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알림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비극
구글에 재난문자를 쳐보니 아래와 같이 재난문자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단어들이 검색어로 들어왔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재난문자가 사람들의 피부에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상위검색어 순으로 해석해보자면,
재난문자 남발
- 말 그대로 재난 문자를 남발하고 있다고 이용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재난문자 아이폰
- 단계별 재난문자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문자 설계로 아이폰유저가 특히나 더 고통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재난문자 현황
- 재난문자들이 얼마나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용자들의 검색 결과이다
재난문자 설정
- 결국 재난문자를 끄거나, 단계별 조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검색어다.
재난문자 비용
- 도대체 이렇게 남발하는 재난문자는 누구의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대체 어떤 재난문자들이 남발되고 있길래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지 찾아봤다. 물론 나는 의미없는 재난문자의 공해속에서 벗어나고자 올해초 바로 차단해버렸기에 샘플조차 모자라서 인터넷에 올라온것을 사례리스트 하였다.
긴급재난문자의 사전적의미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긴급재난문자는 재난이 일어났을 시 해당 지역에 있는 시민들에게 국가에서 오는 문자 메시지이다. 긴급재난문자는 대피나 주의 발생 등을 알리는 의미에서 전송된다.
코로나라는 재난이 이미 와버린것은 어쩔수 없지만, 위 사진에 담긴 내용은 대피나 주의와는 전혀 관련없는, 언제 써도 무방한 텍스트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긴급재난문자와 함께 진동, 사이렌이 울리면 황급하게 스마트폰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런 보나마나한 수준의 문자를 군청에서 보내니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달성군청이 보낸 문자는 긴급재난문자가 아닌 일반 문자로 보냈어도 될 문자이고, 긴급성이 요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군민들을 계도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뇌피셜을 좀 돌려보자면, 긴급문자 초안 작성하고나서 마지막에 몇 자 남았을테니 고민들 했을것이다. 8~9자를 채울만한 내용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이겨내요는 글자 초과일거고 함께 이겨요 달성이라는 문자가 딱 떨어진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서로 박수치고 신났을까. 어르신들이 보시기에도 힘내 이겨요 달성만 봐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흥이 넘쳤을 것이다.
영도구청 문자는 심지어 그 어떤 재난의 위기를 경보한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떻게 논의하는지를 생중계하고 있다. 사실 이정도는 긴급재난문자가 아니라 회사 보고를 저렇게 해도 문제될 것 같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것 자체가 재난이기 때문에 빨리 세금을 미리 내달라고 저렇게 보낸건 아닐까라는 이해를 해보려 노력해봤다. 혹은, 발송담당자가 지금 부산시와 분담액 해결을 빨리 못해 구청장님께 보고를 드리려던 것을 긴급재난문자로 실수한 건 아닐까 싶어 같은 직장인으로 동정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줄바꿈, 맞춤법의 재난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고 했다면 성공했다. PC에서 입력한다면, 줄바꿈이 있었을것이고 그래서 분담액을 띄고 해결한 후를 쓰는 만행을 보여주는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요되므로가 맞다.
이정도는 이제 안부문자로 봐줘야하지 않을까. 내가 부모님댁 내려갈 때도 회사에서 이렇게 걱정해주진 않는다. 국민안전처라 그런가 나의 고향길 운전에 있어 혹여라도 안전띠를 하지 않으면 재난이 발생할 수 있고,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재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을 수 있다.
지자체, 국가공공기관에서 돌아가면서 이렇게 챙겨주고 있으니 어쩌면 긴급재난문자는 대피나 주의가 아니라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게 그 목적이 있지 않나라고 이해심 넓혀보는 시도해봤으나 쉽지않다.
가만 생각해보니 운전중에 긴급재난문자가 와서 깜짝 놀라며 핸들을 틀거나 운전에 방해되었다면 어땠을까? 긴급재난문자의 경보벨 정도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일이다.
심야에 잠못드는 사람들을 위해 심심이처럼 문자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런 지자체 문자의 경우에는 "과하다 싶을만큼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해주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실패했다.
긴급재난문자는 정말 긴급하고 꼭 필요할때 한번쓰는 히든카드 같은것인데, 1시간내에 4번, 1분단위로 연달아보내면 수신자입장에서는 더 빠르게 재난문자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기 바쁠것이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확진자의 이동동선을 저렇게 지역내 모든 사람에게 일일히 다 상세하게 여러번에 걸쳐 뿌릴것이 아니라 별도 관내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만들어 일반 문자를 보내도 되었던 일이다. 이미 확진까지 된 마당에 확진자가 다녀간걸 한참뒤에 알아서 한밤중에 새벽 1시에 저렇게 보내는게 어떤 긴급성을 요하길래 하느냔 말이다.
사실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 특정 지자체,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통신채널을 갖고 있는 모든 집단들이 채널 이용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사기업에서도 이메일, 문자, 카카오플러스친구등 다양하게 고객들에게 디지털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들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고수하는 룰이 있는데 바로 Fatigue 정책이다. 자신들만의 퍼티그 룰을 만들어 놓고 특가 알림, 혜택알림, 중요공지 알림등을 날리고 있다. 누구나 매일매일 고객에게 어필하고 싶겠지만, 푸시알림 공해에 노출된 이용자들은 푸시알림을 손수 공들여 끄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고객 피로를 최소화 하고자 2일텀, 일주일텀, 2주일, 월간 텀을 두고 알림을 보내는 것이다.
사기업이야말로 효율에 미쳐있는 집단들인데 왜 텀을 두고 가끔보내고 있을까? 말 그대로 특가, 혜택이 매일 매일 나온다면 더이상 사람들은 그 앱의 푸시알림을 보게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일주일에 한번 갑자기 예기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와 선착순, 한정판이어야 특가고, 혜택이라는 것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정부의 안전이 상관없다고? 이미 정부의 재난문자는 신용을 잃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긴급재난문자는 더이상 긴급하지도 않고, 문자자체가 재난이 되어버렸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때 소리쳐야했을 양치기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거짓말로 남발하다 정말 위급할때 자기를 지키지 못했다.
정부의 재난 안전문자, 긴급 재난 문자가 긴급하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끼고 아껴 필요할때 꼭 쓰는 히든카드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