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사용 트렌드를 통해 분석해보는 소비문화
페이스북이 2030의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4050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금을 돌이켜볼때, 사진 영상 중심의 컨텐츠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2030이 선호한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텍스트 - 사진 - 영상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요즘애들이라고 불리는 또래들의 소비문화 트렌드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 SNS의 변천사를 길게 거칠것도 없이 우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SNS 이용 트렌드가 넘어왔다. 2010년대 초까지는 140자 제한의 마이크로블로그인 트위터가 성행했고, 이후 페이스북이 왕좌를 지키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사진한컷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인스타그램으로 그 이용트렌드가 넘어왔다.
트위터가 적시성, 휘발성 높은 컨텐츠를 다루기에 좋았다면, 페이스북은 같은 휘발성을 갖고서도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장문의 텍스트와 뉴스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주 이용 세대로 트위터가 여성이었다면, 페이스북은 남성 이용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트렌드가 넘어오면서 얼추 1030 사이에서는 성별간 큰차이없이 고르게 이용하는 분포를 보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특정성별에 더 강력하게 어필되는 강점을 가졌다면, 인스타그램의 경우 남녀 1030세대 모두에게 매력있는 SNS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위터만하더라도 촌철살인의 글들이 정말 많다. 짦은 글자 제한 속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확장하기위해 고민들을 한 흔적이 보이며, 이를 누군가 리트윗해주면서 트위터 세계에서 퍼져나가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트위터에서 '나'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위트넘치든, 촌철살인이든 '짧은 텍스트'로 표현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페이스북에서는 나를 표현하는것이 학교, 출신지역, 회사, 함께 아는 친구등 실제 인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신의 스펙이 강조되는것이 일상적이었다. 좋은 학교를 나오거나, 유명대학의 교수를 지내는 등 실생활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갖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도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댓글을 달며 커뮤니케이션하는게 익숙하다. '나'를 표현하는데 '수많은 말과 스펙'이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글자제한이 아니라 아예 사진 한장이 전체를 차지한다. 물론, 텍스트를 달 수 있지만 그저 부연설명에 불과할만큼 모바일폰에서 텍스트가 차지하는 영역은 지극히 적다. 그것마저도 사진을 강조하기 위해 텍스트를 숨기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인스타에서는 자신의 스펙을 기재할 필요도 없고, 쉽게 부캐를 만들어 여러 계정을 사용할만큼 사생활보장이나 익명성이 페이스북보다 보장된다. 텍스트와 스펙이 지워진 SNS에서 강조되는것은 오로지 사진이다. 인스타그램의 주력 컨텐츠가 사진이라는 점은 사진 한장에 나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인정받아야하는 환경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140자 제한의 트윗을 날리거나, 실생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스펙기반의 SNS가 아닌 오로지 사진한장으로 표현되는 인스타에는 어떤사진일 올라올까? 여기서 찾은 단서는 타이틀에서 밝힌것과 같이 'SNS만 보면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다.
- 오로지 하나의 사진으로 나를 부각시키고 주인공을 만들어야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표현되어야할까? 이미지를 통해 표현되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운동을 즐기며, 진취적이고, 때로는 감성적이며, 풍류에 심취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길'원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인스타 감성'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인스타에 올릴 법한 사진이냐 아니냐를 '인스타 감성'이 들어간 사진인가에 대해서 기준을 나누고 배열해왔다. 그래서 유명 인스타그램내 인플루언서들의 사진들을 보면 모두 상술한것과 같이 인스타 감성 가득한 카페, 음식점, 주점, 놀이공원 등에서의 사진을 나열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셀럽들의 이런 선도적인 인스타 활용은 일반 인스타그램 유저에게도 그대로 이식되었고, 이제 우리도 사진을 찍을 때 무표정하고 정직하게 손가락 브이를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현재를 향유하는 우리 모습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이제 드러내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지워진 자신의 지위는 다른 사진으로 대체 된다. 멋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 키홀더에 끼운 차키를 테이블에 올려놓거나, 명품가방을 사진의 구석 어딘가에 슬며시 걸터놓고 카메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정한다.
단순히 명품이나 외제차 뿐만아니라, 맛집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삶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재밌게도 이러한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은 누구에게나 '요즘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전시하는 과정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일년만에 나간 해외여행이라거나,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오랜만에 회식한 것일 수도 있고, 여행간 김에 기분을 내어 외제차를 렌트했을 수 도 있는 사진들이 우리의 매일매일 피드에서는 연달아 나오니 정말 세상은 나빼고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텍스트로 네트워크를 맺던 시기에는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 환호했다면, 사진과 영상으로 상대방을 인식하고 네트워크를 맺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대방이 이룬 성취, 가지게 된 재화, 누리고 있는 문화만을 바라보고 환호하게 된다.
이로인해 누군가는 스포츠 스타 메시, 호날두 등 유명 선수들을 팔로우하기도 하고, 유명연예인들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요즘 맛집과 카페들은 자신들의 마이크로 홈페이지를 인스타로 운영하는 경우가 잦아 우리의 인스타 피드에는 언제나 끊임없이 보석과 명품, 슈퍼카로 치장한 셀럽들과 윤기흐르는 고기와 향에 취할것만 같은 커피와 빵 사진이 채워진다.
재밌게도 이들을 그저 저 멀리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과 인식하던 사람들이 점차 이들을 더 가까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유명연예인이나 셀럽, 인플루언서로 일컬어 지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모습을 SNS를 통해 홍보하는데 그쳤기에 소통하는 느낌을 줄 수 없었다면, 요즘의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들의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활발한 소통은 보다 팬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가 되었고, 팔로어로 하여금 인플루언서가 뒷광고하고 있는 수많은 상업제품에 자연스레 노출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명품 언박싱, 내돈내산 시리즈등 유명인플루언서들의 소비 촉진 컨텐츠들이 팔로어들의 실시간 피드를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앞서 밝혔던 우리의 친구들은 1년내내 일해서 하루 생일에 명품 하나 사서 올리는 것을 봐도 '다들 정말 잘사는 구나'라고 착각을 주는데, 팔로우한 피드 내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상과 명품 시리즈들을 보면서 SNS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과시 소비 이미지의 늪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분명 이 시간에도 주말 나들이를 다녀온 친구들의 인스타 스토리, 가을 반차를 내고 집 앞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친구의 이미지 한컷, 10년만에 회사에서 처음으로 성과급을 받아 장만한 명품가방을 자랑하는 선배의 피드를 보면서 우리들은 다시 한번 번뇌에 빠질 수 있다.
"우와.. 오늘도 다들 정말 멋있게 사는구나"
팔로우를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나의 피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수는 많아지고, 이들이 100번 고민하고 1번 산 소비의 결과가, 우리의 피드에서는 매번 고민없이 질러버린 FLEX의 결과처럼 비춰져 이번 주말을 그냥 보낸 나에게 실망하고, 오늘 과감하게 지르지 못한 나에게 한번 더 실망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말 한마디보다 강력한 인스타 이미지에 속아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한번 더 오늘의 나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고민하는 하루가 되었길 바라며 'SNS만 보면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마친다.
다음편은 '요즘 친구들의 진짜 FLEX 이유'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