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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Sep 13. 2020

바다 내음 가득한 모지코, 그리고 고쿠라

JR패스 일본 철도 전국 여행 - 기타큐슈편

JR패스 14일권을 개시하는 날입니다. 본격적을 JR을 타기 시작하는 기다려왔던 날입니다. 2박을 지낸 캡슐호텔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정말 싼값에 잘 쉬다 갑니다) 하카타역으로 갔습니다. 이른 오전이었지만, 사람들은 많았고, 간신히 오니기리와 물을 챙겨 기차에 올라 탔습니다.



 아침 요기를 하려고 할때는 오니기리만한게 없는데 아쉽네요. 오니기리에 시원한 생수 한병을 들고 기차에 올라타 천천히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지켜봅니다. 청명한 생수와 자연이 어우러진 차창밖 풍경이 잘 어울리지 않나요?


 고속철을 타면 18분이면 도착한다고 하는데, JR패스를 사용하느라 일반철을 탔는데요. 덕분에 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고쿠라 역은 처음 와보는 역인데요. 이후에 이렇게 여기를 자주 올줄은 몰랐습니다. 엄마와 북큐슈여행을 다니느라 고속버스를 타겠다고 고쿠라에 오기도 했고, 혼자 2박3일 고쿠라로 여행을 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같은 코스로 또 방문했으니 고쿠라가 이제는 친숙하네요



 고쿠라 역은 매우 웅장합니다. 역을 나와서 배경을 찍어보니 그 웅장함을 체감할만 했는데요. 재밌게도 사진을 찍는 동안 옆으로 모노레일이 지나갑니다. 고쿠라 내 주요 지역을 가는 방법이 이런 모노레일과 버스가 있으니 지하철을 대체하는 교통수단인 셈입니다. 


 유동인구가 적어서 적은 량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습니다. 고쿠라에서 묵을 곳을 한참 찾았는데 역시나 고쿠라에서도 하루정도 짐 캐리어 박아놓고 돌아다닐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습니다. 사실 고쿠라 자체에 게스트하우스가 적을뿐만아니라 그마저도 워낙 열악하여 선택지가 별로 없었는데요. 그래도 버스 정류장에서 10분내외였으니 겨우 가긴 했네요.



 캡슐호텔에 묵는것이 익숙해서인지, 어딜가든 불편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가격대가 가격대인만큼 숙소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외관부터 80년대 서울 어딘가의 사무실 건물 느낌나는곳의 2층과 3층에 걸쳐 있었는데, 이마저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캐리어와 배낭을 끌고 올라가느라 고생했습니다.

 

 또, 숙소마저도 상상이상이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막공간에 꿉꿉한 습기에 여러날을 묵은 것 같은 여행자들의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져올라왔습니다. 물론 좋은 것은 여기서마저도 게스트하우스에서 2층 침대 위로 올라가 커텐을 치면 더이상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음산한 기운이 강한 숙소에 짐을 내팽겨치듯 놓고 나와 잠깐 걸었습니다. 뭐 아무리 더워도 해가 쨍쩅 내리쬐는 낮에 푸르른 하늘을 지켜보며 걸어가니 곧 상쾌해졌습니다. 역시나 고쿠라도 강들을 끼고 있어서 강변 산책하는 그림이 참 좋습니다. 


 고쿠라에는 오사카나 여느 관광지처럼 큰 성이 있습니다. 고쿠라성으로 가보면 오사카성과 매우 흡사한 큰 성이 있는데요. 올라가지는 않고 성 주변을 걷습니다. 이 성도 역시 어느성과 마찬가지로 해자를 갖고 있는데요. 성 주변을 물로 채워서 전쟁할 때 적들이 쉽게 성벽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만든 인공 호수 같은 형태 입니다.



 짧은 고성 투어를 마치고 이동하는 곳은 JR패스 뽕을 뽑기 위해 오늘 바로 모지코까지 다녀올 예정입니다. 고쿠라 도착은 고쿠라역에서 했지만, 성에서 가까운 쪽은 니시고쿠라이기도 하고, 동네 마실다닐 겸 작은 역으로 향합니다.


 특히나 일본 길거리는 마실다니기도 재밌는 것이 차고지 증명제가 도입되어 차량이 주차할 곳이 증명되어야만 구매할 수 있어 좀처럼 길거리 불법주차를 해놓은 차량이 없습니다. 덕분에 계획된 도시일수록 도시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골목에 담아보여주고 있죠.


 예전에 전주 잠깐 살 때 동네 곳곳마다 포스터들이 붙어있었는데, 아래 사진과 같이 공연 관련 포스터를 한데 모아놓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매번 일본에 와서 느끼지만, 우리나라의 90년대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더 친숙한 느낌이고요.



