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커비 Nov 20. 2023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쓰는 고백

아무것도 못한 나를 돌아보며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떻게 게으른과 완벽주의자가 어울리는 단어일까 싶지만... 현대인들이라면 가장 많이 해당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까지 포함해야겠죠.


 이 글을 쓰기까지도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퇴근하고, 씻고, 와서 거울을 보고, 스마트폰을 보고, 다시 제목을 써놓고 보니 마음에 안들어 고치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보고...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어찌나 많은 부수적인 업무들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결국 이러다가 '내일 진짜 각잡고 써야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오늘의 게으른 나는 내일의 완벽주의자를 상정하고 그에게 나의 짐을 넘겨줍니다. 그렇게 미루어진 나의 역할은 인수인계에 실패하고 또 하루 하루 유기되고 방치되다 어느새 몇주가 지나고 몇달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들만 70여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글을 써봐야지, 다음엔 이런 글을 써야지 해놓고 주제들은 늘어났지만, 막상 다시 앉으면 그날의 감정과 온도 모든것이 사라진 채 '논리'만 남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오직 '논리'로만 글을 채우다보니 더 어렵고 느려집니다. 그날 해내지 못한 나의 업보입니다.


쌓여가고 있는 글감들, 정말 안타깝고 미안해


 현생을 살다보니 바빠서, 오늘은 야근해서, 지난주에는 약속이 잦아서 등등 갖은 핑계를 갖고 하루하루를 빚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언젠가 달아놓은 나의 일수겠죠. 


 이렇게 살다가 놓친 기회가 한둘이 아닙니다. 아주 좋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놓치기도하고, 아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잃기도했으며, 이것이 쌓여 더 좋은 직장이나 자산증식 등은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저처럼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되어 고등학교 3년 내내 '완벽한 필기노트'를 위해 힘주어 공부하다가 수학의 정석 앞부분만 새카매진다거나, 대학교 4년 내내 '완벽한 시험공부의 자세'를 꿈꾸다가 '저녁먹고 빡세게 해야지', '내일 시험이니까 자정까지만 쉬고 제대로 해야지', '밤새면서 제대로 해야지'하면서 날리진 않았나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토론만 댓시간을 해대며 아이디어를 내놓기만 하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취직을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도 그모양으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매우 중요한 일을 잊고, 알림이 올 때 마다 상기해놓고는 잊는 바람에 결국 매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아 마음 고생했습니다.


 분명 삶을 아슬아슬하게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그 아슬아슬한 인생의 최고 결과만 쌓여 지금이 있는게 아닐까할 정도로 매우 감사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제는 어언 30대 중반을 지나가면서 '언젠가 이런 습관은 고쳐지지 않을까?'했던 생각이 그저 생각에 그친지 십수년이 넘어가니 사람 그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최근의 그 일이 터지는 바람에 오늘은 특히 막연하게 미래에는 잘되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하루하루 매시간에 취해서 살아왔던 제게 실망스러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 자산관리 고수들이 의뢰인들을 만나 대출들을 먼저 갚으라고 권유하고, 불필요한 지출등을 줄이는것을 충고하듯이, 제게도 제 안에 있는 후회와 자책이 그동안 미뤄놓은 저의 이자가 붙고 붙어 고금리 이자가 되어버린 귀찮고 게으른, 그리고 마지막엔 완벽함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쌓여있던 저의 '할 일'에 대해 치워나가려고 합니다. 


 분명 이렇게 선언을 해놓고도 고치기 어려운 것을 압니다. 돈받고 사회생활을 한지도 8년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원칙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1. 대충하자

 2. 만족하자

 3. 일단하자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서 가장 약한 고리는 게으름보다 완벽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완벽주의는 게으름을 위한 명분이고 재료고 연료니까요. 정말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그동안 제가,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만족하지 않을리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대충하기로 합니다. 성의없이 몇줄 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끝맺음을 하는 것입니다. 하고 있던 일들이 있다면 끝맺는것을 대충이라도 해내려고 합니다. 대충이 쌓여 성실한 결과물이 될 것이고 이것은 그동안 능숙함이 되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만족하려고 합니다. 분명 처음 나의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꾹 참고 다음 대충할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나의 완벽주의가 그동안 가려왔던 '넘어가기'를 해낼 것입니다. 대충하고 넘기다보면 언젠가 더 매끄럽고 세련되어질 것이며, 더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충하는 나의 발걸음을 먼저 옮기려고합니다. 분명 대충하고 만족하면 되는 것이 제 1,2원칙일만큼 중요하지만, 일단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 2023년 11월 20일의 나는 일단 하는 것을 3원칙이자 가장 선결되어야할 원칙으로 세우려고 합니다.


 글을 보는 여러분도 만약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한해였다면, 함께 합시다.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글을 보는 독자들만이라도 변화가 일어난다면 저는 글을 쓴 값어치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10명이 읽었다면 일단 실행하면서 대충이라고 끝맺고 만족하는 조금이라도 완결된 삶을 살아가는 10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짧지만, 글쓰는 폼을 회복하고자 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저의 브런치에서 저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아직은 가라앉질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곧 글쓰는 폼도 올라올 것이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기고] 친환경을 위한 루니버스 웹 3.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