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잘 안되는 이유
앞서 공부를 안하는 아이를 이제 하게끔 유도하였다면 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할 때이다. 공부도 잘하는 애들이 잘한다고,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잘하는애들은 고등학교 가서도 잘하는 건 당연하다. 선행학습이 잘되어서가 아니라, 이전학습에 대한 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고3이 되어서야 발현되는 친구들은 중학교 수학책부터 펼치고 정말 천신만고 끝에 올라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 성적이 올라오는 것은 계단식 상승이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기전까지 인내해야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여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사실 예전부터 공부하던 애들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고 볼 수 밖에없다. 갑자기 몇달했다고 올라오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 자 이제, 그럼 왜 우리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정말 안타까운 것은 순공부시간이 1.5~2배에 달하는 데도 몇년간 성적이 올라오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착하고 바르게 자란 친구들 중 가장 안타까운 점이 이렇게 공부시간은 늘어만 가는데 성적이 오르지 못하고, 자칫 중간에 머리좋다고 불리는 놈들한테 역전당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좌절을 겪는다 왜 그럴까?
공부라는것도 기술에 가까워서 요령을 터득하는 과정중 하나이다. 실제로 국어지문을 푼다고해도 전지문을 다읽고 풀 필요도 없이 문제에 나타난 질문의 요지만 갖고도 지문을 선해석하고 추론이 가능하다. 전반적인 지문의 흐름을 읽고 국어지문을 보게 되면 시간단축은 물론이고 지문을 읽을 때 요령있게 읽는 습관이 생긴다.
영어도 역시 문법, 숙어, 일반지문을 막론하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찾는것으로 지문읽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학 역시 암기와 유형별 문제풀이에 집중했다면 최상위권까지 힘들어도 중상위권으로 진입하는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나 노하우는 백날이야기하여도 본인이 터득하기 전까지 이해되기 어렵다. 여자저차해서 국어나 영어는 해소한다해도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는 수학의 경우 포기하고 이탈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왜일까? 그렇게 많은 시간 공부를 했음에도?
많은 시간을 공부만 했기 때문이다. 공부라는것이 수업을 듣고 인강을 듣고 숙제를 하는 과정이 전부가 아니라 내가 해당 유형의 다양한 변형까지 풀어보는 경험을 거쳐야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시간'에 집중할 뿐 '얼마나' 성취했는지에 대한 접근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애는 하루종일 공부하는데도 늘지를 않고, 옆집애는 놀거 다놀면서도 성적이 잘나온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유형별 변형문제를 풀어나가는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다시 기초로 돌아와 왜 수학에서 이 공식이 쓰이게 되었는지 원론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로인해 공식에 대한 암기가 이해로 변하게 되면서 공식을 까먹었다 한들 스스로가 공식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가? 많은 학생들이 진도를 빼기가 급급하여 본질을 놓친다. 분명 진도는 중요하다. 한번에 이해될 수 없기 때문에 몇회독을 늘리면서 수리영역 전체범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이클의 주기를 처음에는 길게 가져가야만 하는 것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 영역은 약점이 된다. 차라리 2점, 3점짜리 문제라도 완벽하게 이해되면 4점짜리 못풀어도 되는데 2,3점짜리를 내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4점짜리를 풀려고 하니 그 단원 전체가 재난이 되는것이다.
위와같은 요령은 해당과목을 공부하는 실제적인 요령이라면 또 하나의 요령은 전략부재이다. 참 안타깝게도 중고등학교 시험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평균몇점인지를 계산하고 있다. 부모입장에서는 평균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궁금하므로.
수능, 학생부종합전형을 가리지않고 중요한 것은 주요 교과목에 대한 수학능력이다. 수능은 말할것도 없고,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이 자신만의 진로 커리어에 기반한 고등학교 생활을 설계하는 많은 학생들이 평균의 함정에 빠진다. 내가 생명공학과를 나와서 PEET를 치고 약대를 가겠다거나,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다음날 중간고사가 1교시 과학 2교시 음악이면 공부 비율을 거의 7대 3으로 가져가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전략부재로 인한 실패에 불과하다. 음악, 미술 체육은 자소서를 쓰는 데에도, 정시를 준비하는 데에도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앞의 글에서도 밝힌것과 같이 교양과목들은 경험이 중요한 것이지 결코 진로를 결정지어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가정이 이런 평균의 함정에 빠져 음악점수까지 챙기느라 더 중요한 주요과목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생명공학과를 가야하는 친구든 기계공학과를 가야하는 친구든 과학에 대한 강한 흥미를 학창시절부터 보이고 집중있게 다루려고 했다는 내용을 써야하는데 어느 입학처에서 이 학생의 음악성적 상승 추이를 보겠는가. 과학점수의 상승추이를 보는것이지.
이와 같이 준비된 전략없이 입시를 준비하면서 요령없이 보내다 보면 '나는 어떤인가'에 대한 자아성찰할 기회를 놓치고 '평균지향적인 사람'이라는 무색무취의 특색없는 일반 학생이 되기 쉽다. 공부하는 요령과 공부를 하는 전략을 만드는 것이 공부를 못하지 않는 선결과제인것이다.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손에서 공부를 놓는 친구들도 많다. 왜일까? 공교육 정상화를 하겠다고 수시를 늘린탓이다. 이게 무슨 궤변이라고?
