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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Nov 01. 2020

애는 누가 키우나요?

딩크족을 위한 항변

 애를 안낳는다. 안 낳아도 너무 안낳는다. 2018년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당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한다. 일반적인 현재의 결혼 형태라면, 남녀가 만나 결혼하여 1명의 아기를 낳는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말이 되었다.


 추세로 보면 2020년은 0.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어 저출산의 흐름은 더 빠르고 가팔라질것으로 예상된다. OECD 평균 출산률이 1.6인데 반해 유독 더 한국만 이렇게 가파르게 떨어지는데에는 어떤 사회 구조적,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1. 귀한 딸이 많아졌다.


 오래된 말, '잘 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 라고 누가 말했는가. 이미 2005년을 기점으로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남성의 진학률을 앞질렀다. 이런 역전은 이미 15년이 되었으며, 대학진학을 2005년에 했던 여성의 나이는 현재 기준으로 35살이다. 


 고등교육이 모든 지표의 우수성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진학을 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의 교육에 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내 딸을 잘 키워 대학까지 보낸사람이 많아진 것이 2005년이라고 보았을 때, 이렇게 귀하게 키운 딸들은 연구직, 전문직 등 일반적으로 더 높은 소득과 지위를 얻게되어 현재 필드에서 한창 뛰고 있을 때이다. 


 귀한 내딸이 명문대도 나오고, 당당하게 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 갑자기 저출산이라고 출산을 하란다. 애를 낳으면 얼마를 주겠다고도 하고, 나라에서도 다양하게 보육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럼 해야할까? 어느직업이나 황금기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직업의 황금기는 2545다. 그리고 이 중요한 시기에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끊겨야하는 사회적 압력에 쉽게 굴복해야할까? 



 당장 경제활동 참가율만 보더라도 25~29세에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10%내외의 갭을 보였다면, 본격적인 출산과 양육의 시즌에 접어든 30~34세 구간에서는 40%가까이 그 갭이 벌어진다. 그리고는 이 갭은 좀처럼 크게 줄지 못한다.


 여성 직장인들은 분명 목도했을 것이다. 직장내 동성 선배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했을 것이고, 아이를 낳고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인지, 돌아와서도 내가 입사동기들과 같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판단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고등교육 받은 세대가 본격적으로 출산을 하는 지난 10년 전부터 가파르게 출산률이 급전직하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귀한 딸이 많아진 시대. 더이상 남의 집 귀한 딸에게 애 낳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게된 것이다.


2. 애는 누가 키우나? 애는?!


 그래, 애는 낳았다 치자. 요즘 회사들은 임신하면 한시간 일찍 퇴근 시켜주고, 여러모로 배려를 한다고 하니 믿고 임신하고 출산 2주전까지 나왔다치자. 그리고 출산하고 출산휴가를 비롯한 몸조리를 마치고 몇개월만에 나왔다 치자.


 그럼 끝인가? 아이는 누가 봐줘야할 것 아닌가? 갓난아기다. 모유에서 분유로, 분유에서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속도에 따라 먹는것이야 해결된다 치지만, 엄마가 집을 비웠을때 아이를 봐줄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베이비시터 고용한번을 할라치면 갓난아기때는 출퇴근형, 입주형을 두고 봐야한다. 엄마도 몸조리를 마치고 출퇴근하는 마당에 집안일을 돌보기도 어려운 일이니 입주형 도우미를 쓴다고 하면 월 250정도는 훌쩍 넘긴다. 


 고소득 전문직 가정은 그나마 경제적으로라도 해결할 솔루션이 있는 것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회사에 나가 벌어오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선택은? 내가 그만두고 차라리 애를 보는 것이 낫겠다 판단하여 휴직, 퇴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내국인과 외국인간에 차이가 있어 말이 통하는 내국인이 평균 2~30% 비싼 편이다. 워낙 뉴스에서 베이비시터의 아동 학대 소식을 많이 접하면서 불안해진 엄마들은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본인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때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찾게 된다.


 이를 두고 황혼육아라고 하며, 어른들도 팔자에 없던 인생 두번째 육아를 떠안게된다. 사회가 육아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면, 이렇게 노인에게까지 그 노동의 짐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세대인 부모님의 육아방식과 신세대 엄마아빠의 육아방식차이로 인해, 그리고 용돈문제로 인해 부모님과의 갈등이 은연중 생겨난다.


 요즘 친구들 똑똑하다. 나 공부시키느라 뒷바라지하신 부모님, 다시 내 아이 맡기면서 골병들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를 접하며 듣는 사례들을 생각하며 발빠르게 육아포기, 출산포기로 이어지는 사회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3. 교육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차저차해서 고난의 골짜기 영아, 아동기를 지나왔다고 치자. 이제는 좀 여유도 생길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급식도 먹고, 학원도 다니면서 엄마가 출산이후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어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혼자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태권도, 합기도 등 무도학원차량들이 초등학교 앞에 진을 치고 픽업대기중이다. 한개 초등학교를 전담해서 영업하는 도장들이 많기 때문에 학교앞은 도장차량의 진풍경이다. 


