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의 올바른 사과방식
영화 1987을 보신분들께서 인상깊은 장면은 언제였나요? 저는 바로 서울대생 박종철군의 사망원인에 대하여 영화속 박처장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꼽게됩니다.
영화의 장면에서도 박처장은 태연하게 꾸며내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납득이 안되었는지, 어이없는 표정을 내어짓죠.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어이없이 꾸며내었다 생각할만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황망한 군사독재시절 사정기관의 폭력 그 자체 증거였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건에 대한 내막을 안다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을 세일즈 밈에 쓰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일이고, 매우 경솔한 행동이겠죠. 특히나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를 즐겨하는 브랜드라면 더더욱입니다.
그리고 무신사는 그런 사고를 쳤습니다.
2019년 7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중대 사회사건 희화화를 시도하였죠.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여도 해당 문구의 조사들은 근현대사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등장하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곧장 인터넷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신사 SNS 근황'으로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의 항의에 무신사는 급히 포스팅을 내립니다. 그리고 1차 사과문을 급히 올립니다.
1차 사과문
무신사가 사과문을 3번이나 올린데에는 이전 사과문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1차사과문이 진정성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면, 2,3차 사과문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와 결과를 명시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사실 1차사과문만으로도 충분히 잘쓴 사과문이지만, 2,3차 사과문을 쓸수록 그 진정성이 배가 되었기 때문에 사과문+후속조치로 모범사례에 꼽힙니다.
1차사과문에서는 보시는 바와 같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작성하고 있습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잘못을 나열하는 기본적인 사과문의 요소를 갖추었죠.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 이전에 원인파악을 합니다.
검수시스템을 통해 걸러졌어야함이 1차적이고, 더 나아가 컨텐츠 담당자의 역사 의식이 부재했다는 것이 그 본질적인 대중 분노의 이유였었죠. 그래서 해결책으로 '책임감'을 갖고 제작하고, '검수과정'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합니다.
또한 이재용 사과문에서 쓰였던 것처럼, 직접적인 피해자와 간접적인 피해자를 나누고 사과를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잘 쓴 사과문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차 사과문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사과문에도 양이 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다른 사과문과 달리 무신사의 1차 사과문을 보고 바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요소요소 완벽하지 않지만 사과문에서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은 점, 어떤 잘못인지 인지하고 있는점들을 미루어 보아 사과문에서 억울해하지 않고, 죄송해한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차 사과문에서는 자신들의 사과문이 얼마나 거짓되지 않았는지 계획을 밝힙니다. 본질적인 역사적 무지에 대해서는 담당자, 책임자, 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교육을 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시스템관점에서는 별도의 검수단계와 담당자를 추가하겠다는 제도적 보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1차 사과문에서 구분하였던 직접적 피해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죄마음을 전달하겠는지 밝힙니다.
2차 사과문은 1차 사과문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어 그 진정성을 더하고 있기에 잘 쓴 대책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저는 좀 아쉬웠던 것은 굳이 '후원금을 전달하여 사죄하는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합니다.
차라리 박종철기념사업회에 방문하여 해당사업회의 교육을 받겠다거나, 견학을 통해 그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어도 될텐데 돈으로 사죄하겠다는 뉘앙스가 아닌지 아쉬웠습니다. 분노한 대중은 언제든 지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또, 한국에서는 유독 돈을 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므로 드러내지 않거나 돌려말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3차 사과문
3차사과문입니다. 저는 무신사에 대해 높이 사고 싶은 점이 바로 3차 사과문을 내었다는 그 자체인데요. 분명히 사과문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과와 후속 대책결과를 공시하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또다른 미니홈페이지기능을 하는 기업치고는 바로 잊혀지고 싶을 수 있었겠지만 사고이후 10일에 걸쳐 사과와 대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 사고의 발단과 경과,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상황을 업데이트했다는 것이 매우 올바른 방법입니다.
사과문은 일부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고를 친 사람들은 최소화를 하려고 하죠. 처음 무신사도 인스타그램에만 사과문을 올렸다가 혼났듯이 사고를 친 기업은 진정성있게 사과를 하고자 한다면 동네방네 소문내고 떠들썩하게 해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잇습니다.
이전 2번의 사과문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삭제된 희화화 포스팅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 7월 2일부터 10일간의 행적을 다시 쓰는 것이죠. 이로 인해 무신사를 들어봄직한 사람들, 관심있는 사람들은 7월 2일부터 홈페이지 팝업노출까지 포함해 2주에 걸쳐 사과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담당자 교체와 징계건 그리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 마지막으로 박종철사업회에 방문하여 직접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롯데마트 사과문 다시쓰기에서도 밝혔지만, 사과를 할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의 목소리로 용서를 받는 것입니다.
방문한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영정앞에서 사죄를 드릴 수 있었다고 표현하며 10일에 걸친 무신사의 사과는 끝났습니다.
이 이후에도 무신사는 크고작은 사고들이 터지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무신사라는 회사가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회사가 어떻게 자신들의 진정성을 전달하는지는 무신사의 사레만 참고하더라도 충분히 배울 점이 많습니다.
오늘은 잘 쓴 사과문의 사례로 이재용의 사과문이 회자되는 이유에 이어 무신사의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잘 쓴 사과문의 사례로는 전현무의 사과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