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미치다 사과문 다시쓰기
여행에 미치다 양떼목장 사건 사과문 사례
2020년 8월 29일 오후 6시 유명 인스타 채널에 해괴한 영상이 올라옵니다.
여행 관련 국내 최대 채널로 유명한 여행에 미치다 공식계정에서는 '대관령 양떼목장'을 소개하는 복합피드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피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진 사이에는 25초 내외의 성관계를 의심케하는 영상이 끼워져 올라왔습니다.
해당 피드를 가림처리하여 올린 피드게시자는 업로드 이후 곧 피드내에 잘못된 영상이 올라갔음을 인지하고, 급하게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 뒤 1차 사과문이 올라오게 됩니다. 잔잔한 어느 바다의 석양이 지는 순간인지, 해가 뜨는 순간인지 알 수 없는 영상과 함께 [공식 사과문]의 타이틀을 달고 올라오게 됩니다.
SNS에서 유명한 사과문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의 포맷에 맞춰 쓴 듯한 사과문의 내용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 안녕하세요. 여행에 미치다입니다.
2.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 금일 오후 6시경 업로드되었던 양떼목장 게시물 중 적절치 못한 영상이 포함되어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불쾌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3.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 일말의 변명없이, 관리자로서 신중히 신경쓰지 못해서 게시물을 보신 많은 분들 뿐만 아니라 게시물을 제공해주신 분께도 피해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4.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
- 추후 여행에 미치다 대표의 댓글로 보완.(아래참고)
5.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 멋진 여행지를 소개해드리며 위로해 드리고자 하던 여행에 미치다의 바람과 달리 불쾌한 영상과 미숙한 운영 및 조치로 많이 놀라시고 실망하셨을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6.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계정, 디바이스 그리고 콘텐츠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여 이런 문제 발생 및 피해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언뜻보면, 사과의 정석 포맷에 맞추어 쓰여진 무난한 사과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사과문은 1,5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틀린 답안으로 4번 대표의 댓글로 보완된 내용까지 다루고 하나씩 수정해보겠습니다.
위의 사과문에 더해 대표는 해당 사과문에 덧글로 위와같이 추가 코멘트를 작성하였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점은 영상내 인물들이 동성이라는 점을 밝힌것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4번 사과문을 수정하며 제대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 금일 오후 6시경 업로드되었던 양떼목장 게시물 중 적절치 못한 영상이 포함되어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불쾌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본인의 잘못 범위를 지극히 한정하였습니다. 잘못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적절한 영상을 업로드한 행위
(2) 불법촬영물을 다운로드, 소지한 행위
(1)번에 대해서는 바로 사과했으나, 업로더가 어떤 경로를 통해 영상을 입수하였고, 소지했는지에 대한 잘못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대표가 덧글로 보완을 하였지만, 이내 곧 삭제하였기 때문에 (2)번에 대한 잘못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사과문을 작성한 반쪽짜리에 해당합니다.
3.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 일말의 변명없이, 관리자로서 신중히 신경쓰지 못해서 게시물을 보신 많은 분들 뿐만 아니라 게시물을 제공해주신 분께도 피해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 마찬가지로, 피해의 범위도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상 속 촬영 대상자
(2) 채널 팔로어
(3) 여행에 미치다 직원
가장 먼저 피해자를 (2)번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물론 채널의 직접적인 팔로어가 가장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외 (1), (3) 피해자에 대한 규정없이 지나치게 됩니다. 해당 업로드로 인해 여행에 미치다 채널은 대외 신뢰를 잃으며 앞으로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어려워집니다. 대표와 같이 지분 참여자가 아닌, 일반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고용 불안의 위험까지 안게 된 셈이죠. 대표는 덧글에서 내부 직원에 대한 사과를 했지만, 곧 삭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영상 유포에 대한 동의가 구해지지 않은 영상 속 촬영 대상자들이 피해의 범위에 있습니다.
4.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
- (삭제된 대표의 덧글) "해당 영상의 경우, 트위터에서 다운로드한 영상입니다. 직접 촬영한 형태가 아닙니다. 또한 영상에 포함된 인물 모두 동성입니다."
=> 관련해서는 2가지가 논점입니다.
(1) 직접 촬영한 영상인가
(2) 불법다운로드 받았다면, 피해자가 있는 불법촬영물 아닌가
여기서, (1)번, 직접촬영한 영상이 아닌 다운로드한 영상임을 밝힙니다. 실제와 다르게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다운로드 받았고, 트위터를 통해 불법다운로드받았다면, 해당 영상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촬영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를 촬영자 남성, 촬영 대상자 여성으로 의혹을 품고 피드백을 요구하는 팔로어들에게 '동성'이라고 바로잡아주었으나, 이는 곧 '동성'간의 촬영물은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을것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으므로 굳이 불필요한 사족이었습니다.
6.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계정, 디바이스 그리고 콘텐츠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여 이런 문제 발생 및 피해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책임을 질 수 있는 형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불법 다운로드, 소지, 업로더의 명확한 처벌
(2) 재발생하지 않도록 업로드 시스템 변경 및 보완
(3) 사내 Compliance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
그러나 사과문에서는 계정, 디바이스 그리고 콘텐츠 관리라는 모호한 범위의 관리대상을 지정하고, 심지어 잘못을 계정과 디바이스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먼저, (1)번에 대해서는 대표의 덧글에서 언급한 바가 있으나 이 역시 곧 삭제되었습니다. (2)번에 대해서는 디바이스, 콘텐츠 관리가 아니라 향후 업로드 과정에 있어서 검수 확인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밝혀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이 모든 인재를 막을 수 없으므로 (3) 사내 교육을 통해 인식제고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어야합니다.
이후 1차 사과문 피드는 삭제되었고, 자정을 넘겨 2차 사과문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과문의 피드를 감성 바다 영상으로 올려 자칫 사과문을 읽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검은 바탕에 '공식사과문'을 올립니다.
2차로 올라온 공식사과문은 위의 내용을 대부분 보완 수정하여 올렸습니다. 그러나 대표가 올렸다고 본인이 작성한 덧글에 대한 내용이나 이로인해 사퇴한다는 내용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또한 직원교육이 진행되는것이 담당자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것처럼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업로더 담당자가 직원인지 대표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5달전 브런치에서 여행에 미치다가 코로나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글을 썼을만큼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젊은 스타트업 청년들의 성장을 응원해왔습니다. 그러나, 어리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옹호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분명한 내부 처벌과 사후 대처가 있어야만 해당 회사는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