 이렇게 방과후 태권도와 피아노를 마치고 돌아오면 어느새 부모님과 저녁에 만나 밥을 먹고 씻고 잠에 드는 반복인데, 이걸 서포트하는 부모입장에서는 부담되지 않을 수 없는 비용이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학원만 계속 보낼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영어학원도 당연히 보내고, 수학도 뒤쳐져서는 안된다. 초등학생 월 교육이 최소 40에서 막으면 다행이고, 평균 70, 중산층 이상에서는 100만원부터 지출되기 시작한다. 



 교육비만 그렇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사교육을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공교육으로 방과후 시간까지 커버하면서 태권도 피아노학원이 줄어든 만큼 일반 사교육으로 확장된다. 보습학원다니면서 중학교 내신관리함은 물론이고, 부족한 과목 보충을 위해 사교육을 돌린다. 수학 영어 학원은 고정이고 주말 논술은 덤이다.


 고등학교로 가면 금액이 올라간다. 중학의무교육을 마치면서 공교육에도 비용지출이 심화되고, 사교육에서도 선생님 교수퀄리티가 올라가면서 비용은 급상승한다. 우리아이는 음악에 예체능에 재능이 있다고? 그럼, 보통 가정보다도 훨씬 많은 부담이 시작된다. 악기 구입, 음대교수 과외, 스포츠장비구입, 입시전문체육 강사료 등 어나더레벨의 사교육 세계가 펼쳐진다.


 아직 대학등록금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정도다. 신혼부부입장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교육비들의 부담은 당장의 가처분소득만 생각한다면 엄두도 안나는 수준이다. 언젠가는 월급도 오르고, 처우도 좋아지겠지만, 내아이에게 원하는 만큼 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들기시작한다면, 쉽게 둘, 셋 낳아 기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4. 대를 잇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변했다. 더이상 누가 제사를 지낼지 고민하면서 3대독자니 4대독자니 아들만 중히 여기는 시대는 갔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조선후기 양반비율이 급증한 이유를 설명하며 말하겠지만, 제사지낼만큼 양반가문은 극소수인데 그동안 너무 유난떤게 사실이다.)


 돌아와서, 이제 어르신 제사는 누가 지내나를 놓고 형제간에 싸울일이 줄어들었다. 제사를 지내려면 다같이 모여야하고,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요리하면서 술먹는 모습이 익숙해야한다. 그런데, 요즘은 선대만나고 싶으면 납골당으로 알아서들간다. 꼭 굳이 다같이 모여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더이상 무슨 성씨, 몇대손이니, 몇대독자니 서로 내세우면서 200년전 존재한 기억도 희미해져가는 이전 왕정국가체제가 만들어낸 계급제가 유명무실화됨을 의미한다. 실질 기술이나 교육은 앞서나갔어도, 문화 전통은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데, 이제 양반 상놈 따질 시대는 가버렸다는 것이다. 



 제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면서 대를 이을 아들 낳을 중요성이 사라졌다. 이를 강하게 반증하는 가족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 이제는 자녀를 낳을때 더이상 남아선호사상이 시대의 주류가 아님을 밝히는 근거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대를 이을 필요 없는시대, 장손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여전히 출산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상존한다. 결혼 12년차에 애가 아직 없냐고 질문 받는 김이나 작사가의 곤혹은 예능을 통해서 익히 알려졌다. 애없냐고 묻는 사회적 압박이 사라지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회 경제적으로 더이상 여력이 없는 요즘세대에겐 이런 질문정도는 무시해야할만큼 생존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출산률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저출산 정책을 위해 지난 10년간 150조를 퍼부었다는 이야기에 예산전문가의 분석을 보았다.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출산에 도움되는 예산이 아니라, 각 행정부처와 사업체들이 예산따오고 사업하기 위해서 관련도 없는 저출산 이슈를 자기들 예산 끌어오는데 쓴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출산 이슈가 나오고 여러번 정권이 바뀌어도 출산률이 나아지지 않는것은 사회 구조적으로 더이상 낳을 유인이 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헝가리에서처럼 결혼하면 1억을 빌려주고, 애를 셋낳으면 전부 탕감해주는것과 같이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대책이 아니고 변죽만 울리게되면 결국 그 과실은 애먼 사람들이 가져간다.


 저출산의 책임을 요즘세대에게 따지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동도 없다. 사회가 기형적으로 구조화되는 인구구조를 개선하고 싶다면, 애낳는것이 두렵지 않은 시절을 만들어야한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늙어서라도 연금받아 안전하게 노후 보내고 싶다면, 더더욱 자신들이 가진 어떤것을 내놓아야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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