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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Mar 01. 2020

재택근무일기 1일차 A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재택근무 환경

"어쏘님(Associate호칭) 오늘 휴가시죠? 내일부터 일주일간 재택근무시니까 계속 안 나오시면 돼요"


'오 뭐지? ㅎㅎ 아ㅜㅜ 휴가 내지 말 걸 그랬나?' 


일단 기분이 좋았다. 요즘 회사에서 너무 무기력하고 지쳐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여행 아니면 휴가도 잘 안 쓰는 내가 휴가를 낸 지 하루 만에 재택근무라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재택근무를 시작하면 뭐부터 할까? 일단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컴퓨터 세팅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로그인을 하면 되겠지? 느긋하게 밥 먹고 소파에서 한숨 잘 수도 있겠다! 퇴근하면 바로 집이네?ㅋㅋ


그리고 첫날 아침, 현실이 시작되었다.



AM 09:00_여유로운 시작


회사에서 안내해준 대로 모바일과 PC에 재택근무용 오피스 도구를 설치했다. 아.. 느리다.. 인터넷이 느리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집에서 인터넷 할 시간이 적어서 그랬나? 인터넷이 이렇게 느린 건지 이제야 체감이 된다. 아.. 아직은 회사에 출근할 시간은 아니니 차근차근 설치해보자. 회사에서는 간편하게 로그인되던데 자꾸 접속도 안 된다 마음이 급해진다..



AM 09:30_슬슬 파고드는 압박


겨우겨우 설치했는데 생각해보니 근무시간을 눌렀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부리나케 근무시간을 누르고 나의 근무가 시작된다. 전날 휴가를 써서 그런지 이메일이 상당히 많이 와있다. 이메일을 정리하고 있는 와중에 속속 메신저들이 온다. 회사는 지금 50%씩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접속한 게 신기한가 보다. 


"출근했네요? 어때요? 회사에는 없는데 로그인된 거 신기하다! ㅋㅋ"

"어쏘님 정말 부럽다! 나도 빨리 집 가서 일하고 싶은데!!"


막상 지옥 같은 출근길을 뚫고 회사로 간 사람들은 재택근무자들이 얼마나 부러울까. 


"네 일단 출근 지옥철 없이 눈뜨면 출근이니까 좋네요 ㅋㅋ"



AM 10:00_이미 팀은 일하는 중


그리고, 머지않아 팀메신저가 켜졌다. 팀장님이 이례적으로 팀원들을 메신저로 모두 초대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팀원분들 다들 출근하셨네요? 혹시 안 오신 A매니저님 누가 연락 좀 해서 로그인하시라고 전달 부탁해요. 다들 당분간은 팀메신저가 유지되는 거 양해 좀 부탁드려요"

"넵"

"넵"

"넵"

"넵"

"넵"


끝없이 "넵"이 이어지고 있다. 이거 뭔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미 회사에 와있는 압박이 강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메신저와 메일은 언제나 그랬듯이 쉬지 않고 들어온다


"어쏘님, 퍼블리싱된 디자인 개발팀에 전달해주세요"

"어 네네! 그런데, 이거 보내주신 디자인을 보니까. 아 잠시만요! 파일 열게요!"


아 생각보다 디자인하나 확인하려고 켜는 공수가 생각보다 많이 든다. 개인 컴퓨터에서 가상공간을 통해 회사 업무공간에 접속하는 것이니 느려질 수밖에.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집 인터넷이 생각보다 많이 느렸다.


"어쏘님, 팀장님이 카테고리 명칭 확정되면 워킹그룹이랑 협의하라고 하던데"

"아 잠 시 만 요 지 금 타 이 핑 을 하 는 데 엄 청 느 리 게 답 장 이 되 네 요 "


CPU를 확인해보니 이미 100%다. 노트북이 못 견디는 건지 일단 다시 회사 프로그램을 껐다 켜야겠다. 



AM 10:50_보이지 않지만 눈치는 보이는 상황들 


그리고 다시 접속할 때까지 한 10여분 걸렸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어쏘님 저 팀장인데요. 뭐 좀 부탁드리려고 하는데 메신저가 꺼져있어서요."

"아 넵넵 말씀하세요"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아주 잠시 PC를 다시 시작하고 프로그램을 켜기까지 팀장님은 내 메신저가 꺼져있으니 답답해 전화를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찔리는 게 없어도 관리자 입장에서 관리한다는 느낌이 드니 스스로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전화로 업무안내를 받고, 다시 접속해서 마저 못한 이야기를 한다


"매니저님, 아까 컴퓨터가 느려서 타이핑이 안돼서요 ㅜㅜ 이제 되네요"

"아 네네 카테고리 확정해서 전달해주세요~"


"어쏘님, 우리 B사랑 계약한 거 금액이 이거 맞나요?"

"엇 이거 엑셀 파일이죠? 열려면 꽤 오래 걸리겠네;;;"


"매니저님, 저희 오전에 오류 난 거 C팀에서 미리 공지해준 내용이에요?"

"음.. 메일이 왔었네요 전달해줄게요!"


정신없는 오전이 지나갔다. 사실 세팅이나 환경 때문에 힘들 줄 알았는데, 그냥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다. 사무실에 있으면 적당히 육성으로 이야기하고 토의하면 될 일을 메신저 켜고 답장하고, 전화하고 사정 봐주지 않고 흘러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점심부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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