사교육을 잡기위해서 공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학생마다 교육에 순응하는 형태나 교육의 효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누군가는 평소 안정적인 내신관리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3년간 계획에 걸쳐서 자기 학업 설계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반면, 누군가는 다양한 경험 후 자신이 확신이 생기거나 중요한 모먼트를 거치면서 학업에 뜻을 두게되고, 요령이 생기면서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수준을 예측하고 예상 진학 대학을 위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내신형 인간은 수시에 적합하고, 이들이 최근 늘어난 학종의 수혜자가 될 것이고 후자는 수능형 인간으로 정시에 적합하여 최근 그 진학의 폭이 좁혀진 사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수능만능주의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재수생을 양산하며, 강남 금수저들한테만 유리한 전형이 아니겠냐고. 그나마 내신을 중시하는 전형이 있으니 지방에서도 서울대를 갈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아니다.
학종 전형을 통해 SKY, 의치한, 포스텍카이스트를 비롯한 과학 특성화대학 등 유수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특목고 자사고 비중이 지배적이었다. 학종전형이라는 것 자체가 학생의 자기 설계가 필요한 과정인데, 특목고와 자사고처럼 스스로 학업설계를 하고, 서포트가 가능한 환경이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덕분에 내신만 잘해도 서울대를 갈 수 있지 않냐고? 아니다. 지방에서 횡행하는 몰아주기를 통해 각 지역 학교별 전교 1등에게 성적을 몰아주어 학교당 1~2명이 지역균형, 농어촌 특성화 전형을 통해서 보다 안정적인 혜택을 받고 서울대 진학의 기회를 얻을 뿐 오히려 중상위권부터 중하위권까지는 수혜를 못보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뒤늦게 정신차린다. 1학년이 지나고 2학년 2학기 수능 1년을 앞두고 정신차려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이미 내신으로 벌어진, 학생부 종합으로 벌어진 갭을 3학년까지 채울 자신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1년 바짝해서 수능점수 올리면 좋은대학에 갈수 있을거야"라고 말하면서 면학분위기라도 조성할 수 있었다. 지금은? "지금까지 너가 준비해온 내신과 학업설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여기 넣어보자. 그리고 뽑히길 기다려보자"와 같이 역전은 오로지 로또당첨되듯 기원하고 있으니 면학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없다.
학생입장에서는 이미 망가져버린 나의 고등 1,2학년으로는 3학년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믿으면서 빠르게 포기한다. 결국 생업이 바빠 자녀교육에 신경쓸 수 없었던 부모들은 아이에게 해줄게 없어 눈물만 나는 상황이고, 전폭적으로 컨설팅하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관리받으며 내신, 수능성적관리를 받은 친구들은 꽃놀이패를 쥐고 대입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고3때 정신차려서 매일 15시간씩 공부하여 스카이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남을 뿐이고,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다리가 치워졌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그 어느때보다 현재의 자극에 가장 집중한다. 아직 여전히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선택을 쉽게 한다. 학업의 포기는 1학년, 2학년, 3학년, 수능직전, 면접직전까지 갖가지의 이유로 다양하게 나열된다.
사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포자의 33%는 중학 2학년 '함수와 그래프'단원에서 대부분 포기한다고 한다. 연산에 익숙한 산수공부를 하다가 처음으로 2차원 이상의 수학다운 수학이 나왔을때 적응을 못하면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와서도 함수, 통계, 미적분, 기하등 익숙치 않은 다양한 개념들의 등장으로 본인의 한계는 산수까지라고 한계지으면서 한번더 수학 포기의 경험을 가진다. 매 단원마다 수포자는 속속들이 출현하고, 수학을 기점으로 문이과 진학의 기준을 나누면서 학교에는 수포자와 아닌자만이 남는다.
그래서 중학공부가 중요하고, 고등학교 말에 와서 왜 수포자가 되었는지 원인분석해봐야 늦다는 것이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체력을 기르는 타이밍은 중2~고1에 다 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것은 다음에 잘하자는 마인드다. 고3때 의외로 빠르게 재수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올해 수능은 망친 것 같으니 내년을 기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인드가 한번 피어올라오기 시작하면 심리적 데드라인이 한번 더 연장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난 어차피 재수할거니까 쉴래' 라는 생각이 파고 들면서 현재까지 쌓아올린 탑을 치워버리기도 한다. 특히나 수능이 다가오면서 공포심이 상승할수록 포기의 유혹은 빈도도 높아지고, 더 강렬해진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붙잡는 친구들이 실력은 좀 모자랄지라도, 꽤 괜찮은 성적을 얻는것이 포기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 전체 비중에서 상위로 올라갈 이유가 되는것이다.
포기는 언제나 디테일하게 달콤하고 강렬하다. 재수까지 타협이 되지 않더라도, 고3 후반이 될수록 편입이야기가 나온다.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이. 본인의 실패를 예단하고 미리부터 목표 하향 후 다음을 기약하는 형태이다.
포기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명분이 되면서도, 꽤나 건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유혹 역시 현재의 마인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곧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앞의 이야기에서 말한 것처럼, 친구들의 구성을 건설적으로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게 이런 유혹이 퍼지려할 때 조기에 차단해줄 수 있는 것도 친구들이다.
공부를 안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게 되었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가 못하게 되었을때는 다 이유가 있었다. 왜 내 아이는 공부를 안할까? 왜 내 아이는 공부를 못할까? 생각해보면 접근에서 솔루션이 나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이와 부모님을 위한 2부작 시리즈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