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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Oct 24. 2020

아이린 갑질 사과문 다시쓰기

4년째 실패하는 SM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사과

지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국정감사도 아니고, 백신 사망사례가 아닌 아이린의 갑질논란입니다


아이린이 갑질? 폭로에 증언·응원 잇따라 "나도 당했다"


지난 10월 20일 15년 경력의 스타일리스트가 모 걸그룹과의 촬영에서 20분만에 울정도로 갑질을 당했다는 요지의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부터인데요. 몇가지 단서로 인해 해당 연예인은 SM엔터 레드벨벳의 아이린(본명 배주현)으로 밝혀졌고, 해당 과정에서 녹취가 진행되어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린과 SM엔터는 사과문을 올리며 갑질의 주체가 본인들임을 밝혔습니다.


아이린의 사과문과 SM엔터의 공식입장


 사과문이 나오고 나서 자세히 살필것도 없이, '아... 사과의 정석을 또 따르지 못했구나... 사과못하니만 못한 사과를 했구나...'싶었습니다. 결국 본인으로 특정되는 상황에서 빠르고 올바르게 사과를 해야 이 갑질논란국면을 전환할 수 있을텐데 다시 한번 뜨뜨미지근한 사과문으로 대중의 분노를 살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올바른 사과공식에 맞춰 아이린의 사과문 전문을 다시 보겠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 '아이린입니다.


2.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 내용없음


3.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 저의 어리석은 태도와 경솔한 언행으로 스타일리스트 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함께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큰 상처를 드린 점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4.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

- 내용없음


5.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 이번 일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저의 부족한 언행이 많이 부끄러웠고 스태프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되었습니다.


6.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이번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 붉은 표시가 된 문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2.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 내용없음


=> 본인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지에 대해서는 가해 당사자만이 밝힐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과문의 진정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자신의 잘못한 지점을 떠올리고, 모두 앞에서 함께 잘못을 공유하고 돌이켜보는 과정이 부재한 것 때문이죠. 본인이 어떤 갑질을 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건 사고 개요에 대한 서술이 없이 바로 피해자 사과로 넘어갔기 때문에 사과문의 필수요소를 빠트린 잘못이 있습니다.


3.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 저의 어리석은 태도와 경솔한 언행으로 스타일리스트 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함께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큰 상처를 드린 점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 스타일리스트가 밝힌 피해자는 본인을 포함한 총 3명임에도 불구하고(피해자 스타일리스트 입장문 "그날 저의 스케줄을 같이 도운 다른 에디터 후배 1인과 어시스턴트 1인에게도 같이 일어난 일이었기 때 문입니다") 녹취를 쥐고 있는 스타일리스트에게만 상처를 준 것으로 잘못의 범위를 한정하고, 그동안의 갑질 논란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접근방법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로인해 어떤 피해를 입게 되었는지에 심리적인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일방향적인 사과를 하고 있는 뉘앙스의 사과전문이 실패를 한번 더 가중합니다.


6.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이번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갑질논란을 잠재우고, 다음 정국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여전히 사과문내에는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명시가 없고, 그로인해 누가 피해를 받았는지 피해자를 비롯해 과거 갑질을 당했다고 말하는 다양한 국내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들에대한 구체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없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를 하고 바로 활동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는 연예인들이 많은데요.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에서 SM엔터를 비롯한 소속사들이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같이 의논하고, 혹은 외부컨설팅을 받는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진정성있는 사과와 책임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것입니다.


 문득 아이린의 사과문을 보면서, SM엔터는 참 한결같이 사과를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파니이름만 빼면 어디든 넣을수있는 무성의한  사과문

 2016년 SM엔터 소녀시대 티파니가 일장기와 전범기를 SNS상에 올리고 질타를 받자, 올린 손글씨 사과문이 바로 그 예인데요. 손글씨 사과문을 쓰는것이 한창유행이 된게 어언 10년 남짓이지만, 손글씨는 단순히 누가 대신써주는 사과문이 아니라 본인이 쓴다는데에서 방법론적으로 긍정적인 접근법입니다. 그러나 결국 사과문의 내용이 충실한가가 사과문의 성패를 가름하는데, 이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티파니의 사과문 역시 자신의 잘못을 명기하지 않고, 그 피해의 대상과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없었기 때문에 사과문이 긁어 부스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기 싫은 사과문을 억지로 쓰는 뉘앙스로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산 것이죠.


 SM엔터는 워낙 큰회사이고, 다른 아티스트가 많아 뭉개거나, 대충 대처하면 또 다른 아티스트들로 비즈니스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은 매출,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법인 주체가 스스로 책임을 지겠죠.


 그러나 아티스트는 소속사가 챙겨주지 않는다고 하여 이렇게 대충 대처하다간, 개인 사업자로서 자신의 비즈니스 영위 범위가 대폭 좁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벌만큼 벌었으니, 큰 타격은 없겠다고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비난의 홍수 속에서 감내하는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본인들의 사과문이나 대처가 미흡했다면 다음기회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즉각, 당장 바로 잡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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