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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Nov 11. 2020

에스티로더 사과문 다시쓰기

작은 실수에도 공든 탑은 무너진다


 사실 처음 사과문 다시쓰기를 처음 매거진을 만들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가를 꼬집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 속에서 사과를 표명하는 방식의 문제는 시대가 흐르며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잘 쓴 것일지도 모르는 모범사과문의 양식이 몇년만 지나더라도 매우 고리타분하고 부족한 사과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요즘 같이 더 넓고 방대하고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로 나아갈 수록 이전 방식의 사과문은 한번 돌아선 대중으로부터 쉽게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과문에서 소외된 사람은 없는지, 사과문을 통해 발표한 향후 대책이 미진하지는 않은지, 사과문속에서 또다른 차별이나, 비하는 발생하지 않았는지, 지역과 국가 문화에 따라 사과문이 곡해되지는 않을지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혹자는 최근 발생한 에스티로더 동양인 차별 사건으로 발표된 사과문이 그래도 잘 쓰여졌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질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과의 프로세스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하겠습니다.



 먼저 사건의 발단이 된 에스티로더 동양인 차별사건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을 통해서 에스티로더 제품 파운데이션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황당한 배송을 당했습니다. 당시 신청했던 쉘컬러(13호)의 파운데이션은 오지 않고, 훨씬 어두운 컬러인 아이보리 누드(21호)컬러의 파운데이션이 온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 겉면에 조잡스럽게 붙은 메모에는 소비자가 주문한 컬러가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이므로, 직원이 임의로 '동양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컬러'를 변경하여 보내겠다는 내용으로 갈음되어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화가 난 포인트는 바로 선택강요, 인종차별 등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몰에서 자신이 직접 원하는 색상을 고른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강요당했다는데 크게 분노했습니다. "내돈내고 내가 사겠다는데 왜 참견하나?"라는 의견이 다수였죠.


 또한, 자신이 선택한 컬러가 '동양인에 어울리지 않다'라는 비하, 차별을 당했다는 것이죠. 백인은 하얗고, 동양인은 노랗다, 어둡다라는 고정관념안에서 상대방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선으로 소비자를 기만했습니다. 



 이에 대해 에스티로더는 2번의 사과문을 냅니다. 1차 사과문은 댓글을 통해서 냈습니다. 마음이 급했을까요? 댓글 사과문은 오히려 역풍만 맞게 됩니다. SNS에서 사과문을 낼 때 많은 담당자들이 하는 실수가 사고 터졌을 때 최근 게시물의 댓글로 사과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댓글 사과문은 진정성 전달에서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전에 여행에 미치다 사과문 다시쓰기에서 범했던 실수와 비슷한데요. 여행에 미치다에서도 1차 사과문을 감성적인 파도 영상과 함께 올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적인 여행 피드로 오해를 사게끔 한다는 비판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대문짝만하게 새로운 피드를 열어 나열하지 않으면, 잘못을 숨기려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사고가 터졌을 때는 차분하게 새로운 피드를 열고 큼지막하게 자신들의 잘못을 나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일 것입니다. 



 에스티로더는 댓글 사과문을 통해 비판받은 이후 다시 재정비하여 2차 사과문을 작성합니다. 사과문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희 브랜드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저희 브랜드 제품을 주문하신 일부 고객분들께 매트 파우더 파운데이션의 색상을 임의로 바꾸어 배송하면서 매우 부적절한 메시지를 동봉해 보내 드렸습니다.

선택하신 것과 다른 색상의 제품과 해당 메시지를 받으신 모든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이는 저희 브랜드가 깊이 존중하는 모든 여성분 각자 개개인의 다양한 아름다움이나 브랜드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저희 브랜드 모든 임직원은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에스티 로더는 소비자분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제품을 구입하신 고객분들 뿐 아니라 저희 브랜드에 훨씬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셨던 모든 소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러한 이슈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부 교육 등을 더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내부 업무 절차도 다시 점검 및 보강하여 더욱 고객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브랜드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 분들과 모든 소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에스티 로더 올림


 어떠신가요? 문제없이 제대로 작성된 사과문이 맞나요? 사과문 매거진을 통해 꾸준히 말하고 있는 사과의 대원칙을 대체로 잘 지킨 것 같습니다. 본인들의 잘못을 나열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무엇을 간과했는지, 이로인해 피해, 상처입을 사람은 누구인지, 앞으로 대책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은 시큰둥하고, 또 격정적으로 사과문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바로 '저희 브랜드가 깊이 존중하는 모든 여성분'에 대한 표기때문입니다. 자, 돌이켜서 에스티로더가 비판받은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인종차별이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해 민감한 고객군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나누고, LGBT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스탠스에 대해서도 비판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며, 화장품은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시키는 성관념고착화는 인종차별처럼 젠더, 인종등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역할, 행동 고착화 행동과 같은 선상에서 다뤄집니다. 


 에스티로더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교육을 하겠다고 했지만, 사과문을 작성하는 주체 역시도 여전히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사과문의 진정성과 앞으로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의 시대는 보다 더 탈관념적인 소비자들이 소비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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