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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Oct 27. 2020

포카리스웨트 사례로 본 CSR 캠페인 스터디

코로나를 만난 CSR은 어떤 캠페인을 집행했나?

 브린이의 눈 시리즈를 처음 발행하면서 시작한 글이 나이키 광고에 대한 것인데, 올해 광고판은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다. 광고, 프로모션, 오프라인 행사 등등 판촉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이 코로나19라는 암울한 바이러스로 인해 상반기를 휩쓸고 지난 직후였다. 


 광고업계에서도 앓는 소리를 많이 했지만, 배정받은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광고주들 입장에서도 여간 어려운 시기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대중을 위로하면서, 자사 브랜딩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사업에 연계되어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좀처럼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아 포지션을 못 잡는 게 큰일이었다.


 2020년 광고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코로나19는 없는 세상을 가정하는 광고들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를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송출하는 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나이키 광고들은 전자를 택하면서도 후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정말 매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키 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유수의 광고주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적인 광고를 많이 만들어 내보냈고, 실제로 코로나19를 다루는 광고는 거의 없긴 했었다. 박카스나 유한킴벌리 등 CSR로 유명한 회사들의 컨셉도 대부분 지치고 힘든 부분을 적게 다루고, 힘내서 돕는 그림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상업광고로 돌리기엔 다소 어려운 캠페인들이다.



 이와 같은 컨셉의 CSR 캠페인을 좀처럼 쉽게 풀려면, 대체로 제조업이나 패션보다는 마시고 먹는 식음업이 훨씬 유리하다. 누군가에게 자양강장제를 주거나, 결식아동에게 밥을 먹이는 등 먹고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주면서 풀어가기 쉽다.


 그런 면에서 동아오츠카 제품들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기 좋다. 비타민 음료, 이온음료 등 일상 속에서 쉽게 건네고 마시는 과정을 그대로 송출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내기가 자연스럽다. 비타민 음료를 먹었을 때의 효능을 강조하기보다는 피로가 쌓이는 과정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쌓인 피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과학적 효과보다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캠페인 집행이 많이 이뤄진다.


 오로나민 C는 보다 활기 넘치는 하이텐션의 드라마와 쇼 구성을 하는 반면, 포카리스웨트는 스포티하고 청량감을 강조하는 차분한 기조로 플롯을 구성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스터디해볼 포카리스웨트 키즈 프로젝트에서는 조금 더 변주를 주어 톤은 차분하면서도 자신들이 강조하는 스포티함과 청량감을 어린이에 투영시켜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우리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들은 재택근무, 화상 회의, 온라인 수업 등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세상을 매우 지혜롭게 이겨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덕분에 언택트 마케팅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시도되고 있고, Zoom을 통해 단체 회식을 랜선으로 즐기는가 하면, 재택근무 중에 배달어플로 주문을 늘리면서 배달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매우 건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포카리스웨트가 집중한 부분은 이겨낼 수 있는 어른들의 비즈니스보다는, 잊혀가고 있는 어린이들이 사회와 격리된 집에서 뭘 하고 있는지 간과한 것은 아닌지 살펴봤다.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던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한정적인 놀 거리들로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포카리스웨트는 이런 부분을 CSR로 접근하고자 했다. 집에서 노는 것이 더 이상 답답하지 않고 새로울 수 있도록 3가지 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첫 번째로 대박 친 건 플레이 티셔츠다. 구독자가 1만도 안 되는 채널에서 44만 조회수를 이끌어내고, 결국 배송비만 받고 무료로 나눠주는 티셔츠를 완판 시켰다.


 집 안에서 땀을 흘리고 놀다 보면 아이들의 체온이 상승해 입고 있는 플레이 티셔츠의 물방울 모양이 사라지면서 포카리스웨트 일러스트 이미지가 나타나는 특수 티셔츠인데, '집에서 노는 것 = 재미'라는 관점에서 아주 영리하게 잡아낸 사례다. 


 다음으로는, 땀방울의 여행인데 아이들에게 수분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으로 동화책을 만들어 도서관과 어린이집에 배포하였다. 사실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에 그치면 좀 단순한 접근이라서 아쉬울 법했는데, 국문/영문 영상으로 유튜브 내 애니메이션도 제작해 배포했다. 언택트 시대 태블릿,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 매우 유효한 마케팅이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플레이티셔츠, 땀방울의 여행, 포카리하우스


 재미있게 지켜본 것은 '포카리 하우스'였는데, 다른 것보다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노는 것을 체험으로 극대화하는 시도를 한 프로젝트다. 가족과 함께 해볼 수 있는 놀이 키트인데, 종이집으로 구성된 포카리 하우스를 조립 설치하고, 제공되는 스티커와 색연필로 집을 꾸밀 수 있다.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큰집이든 작은집이든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아지트 공간을 만들기를 좋아했다. 나 역시도 책상 아래에 천을 커튼을 치고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혼자 나의 보물들을 갖다 놓고 놀곤 했는데, 이런 분리된 공간이 주는 독립 감을 어린아이들이 매우 선호한다. 


 이런 접근에서 집콕하는 아이들에게 포카리 하우스 프로젝트는 꽤나 흥미를 유발할만했고, 메이저 맘 카페를 중심으로 우수 댓글 작성자들에게 배포하여 꽤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곤란을 겪는 계층을 주목할 때 마켓에서는 주로 직업을 가진 어른들을 대상으로 많이 포커싱해왔다. 그러다 보니 좀 슬프고 어두운 내용들이어서 쉽게 CSR 캠페인으로 이끌어나가지 어려웠는데, 대상 자체가 어린이로 전환되면서부터는 확실히 밝고 보다 사회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공익적 방향성에 맞게 어필하는 캠페인들이 구성된 것 같다.


  CSR을 수혜 받고 도움받는 일방향적인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티셔츠나 동화책, 종이집 등 보다 가볍고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배포하고 직접 체험하고 그 모습을 영상에 담는 것으로 쌍방향적인 형태로 끌어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동아오츠카 포카리스웨트 키즈 프로젝트 [포카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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