는 일은 굉장한 업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남의 떡은 늘 더 큰 것도 모자라 맛집 떡으로 보이는 법이니까요.     


인세 비율은 얼마일까요?

시원하게 밝히겠다는데 쿨하게 안 궁금해라고 말할 사람은 드물 거예요. 남의 돈 얘기가 얼마나 질리지 않는 스테디 소재이자 주제인데요. 인세는 정찰제가 아니므로 케바케로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 책 판매 금액의 10% 전후를 받는다지만, 작금의 출판 암흑기 시대에 그나마도 인세는 줄어드는 추세라 유명 작가조차도 예전처럼 일정 비율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요. 그거 말고 너가 받는 인세가 궁금하시다고요? 안 가르쳐주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지만, 우리 사이에 특별히 공개하자면 저는 그 통상적 수치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받는답니다. 노안의 신입 작가 치고는 매우 선방한 케이스라 무너지지 않는 기준점의 좌표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인세는 협상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 작성 시 작가는 갑이요, 출판사가 을이라는 항목에 많은 초보 작가들이 서프라이즈한답니다. 투고한 원고가 홀대받기 일상이었던 신입에겐 ‘을’도 사치죠. ‘병’ 내지 ‘정’까지 내려놓기가 달인이 된 그들은 호구로 사는 게 차라리 안정감 있고 속 편할 지경이지요. 이 심리를 일부 출판사들이 악용한다는 걸 아셔야 해요. 이를테면 5% 초저가 인세를 제시하며 그에 얹어 작가에게 투자를 권하는 일들도 드물지 않은데 너의 첫 책은 네 작가 인생의 살림 밑천이 될 거라면서 홍보와 마케팅 등에 비용을 반반 내자고 하지요. 알고 보면 작가 전액 부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우리 호구 병정들은 순간 어떤 생각을 할까요? 감히 신입 따위가 협상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는 신념으로 웹상에 질문을 올려요. ‘계약 조건이 이 정도로 그지 같은데 계약해도 될까요?’라고 말이죠. 모두가 뜯어말리는 까닭은 비단 그 한 사람이 겪는 불이익이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악용은 풍토병처럼 번져 안 그래도 열악한 출판계 속 작가의 입지를 더더욱 좁아터지게 할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지요. 인세는 협상의 대상입니다.    


인세를 협상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신입이고 아니고를 떠나 인세는 작품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척도입니다. 출판사가 봉사 단체도 아니고 작품성이 없는데 계약을 하자고 할 리는 없겠지요? 사업성을 따져 보고 이 원고로 수익을 얼마까지 낼 수 있을까를 분석하고 계약하는 게 출판 업계가 하는 일입니다. 그런 사업장에서 각종 현실의 핑계를 대며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건 쉽게 말해 ‘당신의 작품은 사업성도 없을뿐더러 작품성은 더더욱 없으니 당신의 심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돈을 뜯어내고자 한다.’라는 말을 포장지에 곱게 싸서 내뱉는 것이지요. 어차피 작품성은 논외이기 때문에 책을 최적화시키는 과정은 생략할 것이고 그저 ‘인쇄’만 해줄 가능성이 크며 마케팅이나 홍보에 드는 약간의 돈도 아끼려 들 것입니다. 이 과정으로 세상에 나온 단물 빼먹기용 책은 차기작을 낼 때 걸림돌이 안 되면 다행입니다. 출판사 편집장들은 귀신같이 이 작가가 당했다는 걸 감지합니다. 호구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사기꾼 말고는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인세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나요?    

기획 출간의 확률이 높지는 않기에 그것을 향한 선망의 눈빛은 상당히 초롱초롱합니다. 현실은? 산 너머 산맥이 준비되어 있지요. 편의상 책값이 만 원이라 치면 인세 10%를 받는 작가는 한 권 팔릴 때마다 천 원을 받겠구나 계산이 나올 겁니다. 정확하게는 실제 판매된 금액에 대한 인세를 받게 되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율을 적용했다면 실 판매 가격인 9천 원의 10%, 즉 900원을 인세로 받게 되는 것이지요. 갑자기 글을 쓸 게 아니라 주식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지요? 인세는 티끌 모아 푼돈을 실천할 절호의 찬스였군요.    


기대치에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골고루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볼까요? 그 와중에 3.3%의 세금을 제하고 받게 되니까 벼룩의 간을 실사판으로 보시게 될 겁니다. 900원이 아니라 870원! 이게 또 은근 네버엔딩 스토리인데, 하필 어정쩡하게 인세가 들어와 연간 일정 금액이 소득으로 잡히면 ‘기타 소득’으로 분류가 되어 과세 대상이 됩니다. 거기에 주기적인 출간으로 잦은 인세 소득이 잡히면 기타 소득이 아닌 ‘일반 소득’으로 변경되어 벼룩의 쓸개, 담즙, 소장, 대장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자! 우량주를 삽시다.    


얼마 전 본 뉴스에는 더 큰 비극이 있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허위로 별점 다섯 개 주고 댓글 쓰는 불법 알바가 건당 2000~3000원의 돈을 받는다 하더라고요. 영혼을 탈탈 털어 쓴 자식과도 같은 책 한 권 팔기도 힘든 세상에 철퍼덕 주저앉아 신세 한탄을 해보자면, 댓글 알바 네가 천재로구나! 이것은 꿀보직이었어!     


글을 접으란 말씀인가요?

가혹한 출판 현실을 낱낱이 공개하는 건 미래에 저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여러분의 글쓰기를 향한 희망을 꺾어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는 저의 빅 픽처는 아니고요. 그럼에도 여러분은 인세를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과 이유를 말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밑밥 그득한 아름다운 수작질입니다. 다음 편 희망을 보여드릴 때까지 잠시 주식 창 열고 기다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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