니시고쿠라역은 고쿠라역과는 한정거장이고 사실 버스 한정거장 수준의 거리에 있어 가까운 통근러 아니면 잘 이용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한산한 플랫폼을 찍었는데, 역시나 기차여행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들고다니는 리락쿠마 인형입니다. 이번 여행의 상징이라고 보여지는 승무원 복장을 하고 있는데, 자리가 한참 비어있어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20분? 남짓으로 가까운 거리에 모지코가 있습니다. 기차에 탄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모지코에 도착했는데요. 모지코도 관광지라면 나름 관광지이기 때문에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반면, 평일 낮이라면 사람들이 한산하고 조용합니다.


 한산한 모지코역 간판을 뒤로  기념 사진을 하나 남기고, 모지코 역사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는데 볼거리가 꽤 있습니다. 인력거를 비롯해서, 역사 종등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배치해놓아 구경하기 좋습니다.



 모지코가 유명한것은 레트로 건축물이 많기 때문인데요. 1889년 개항을 하면서 국제무역항으로 변모한것을 계기로 꽤나 많은 서양문물이 들어왔나봅니다. 덕분에 20세기초 서양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세워진것을 관광지화하여 1995년에 본격적으로 모지코 레트로 사업을 했다고 하니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구한말 개화기 당시의 복고풍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건물들이 곳곳을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이색적인 것이 대체로 내륙은 산지가 많고,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들은 해안가가 많아서 도쿄나 오사카, 삿포로, 나고야, 히로시마 어딜가든 바다가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모지코의 시가지도 역시 바닷가와 붙어 있어 바닷바람은 물론 바다내음까지 맡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재밌는것은 부산의 영도대교마냥 작은 다리가 도개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산 영도대교만큼 거대한 다리는 아니어서 그리 진풍경은 아닐수도 있지만, 이 다리 같은 경우는 자주 도개를 해주어 사람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도개를 보고 이용할 수 있게끔 되어있었습니다. 



 모지코까지 와서 명물카레를 먹으려고합니다. 이곳의 야키카레가 유명한데, 특히 이 가게같은 경우에는 맥주로 끓여만든 바이젠 야키카레가 유명합니다. 세계 카레 대회에서도 해당 요리로 우승했다고하니 맛은 보장된 셈이죠


 한국인들이 많이와서 그랬는지, 한국어 메뉴판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혼자오기도 했고, 딱히 파스타나 샐러드가 아닌 바이젠 야키카레+샐러드 세트를 시킵니다. 여기에 생맥주까지 같이 시켰는데요. 더운 여름날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면서도 뜨거운 야키카레를 같이 먹으니 또 별미입니다.


 먹기전 지글지글 끓고 있는 카레의 모습을 보니 다시먹고 싶어지네요.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여전히 2시, 뜨거운 낮이네요. 모지코 레트로인 만큼 주변 레트로 건물들을 구경하다 재미있는 상을 발견했습니다. 바나나 둘이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잡고 있는데요. 1903년에 모지코로 대만에서 대량으로 바나나가 들어오면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지코에가면 야키카레와 벌꿀바나나를 꼭 먹어보라고 하네요. 모지코 곳곳에 작게 다니는 열차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기차 신호등? 이 귀엽게 내려와 앉아있습니다. 이제 모지코역 근처에 있는 기차박물관으로 갈 차례입니다.



모지코 철도박물관은 원래 400엔일텐데 JR패스 소지자에 한해 240엔에 입장시켜주는것으로 기억합니다. 비싸게 JR패스를 주고 샀으니 여기서도 나름 할인을 받으면 좋겠다 싶어 들렀는데 꽤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모지코에서 더 할게 없어진 상황에서 돌아가기엔 너무 밝고 더워서 박물관 구경도 하면서 좀 열기를 식히려 했습니다.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기관차가 바로 앞에 보입니다. 박물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도 이렇게 여러대의 기차 종류를 전시해놓고 직접들어가서 구경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보니 모두 일본어라 심심하긴 했지만, 곳곳에서 과거 드라마 국희? 같은곳에서나 보던 기차역 엿장수와 그걸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모습같은 형상들이 보여 구경했었습니다.



2층까지 박물관이 있어서 2층에서 잠시 앉아 쉬었습니다. 안내서를 보니 바깥으로 나가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미니 열차 체험장같은곳이 있다고 하여 나가보았는데, 뙤약볕에 미니 열차를 타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아기자기하게 잘꾸며놓아서 그래도 꽤 귀여웠습니다.


 이국적인 박물관 주변도 가볍게 산책하며 이제는 고쿠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고쿠라에 또 명물이 있다면, 아루아루시티겠지요. 온갖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취미,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 모일 만큼 유명하다고 합니다. 아키하바라에 댈 것은 아니지만, 규슈지방에서 이정도 집중화된 덕질 건물은 또 없을 것 같네요


 고쿠라는 애니메이션과도 인연이 있는데, 은하철도999의 작가가 고쿠라에서 자랐기 때문에 철이와 메텔의 동상도 역사에서 구경하고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으로 돌아와 이치란라멘을 먹으러왔습니다. 후쿠오카에 있을 때 본점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깜빡했지만, 뭐 역시나 어딜가나 이치란라멘은 맛이 똑같이 맛있으니까요. 790엔에 즐기는 명물 라멘 이치란으로 3일차 일본여행의 밤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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