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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Oct 15. 2020

요즘 애들 왜 결혼을 안할까?

사회학적으로 파헤치기


 오늘 아침 커뮤니티에서 돌던 멘트를 공유해본다.

 20대가 밤샘해도 멀쩡한 이유를 일본의 한 트위터리안은 이렇게 표현했다.

 "20대가 밤새도록 놀 수 있는 체력은 원래 육아를 위해 주어진 능력이라고 포유류인 나는 생각한다."


20대 체력이 좋긴하지;;



 나는 참고로 자연이 만드는 위대함을 목격할 때마다 자연이 빚어내고, 이에 적응한 동물들의 신체구조에 대해 경탄하곤 한다. 자기를 보호하기위해 독한 방귀를 꾸는 스컹크나, 위기시에 다리와 꼬리를 다르고 도망가도 다시 재생이되는 도마뱀, 유사시 몸을 팽창시키고, 가시돋힌 비늘을 세우는 복어를 보면 과연 처음부터 이 동물들이 이렇게 생겼던걸까 의심을 해본다.


 자연은 언제나 미물들보다 강력하고, 우리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며 적응된 형태로 진화해 나간다. 인간의 수명도 20세기 들어 급증하였다. 전쟁이 줄어들고, 비누가 발명되었으며, 상하수도가 구분이되면서 전반적인 위생이 개선되었다. 인간의 진화는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이 갖고있는 날것의 수명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수명이 30세에서 90세가 된다는 것은, 노화가 3배만큼 느려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옛날 드라마에 나오던 배우들의 모습과 나이는 지금 기준으로 매칭이 안될정도다. 수명이 늘고, 노화가 느려지면서 우리의 라이프사이클은 인생을 2번사는게 아니라 2배로 느리게 사는 쪽으로 이동하였다.


 이전같았으면 50대부터 할머니가 되어 손주를 봐줘야했다면, 지금은 60대에도 손주보는 경우도 이른편인 경우도 있다. 초혼 평균연령이 30세를 훌쩍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자연 자녀 출생도 늦어진것은 순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결혼은 왜이렇게 늦어졌을까? 결혼을 느리게 하는것으로 사회적 진화, 적응을 이뤄낸 것일까?


1. 돈을 벌어야 눈을 돌린다

- 제일 큰 문제는 돈을 버는 나이가 훌쩍 뒤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하더라도 대학진학률은 30%대에 머물렀다. 나머지 7할은 스무살이 되자마자 사회로 진출을 했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도 남자와 여자가 서로 눈이 맞고 데이트를 하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을때 비로소 안정적인 결혼이라는 형태의 사회적 계약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나와서 바로 취업하지 않고 대학을 가고, 대학을 나와서도 더러는 대학원을 가거나 중간에 취업을 위해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는 등 사회전선으로의 진출시기가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취업난으로 인해 그 시기가 더 가파르게 뒤로 밀리고 있다. 취업세태들을 보면, 취업시에 기졸업자보다 재학생의 상태로 원서를 쓰는것이 더 유리하다고 하여 작게는 수십만원 크게는 한학기 등록금 전체를 내가면서 취업을 뒤로 미루고 있다.


 이는 뒤에서 서술하며 돈문제와 다시 연결이 되는데, 생애소득이 정해져있다 생각했을 때 1년의 취업이 늦춰질수록 1년치 연봉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마지막 연도 최종 연봉만큼을 생애소득에서 줄어듦은 물론이고,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먼저 번 사람들의 자본소득 이자만큼을 잃는 셈이 된다.


 결국 대학진학률의 고공행진에 더불어, 취업난으로 인해 스펙을 쌓는 기간이 쌓이면서 개개인의 결혼적령기가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적령기보다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2. 여사친, 남사친, 썸을 아시나요?

 브런치를 읽는 사람치고 썸모르는 사람은 없겠고, 여사친 남사친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개념들이 없던것이 아니라 존재는 했으나 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여 내가 모르는 의미까지 확대되고 있다.


 먼저, 여사친 남사친이 무엇인가. 내가 학교를 다닐때(08, 09학번...)만 하더라도 여사친 남사친이란 단어는 오프라인에서는 잘 안쓰고 인터넷에서나 간간히 '여자친구가 아닌 여자사람친구', '남자친구가 아닌 남자사람친구'정도로 현재보다는 더 건조한 느낌의 개념이었다. 여사친, 남사친끼리 모여서 영화보고 노래보러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그래도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정도의 개념이었다

내 또래들은 김종민 신지정도는 되어야 남사친 여사친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서는 여사친과 남사친의 의미가 pre애인 정도의 의미로 발전적 확대되었다. 축구팀으로 치면 상비군정도가 되는 것이다. 언제든 애인가 될 수 있는 후보군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심리에는 좀 더 소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안전한 완성을 바라는 요즘 세대들의 사랑 방식이다.


