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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Aug 05. 2020

노인을 위한 IT는 없다.

IT, 또 다른 세대 장벽

 내게 명절은 12시간 아빠차를 타고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고된 순간들이었다. 베이비붐세대는 고향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서울로 향했고 열심히 돈벌어 명절에 부모님 뵈러 귀성하는 것이 연중행사가 되었다. 덕분에 명절만 되면 온갖 자녀들이 부모님뵈러가겠다고 경부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는 것이 기본이었다. 자식들이 녹초가 되어 고향에 내려오니 부모마음은 오죽했을까. 그래서 역귀성이 시작 되었다. 


 역귀성은 노림수였다. 모두가 한반도 아래를 향할때 상경하는 시간차 공격같은 것이었다. 어느새 부턴가 뉴스에서는 "기차역은 자식들을 보기위해 양손에 한가득 선물을 짊어진 노인들로 붐볐습니다."와 같은 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식을 보기 위해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부모들의 마음은 정겹고, 애틋했다. 그런데, 어느새 부턴가 IT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이 생겼고, 열차 예매는 인터넷이라는 놈이 등장해서 기회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차표한장 손에 들고 기차 타기도 어렵다


 명절 기차를 탄다는 것은 아이돌 콘서트 예매에 버금가는 대국민 클릭전쟁이 되었고, 자연스레 노인들은 이 전쟁의 초입부터 탈락했다. 탈락한 노인들에게 기회는 단하나뿐이었다. 예매 오픈일 새벽부터 매표소에서 남은 티켓을 기다리는 것. 역시나 이것도 젊은 중장년층에게나 허락되는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별 수 없이 노인들은 일찌감치 경쟁에서 밀려나 입석 티켓한장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노인의 눈으로는 출발역하나 고르기도 벅차다


 왜? 인터넷도 생겼고, 스마트폰도 생겨서 더 편리해졌는데 왜 노인만 힘들어진걸까? 21세기 최고의 발명인 스마트폰이 노인들에게는 허들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사는 것부터, 통신요금제는 물론이고, 까톡하나 깔기도 버거운데 하물며 기차 어플리케이션 코레일앱을 깔고 회원가입후 티켓예매라니... 시도해볼 새도 없이 탈락해버렸다. 중장년층들에게 티켓예매과정은 본인들 세대가 경험했던 아날로그적 접근으로는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대가 되버린 것이다.  


키오스크는 또 얼마나 큰 장벽인가


 고작 기차예매 하나 때문에 노인을 위한 나라, 아니 IT가 없다고? 아니! 패스트푸드점의 절반이상이 이미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오직 키오스크만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 또, 은행의 지점은 줄고 있는 지점마저도 ATM으로 대체되고 있다. 문제는 노인들에게 적응할 시간도 없이 키오스크는 빠르게 확산되었고, 시골에서는 은행 지점들이 통폐합하며 간단한 식사, 송금마저도 노인들을 더욱 가열차게 내몰아버렸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런 질문이 나올때가 되었다. "아니 우리할머니는 잘하시는데? 왜 자식들한테 배울생각을 안해?" 


IT교육은 정보기술에 대한 친숙함을 높인다


 자식들이 가르쳐주는 IT는 그때뿐이다. 또, 자녀가 없거나 가르쳐줄수있는 여유가 없는 노인들도 많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법을 알려주라고 하지 않았는가. 까똑하는거 하나 알려드리고, 은행 로그인하는거 하나 알려드려도, PC스마트폰의 시대를 살지 않은 노인들에게 IT는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장애물들이다. 그래서 IT교육인프라가 필요하다. 노인들이 IT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꾸준한 반복 교육은 물론이고, 이런 IT환경 메카니즘과 더불어 실제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의 접근성도 개선되어야하는 것이다. 은행앱의 돋보기버전, 스마트폰의 간단 모드와 같이 노인 고객의 사용자 경험이 서비스에 도달하기까지 부드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에 더 노력해야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IT는 있을 수 있다.


 왜 돈들여 노인의 IT교육을 장려하고,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냐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기 때문에? 뭐 그정도 윤리적인 접근은 당연한거지만, 이미 시작되고 있는 세대간 갈등때문이다. 명절만 되면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고모, 삼촌이 밉겠지만 그들의 세대는 그게 당연했던것이기에 우리세대에게 강요아닌 강요를 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우리는? 키오스크 앞에 서있는 노인들의 느리고 미숙한 조작을 보며, ATM앞에서 내게 매번 물어보는 노인의 물음에 대답하며 내마음속의 짜증을 낸 적은 한두번씩 있지않나? 우리에게 당연하고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IT서비스들을 노인에게 이해하라고 잘하라고 강요하는것도 역시 강요아닌 강요다. 인구의 3할 이상인 노인을 이렇게 IT문맹으로 방치한다면 결국 이들의 생활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세대에게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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