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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Sep 16. 2020

이재용의 사과문이 회자되는 이유

사과문의 정석이란


 때는 2015년, 지금의 코로나보다 훨씬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가 창궐하던 시기였습니다. 감염증 확산은 더뎠지만, 그만큼 치명적이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삼성병원이 모든 비판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음압병실부족, 의심증세 환자보고 지연 등 병원의 대처에 대해 언론에서 도마에 올랐고, 이재용 부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과와 대책, 반성과 위로를 쏟아냈습니다.


 국내 최고 법률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는 삼성이기에 여러 발표문은 매번 깔 것 없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지만, 메르스 당시의 사과문이 계속 회자되는데에는 군더더기 없이 사과라는 본질에 집중하여 사과문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은데 있었습니다.


 지난번 사과문 다시쓰기에 이어, 좋은 사과문의 사례로 가져온 사과문 전문과 분석을 함께 보시죠.



1. 잘못의 주체 및 피해의 대상 선정, 사과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  사과문을 시작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제시하였습니다. 어떤 잘못을 누가 했고, 누가 어떻게 고통받았는지 선정하고, 사과를 진행합니다.


    (1) 사과문을 시작하는 이유 :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고통과 걱정을 끼쳤기 때문

     (2) 누가 잘못했는가 :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3) 어떻게 잘못했는가 :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했다

     (4) 누가 피해를 받았는가 : 국민 여러분이

     (5) 어떤 피해를 받았는가 : 큰 고통과 걱정을


 이와 같이 구체적으로 잘못의 주체와 피해의 대상을 선정하면 보다 명확하게 사과문에서 주체와 피해자의 구분이 선명해집니다. 이를 통해 사과문을 읽는 사람은 보다 쉽게 사과문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것으로 사과 태도에 있어서 진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이에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매스컴앞에 나타나서 육성으로 고개숙이며 사죄하는 태도가 진정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2. 구체적인 사과의 대상 선정 반복 사과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 사과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좁혀서 직접적인 피해자과 간접적인 피해자를 나누고 있습니다.

 

    (1) 직접적인 피해자(중) :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중인 환자분들

     (2) 간접적인 피해자(경) : 예기치 않는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


 이와 같은 피해가 구체화 및 구분을 통해 자신들의 사과가 모호하지 않고 누구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하고 있습니다. 자칫 사과 흉내만 낸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위해서 '내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지'에대한 개념정립을 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님에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자보다 수적으로도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여 챙기는것이 중요합니다.


3.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진정성 조성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 환자라는 공감대 형성하면서 청자에게 진정성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1) 공감대 배경 설명 :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2) 구체적인 공감대 나열 : 환자분 = 이건희 / 가족분 = 이재용 등치화시킴

    

 사과의 메세지에 아무리 여러 미사여구를 달아도 사과 주체와 객체간 거리감이 발생한다면, 결국 진정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합니다. 특히나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국내 주식 최고 부자에 항상들고있고, 집안도 3대가 모두 최고 재벌가문으로 대한민국에서 어느 누구를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모두 생각합니다. 이런 재벌이 머리숙이고, 조아려봤자 진심이 아닐것이라 생각하지만 만약 병상에 1년이상 아버지를 환자로 두고있는 아들로서 접근한다면 환자 가족이라는 공감대를 통해 진정성을 조성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4. 공식화 선언을 통한 조력 의지표현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 지원에 대한 공식화를 선언하여 감정의 영역을 넘어선 이성의 영역에 대한 사과


   (1) 감정의 영역 사과 : 잘못에 대한 통감

   (2) 이성의 영역 사과 : 대책 제시


 사과에서 감정의 영역은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통감하고, 후회, 반성한다는 표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1~3까지는 감정의 영역에 대해 사과하고있습니다. 그리고, 4번을 분기로 본격적인 이성의 영역에서 사과를 합니다. 사과에서 이성의 영역은 '나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대상에게 어떤 보상을 통해 위로를 하겠다. 또한 법적처벌에 대한 책임을 감수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본격적인 대책을 제시하면서 관계당국과 긴밀히 협조하여 메르스 사태를 해결한다는데에 집중합니다.


5. 사태에 대한 감상으로 감정 동기화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이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 자책을 하며, 비판을 하는 이들로 하여금 거센 비난을 조기에 차단합니다.


 사과문의 맥락에서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긴하나,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이성적인 사과 도중 사과의 화자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과하다가 스스로를 자해하거나 우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이는 사과의 대상이 분노를 멈추지 못하거나, 사과의 맥락에서 자신의 책임을 보다 경감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인데, 사과문의 정석으로 알려진 이 사과문에서도 맥락을 비틀면서까지 참담하다며 자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동정심이 유발되는 것은 5번의 문장이 의도한 효과입니다.


6. 사고의 이유 나열과 대책 구체화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 대책을 제시하면서 신뢰를 확보합니다.

   

    (1) 현재의 문제 : 진료 환경 개선, 음압병실 구축,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2) 미래의 문제 : 감염질환 대처 위한 예방활동과 백신, 치료제 개발 적극 지원


 메르스 당시 삼성병원에서 발생한 현재의 문제를 먼저 조명합니다. 급증하는 환자가 늘어 유례없는 비상사태에 음압병실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인프라 확충에 모두들 신경쓰기 시작합니다. 삼성병원은 이에 음압병실을 통해 감염자 분리 치료를 약속합니다. 미래의 문제는 앞으로 닥칠 2,3차 재난에 대한 약속입니다. 감염질환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손씻기, 마스크 착용등 시민사회에서 적용될 미래 약속을 합니다. 예방차원은 운동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백신까지 필요하므로, 예방 - 대처 - 관리 - 치료 모든 감염 질병 관리 프로세스에 걸쳐 대책을 제시합니다.


7. 비판의 대상 구체화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대상을 바꾸며 내부고객(직원, 의료진) 커뮤니케이션 강화.


 사태로 인해 사과당사자인 삼성과 피해당사자인 환자와 시민을 나눈다면, 삼성에서 일하는 직원, 의료진은 어디에 포함될까요? 사실 경영진을 대표해 나온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격려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판의 대상 구체화를 시도합니다. 비판은 경영 실패를 책임지는 경영진이 지고, 의료진과 직원들은 비판으로부터 구분합니다. 환자와 시민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임과 동시에 내부고객을 달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8. 약속과 사과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 사과 반복을 통해 글의 속성을 다시 확인


 마지막으로 세번째 사과를 반복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사과 - 자책 - 사과 - 위로 - 사과, 사과문은 사과는 물론이고 자책과 위로를 나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본질은 사과임을 다시한번 명확하게 밝히며 글을 맺고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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