 예전에는 상대방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소개팅 3번하면 삼프터라고 해서 고백하고 그날 부터 1일하고 이런게 익숙했다. 그런데 사귀다보면 싸우는것은 당연한데 이게 사귀게 된 것도 문제지만, 헤어지는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연애과정을 몇번 거치고 학습하며 요즘세대에서는 썸을 만들어 연애에 있어서 완충장치를 만들었다. 남사친이 있어도 소개팅을 나갈 수 있고 소개팅남과 썸을 탈 수도 있다. 그리고 썸이 연애로 발전을 하지 못해서 돌아왔을때도 남사친이라는 안전한 명분의 연애 상비군들을 통해 연애감정을 위로 보상받을수 있기까지하다.


 남사친 여사친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썸의 용도범위도 더 확대되었는데, 썸을 탄다는게 정말 수줍게 서로를 알아가는것을 넘어서 손도 잡고, 스킨십도 하는 여느 일반 연애 초기 커플들과 다를것 없이 지내는 경우까지 발전했다.


 어느 방향이 맞을지 모르지만, 더 다양한 연애를 해보고 싶은 세대들에게는 썸, 여사친, 남사친의 존재가 매우 반가울 것이다. 반면 결혼만 생각한다면 이런 연애 라이프 스타일이 과감하게 연애와 결혼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허들이 될 수도 있다라는것이 나의 관점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미래를 약속하고 설계해나가는 인생에서도 중요한 단계인데, 썸과 남사친 여사친과 같은 연애에 익숙해진 지금 세대가 연애-결혼이라는 확정적이고 장기적인 연애 사이클을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하는 사람과의 결혼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썸과 여사친 남사친으로 인해 연애과정에서 오는 권태기를 쉽게 못이겨내고 도피하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세대에게 '평생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꾸려나가는 것'을 말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져버린 것이다.


3. 또 다시 집문제.

 취업도 했고, 여사친과의 썸을 거쳐 연애를 하고 이제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할 나이와 연애기간을 가진 단계가 되었다 치자. 여느 커플이라면 결혼을 당연히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강력하게 편견들어간 의견이지만 결혼을 생각하고 드라이브를 거는 쪽이 대체로 남자가 되어야 결혼이 마지막까지 성사된다. 


 왜 갑자기 남자의 드라이브를 말했을까. 물론 요즘은 결혼이 남녀 한쪽에게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결해나가는것이지만, 대체로 남성들의 집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결혼을 결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과연 나는 이 결혼을 무사히, 안전히 치러낼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표에서도 보면 드러나듯이 일자리가 가장 많은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에 육박했다. 사실, 8월 발표 기준으로는 이미 넘어섰다. 20대 대기업 평균소득이 200만원대 후반인점을 고려하면, 가처분소득만을 3~5년 모은다해도 주택 중위가격의 10%정도 모으는데 그치며, 어느새 3년사이 아파트 중위가격만 3억이 넘게 오른 것을 비추어 볼 때 노동소득만으로는 결혼식은 커녕 둘이 살집을 마련하기도 벅차다.


 꼭 신혼부부가 집을 사서 들어갈 이유는 없으니 전세부터 알아본다하더라도 중위가격대비 전세가율이 5~60%인 점을 고려할때 정부지원의 전세대출을 풀로 땡겨 받아 들어가 이자를 갚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청년세대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무리해서 집을 사서라도 결혼할 것인가, 아니면 결혼을 좀 유예하고 예비부부가 각자 모아 주택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길 기대하면서 버티거나 전세로 들어가는 옵션이 남는다. 이 과정을 2015년 이후 경험한 신혼부부 세대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골랐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렸다.


그리고 이런선배 신혼부부들을 지켜본 2020년 예비부부들은 더욱 근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영끌을 해도 집을 살수도 없고, 전세도 구하기 힘들어진 시대에 과연 우리가 결혼을 하는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품게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항상 직면하거나 마주하지 않은 공포들로 인해 많은 문제들을 유예하고 회피하는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취업이 늦어지고, 연애가 어려워지고, 결혼 결심을 주저하게 되는 상황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다시 물어야한다.


 "너는 결혼 왜 안하니?"라는 개인에 함몰된 질문이 아니라 "결혼하기 쉬운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 사회와 국가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하니"라는 보다 건설적인 구조적 질문이 필요한 때이다.


+

써놓고보니, 아주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것 같아 첨언하고 싶은 것은 스마트폰이 발명되면서 인간들의 외로움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SNS로 인해 외로움이 가속화되었다는 시선들도 있지만, 모바일을 통해 이어지는 느슨한 유대관계가 확장되고 있어서 느끼는 외로움의 가속화는 실질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는 크게 다릅니다. 


당장 너무 심심한데 페북, 인스타, 네이버뉴스, 커뮤니티 한바퀴돌고 오면 인간에게서 느끼는 결여감을 크게 회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죠. 심심한데 만나서 커피나 한잔, 술이나 한잔을 떠올리기보다는 집에서 넷플릭스보고 주말에 카페가서 책이나 한편보는정도로도 충분히 해소가 되고요.


이게 사실은 연인, 가족간에서 생겨나고 갈구되어야하는데 대체재가 너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독서모임이나 스터디, 운동 모임들을 활발하게 나가면서 접촉에서의 인적 외로움을 해소해버린다는것이죠. 쓰다보니 언젠가 제대로 이부분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사람들은 더 외로워 지고 있을까?"정도로 써보고 싶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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