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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Mar 21. 2021

롤린의 역주행에는 서사가 있다.

브레이브걸스가 응원받는 이유

 

 2021년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단연코 브레이브걸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데뷔이후 3차례 멤버교체를 마치고 2기 4인체제의 걸그룹으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린 브레이브걸스는 오랜 무명생활 끝에 빛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한참전 데뷔하고 멤버교체도 잦았지만 제대로 떠본 적 없는 이 걸그룹이 어떻게 4년전의 곡으로 뜨게 되었을까? 


1.  어느 유튜버의 댓글모음집(유튜브 알고리즘)


https://youtu.be/cfHWIqJkEf4


 시작은 유튜브였다. 주로 가수들의 무대영상에 달린 재밌는 댓글을 편집하여 함께 올리는 유튜버인데, 작년 깡 밈이 터질때부터 이런 편집 유튜버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일상적인 아이돌 영상이겠거니 했지만, 비디터라는 유튜버가 편집한 영상에는 브레이브걸스가 방문한 해병대1사단 위문열차 공연에서의 해병들의 찐 함성이 함께 녹아 들어가 그 재미를 더했다. 


 댓글모음에 있는 댓글들이 그 영상의 흥을 더했는데, '역주행했으면 하는 곳 1위', '밀보드(군대 빌보드) 차트 1위', '중간중간에 계속 웃는 언니 개귀엽네', '흙먼지봐ㅋㅋㅋ 웃곀ㅋㅋ' 등 롤린 곡자체를 응원하기도, 군대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언들과 현재는 꼬북좌라고 알려진 멤버 유정을 비롯한 멤버들에 대한 코멘트로 댓글이 가득했다.


 재밌는 것은 이 댓글 모음영상을 편집한 비디터라는 유튜버가 롤린영상을 편집하여 올릴 당시만 해도 6만 내외의 중형 유튜버였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 올리던 영상에서도 많아야 2~30만 내외의 영상 조회수에 맴돌았다면, 롤린 영상은 유튜브 내 특유의 알고리즘을 타면서 순식간에 백만조회수를 넘기기 시작한다. 역사의 시작은 유튜브Pick 이었다는 것이다. 


2.  서사의 중심에 선 꼬북좌와 메보좌, 왕눈좌 그리고 단발좌


 알고리즘이 택한 롤린의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 각 커뮤니티로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은 중간에 찐행복 웃음을 보여주는 여자 멤버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기노래 부르면서 저렇게 진짜 기분좋게 웃는 표정 짓는 가수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며 위문공연에 진심인 유정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웃는 모습이 꼬부기를 닮았다고 하는 꼬북좌 유정외에도, 트로피칼한 느낌의 시원시원한 음색을 가진 메인보컬이라 메보좌로 불리는 민영, 눈이 커서 왕눈좌로 불리는 은지, 단발의 헤어스타일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지는 단발좌 유나까지 네명의 멤버에 대한 별칭이 빠르게 붙었다. 


 워낙 많은 아이돌이 나오고 사라지는 돌판에서 꼬북좌가 멤버 별칭을 만들고 연이어 3명의 멤버가 각자의 개성에 맞춰 별칭을 얻었다는 것 또한 행운이다. 멤버 하나가 그룹을 띄우고 나머지 멤버에게 그 관심이 분산되면서 더 많은 바이럴을 만들어 냈다. 




 뿐만아니라, 멤버들도 직접 해당 유튜브에 와서 직접 댓글을 달고 감사표시를 하며 소통을 이어나갔다. 역주행을 시켜준 유튜버와 댓글러, 그리고 자신들을 만들어준 국군장병에 대한 고마움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3. 연쇄적인 미담 폭발


 왜 네티즌들은 멈추지 않았을까? 가볍게 밈화되고 지나가지 않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끌고 나온 것은 미담의 힘이 었다. 브레이브걸스가 무명이던 시절 자신들을 찾아주는 행사는 국방TV 위문행사 뿐이었다. 2017년 음반 발매이후 4년간 62회의 위문공연을 다녀갔다. 



