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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Feb 10. 2023

어쩌다 수능은 메디컬고시가 되었는가

거스를 수 없는 물결, Only 메디컬

 요즘 일타스캔들의 장안의 화제다. '장안의 화제'라고 불릴만큼 상투적인 표현을 쓰게 할만큼 OTT 랭킹안에서 드라마로는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다.



자백과 육사오가 OTT에 풀린 이번주, 그리고 재개봉을 앞둔 타이타닉을 제외하면 일타스캔들이 몇주째 1위를 하고 있는 것은 드라마의 장르 다변화 관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주로 입시드라마가 다른식으로 변질된 것과 달리 입시라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주변인물의 사건들을 구성하고 있어 꽤나 호평이다. 


그리고 일타스캔들에서 근 15년간 달라진 메디컬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전의 SKY캐슬에서는 SKY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을 묶어 학생들의 목표지향점으로 삼았다면, 일타스캔들에서는 의대가 목표다. 극 중 남행성(전도연)의 딸 역할을 하고 있는 남해이(노윤서)가 학원에서 올케어반을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고, 합격했음에도 모종의 이유로 올케어반에 들어가지 못해 일타강사인 최치열(정경호)이 따로 과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중심내용이 흘러간다.

 

그런데 극중 올케어반이 극소수로 운영되는 의대반이다. 올케어반만 들어가면 의대에 들어가는것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의대선호 성향은 강했었으나, 대체로 SKY가 목표였고, SKY를 목표로 준비하는 입시과정을 다룬 드라마들이 주류였다. 강남엄마 따라잡기,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등 서울대를 가거나 연고대를 가는것이 굉장한 중심이 되었다. 드라마는 시대상황을 반영했고 실제로 SKY 선호사상은 꽤나 오래지속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문과 졸업생은 대학진학이 라이센스를 담보할 수 있는 전공이 줄었다. 그외에도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외교관 후보자 선발전형으로 바뀌며 3대고시라 불렸던 고시트렌드는 행정고시만 하나 남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사법고시와 외무고시가 존재했던 과거에도 현재의 행정고시도 마찬가지로 SKY가 고시 합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명문대 진학 후 고시 도전이라는 일상적인 Path가 사라진 것이다.


 모두가 남아있는 행정고시만을 바라볼 순 없었다.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 회계사 업계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면서 회계사의 처우가 굉장히 좋아지며 서울대생들의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도 늘어 매년 응시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3823


 최상위권을 제외한 문과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기업의 52시간제 도입과 더불어 정년연장 추세에 힘입어 신입 공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5대그룹중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공채를 축소혹은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바꾸며 고시, 전문자격증외 상위권 대학생들의 선택지였던 대기업마저도 갈 곳을 잃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3715


 그마저도 뽑는 회사들의 상황에서 디지털전환을 앞두거나 진행중인 회사가 많아 IT계열 인재를 필요로 하였고, 2020년 쿠팡, 3N게임사발 임금인상 바람으로 인해 치솟았던 개발자 인기가 2023년 현재 시들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시니어고 주니어고 가릴거 없이 개발자 공급난이었던 지난날의 효과로 비전공생도 코딩을 배워 취업을 했던 시절이 저물고 이제는 초급개발자 수급이 어느정도 안정화되어 소수 시니어 개발자외에는 열풍이 불만큼 대우해주는 개발자 채용시대가 저문것이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21205/116860863/1


 이제 문과를 나와서 명문대를 가도 행정고시, 공인회계사시험, 로스쿨 등의 진로를 가지 않게 되면 대기업 취업마저 보장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좁은 취업문을 위해 절대다수의 문과생이 몰려드는 지금 공대는 괜찮을까?


 2010년대 초반 전화기가 대세였던 적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기계공학과는 철강, 조선, 중공업의 활황에 힘입어 상위권 기계공학과만 나오면 취업은 쉽다는 이야기가 다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업황이 악화되며 꾸준히 감소세가 이어졌고, 이제는 전컴(전기, 전자, 컴퓨터공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1601078172A&category=&sns=y


 상황이 이지경까지 온마당에 SKY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고, 노랫말처럼 읊어대던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로 이어지는 학교 서열화가 단번에 와장창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던 지방대는 이미 진작에 한번에 망해버렸고, 인서울 대학을 나온 졸업생 마저도 양질의 취업은 고사하고 취업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진게 현실인 것이다. 


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225012001


 그렇다면 대학만 나오면 양질의 취업을 보장하고, 꾸준히 안정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디를 가야할까? 정답은 의대다. 의대를 나와(물론 입학과 졸업이 어렵고, 그 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의사만 된다면, 개원이라는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보장받는 최상의 직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의대로 몰리는 것이다. 의대를 지칭했지만,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 통칭되는 메디컬 직업이 되기 위한 절대조건 입학은 곧 대입 수능의 최상위권 결과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강남엄마따라잡기가 나온 2007년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대치동은 크게 달라졌다. 스카이 혹은 설카포라고 지칭되는 문이과 최상위권 입시 위 존재했던 의대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져 서울대 붙고 의대가는 것이 뉴스에 나올일이 아니라, 설카포 학생들의 의대를 위해 꾸준히 반수한다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2515540000532


 그간 수능 고득점이라는 19살 한번의 시험만으로 인생이 너무 크게 결정된다던 자조는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학교서열대로 취업문이 쉽게 풀린다던 경향은 아예 사라졌고, 수능이 메디컬갈 거 아니면 큰 의미없다는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메디컬 고시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공부할 필요가 없어진 걸까? 의대갈 가망이 없다면 공부안해도 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다음편에서 나눠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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