 그래서 16군번부터 20군번까지 해당 곡이 인수인계되었다고 하는 것이 납득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비디터 댓글에 백령도에서 근무했던 해병대 장병이 쓴 댓글이 회자되었다. 왕복 12시간을 넘는 위문공연의 여정에서 지치지않고 장병들 하나하나 사진찍어주었던 미담들이 퍼지면서 위문공연에 진심이었던 브레이브걸스에 대한 호의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브레이브걸스와 함께 했던 전직 매니저의 경험담까지 더해지며 브레이브걸스의 오랜 무명시간동안 눌려있던 인성 미담이 풀리기 시작했다. 미담이 풀리기 시작한 오래된 무명 걸그룹이 곡까지 뜨는 것은 운명이었다. 이제는 양지로 나와 음악프로그램에 나올 때가 되었다. 


4. 실패와 좌절,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공감의 응원


 결국 컴백이 확정되었고, 방송 스케줄들이 잡히면서 더 많은 (순수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접근한 것은 유퀴즈온더블록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컨셉이 다소 바뀌면서 가장 최근 뜨는 핫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데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했다. 



 새로운 점은 이들이 연예인으로 좌절을 할 때 떠올린 타개책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를 위해 한국사를 준비하고, 카페 취직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등 일반 연에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BJ,  인스타 팔이피플들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프로세스를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왜 이렇게 호감을 갖는, 그리고 응원을 받는 사람들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응원하는 사람들의 동질성이었다. 열심히해도 잘풀리지 않는 요즘 우리들의 삶에서 각박함을 느끼는 감정들이 브레이브걸스에서 겹쳐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댓글들에서 자신들도 브레이브걸스를 보고 기운을 내게 되었다고 많이들 밝혔다. 40대 가장도, 30대 엄마도, 20대 취업준비생도 모두 자신들이 처한 처지를 이들에 대입하며 언젠가 어둠이 걷히고 빛을 볼 날을 기다리는 심정이 발현된 것이다. 결국에는 이와 같은 모습이 만들어낸 응원이 브레이브걸스의 인기가요, 더쇼, 뮤뱅 등 주요 가요프로그램과 음악차트 석권을 만들어냈다. 


5. 브레이브걸스에게 다른 무언가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찾아봤다. 브레이브걸스는 왜 이렇게 멘탈적으로 성숙되었는가, 괴상하고 사차원이 난무하는 연예인판에서 왜 가장 현실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인성을 갖추게 되었을까. 답은 데뷔시기에 있었다. 현재도 평균나이 30살에 수렴하는 고연령 아이돌인데, 데뷔시점을 놓고 봐도 이들이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정상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학까지도 말이다.


 수많은 아이돌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는데, 이 취약점이 바로 일반적인 청소년기, 성인초입과정을 겪지 못했음에 기인한다고 본다. 어릴 적부터 화려한 조명아래 하나의 정점만을 바라보고 달려오는 연예인들에게 사라진 인기와 무관심 그리고 박탈감은 일반인이 느끼는 것의 초월적이다. 


 하나의 답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연예인일수록, 준비생일수록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판단하며 더 큰 좌절과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일반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더 많이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생긴다고 본다. 


 화려한 조명이 아니어도, 뜨거운 여름 하루 햇살아래 커피를 마시고 점심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는 직장인의 삶도 있다는 것을 알 것이고, 수만명의 관심이 아니라,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만으로도 하루가 가득 채워지는 행복을 알 것이다.


 분명 이와같은 작은 하나하나가 모여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을 만들어 냈으며, 이들의 존버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다. 그리고 브레이브걸스는 이 하나하나에 대한 감사함을 수상소감에서 잊지않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브레이브걸스 하나만의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드는 오늘 더많은 존버와 인내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도 이런 빛을 볼 날을 기다리며 또 다시 응원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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