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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Mar 17. 2020

팀장님 이것만 지켜주세요

우리 팀장님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어느 곳에서나 리더는 외롭습니다. 조직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애환을 나눌, 의지할 동료가 적어졌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때로는 소심한 팀장님들은 팀원들에게 다가가지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안하무인 팀장님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팀원들과의 소통 부족 때문이겠죠. 소통의 부재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날리고, 날아간 기회 속에는 오해와 불신만이 남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자아낸 불운한 결과를 미리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짧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고, 혹은 봐온 조직 리더들에 대한 아쉬운 모습들을 같이 공유해볼까요? 벌써부터 많은 분들의 훈수가 기다려져 두렵습니다만, 언젠가 내가 조직 리더가 되었을 때를 대비한 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니 함께 진지한 마음으로 살펴보기로 해요.^^


1. 팀 어젠다 제시

- 회사는 비전을 세우고, 조직은 어젠다 아래 정체성을 만들어 갑니다. 팀장님이 새로 바뀔 때마다 팀의 정체성이 새로 정립되곤 하죠. 하지만 팀장도 사람이다 보니 새로운 팀에 오거나 새 팀이 만들어졌을 때 부하직원에게 팀의 정체성을 세우기보다는 현업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쏟기 바쁩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현업을 이해하고 적응하여 이제 정체성을 세워야 할 때쯤 팀장은 본격적으로 상위 레벨 리더들에게 본격적인 업무지시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팀원들에게 팀에 대한 정체성을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팀원들 머릿속에는 오해와 불신만 쌓여있습니다.


팀의 정체성, 어젠다를 팀원에게 제시해주세요


 먼저 팀장의 업무스피드나 업무 스타일을 보며 팀장이 어떻게 이 팀을 이끌어갈지 보입니다. 빠른 보고, 디테일에 꼼꼼한 모습에 팀원들이 긴장할 수도 있고 회의에서 보여주는 달변의 모습으로 팀장의 스타일에 감탄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어젠다를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 스타일만 익히게 되면 이제 팀원들은 그때그때 단기적인 팀 정체성을 이해할 뿐 우리 팀이 어느 길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팀원들을 모아놓고, 혹은 팀보다 더 작은 조직들을 모아놓고 말씀해주세요.


 '우리 팀에서 한 달간 일해보니 앞으로 어떻게 우리 팀의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한다. 다만, 조직 논리에 의해 정체성의 변형은 언제나 생길 수 있으나 팀장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기에, 팀원들도 헷갈릴 때 이 방향에 맞춰 의견을 내준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팀원들도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운영방안을 세울 때 진취적으로 내야 하는지, 방어적으로 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처음 팀장님이 만들어준 어젠다를 상기하며 우리 팀의 정체성에 가장 가까운 답변을 말한다면 팀장으로부터 부정적 피드백을 받지 않을 것 같아 안심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팀이 일관성 있는 어젠다를 갖고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2. 사내 정보 공유

- 회사 안에는 수많은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어떻게 조직개편이 될지, 새로운 팀에서 어떤 업무를 맡을지, 누구는 어디로 보낼 건지, 재택근무가 곧 도입될 것인지, 임금이 언제 인상된다와 같은 인사, 비즈니스, 복리후생 관련 루머들이 그 주 대상입니다.


팀장만 아는 것 같은 그 소문, 옆팀 팀장이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C레벨급 리더로부터 하달받은 정보들이 하루 이상을 팀장의 이메일함에서 묵혀지고 있는 동안, 다른 팀장의 이메일함에서 나온 바로 그 정보가 우리 팀으로 들어옵니다. 타 팀으로부터 우리 팀의 조직개편 소식을 듣기도 하고, 성과급 관련 소식을 받고 상담에 들어간 타 팀을 보며 찾아오질 우리의 상담 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팀장은 너무나도 바쁩니다. 회의와 보고의 틈새에서 팀원들과 겨우 소통할 기회를 얻습니다. 때로는 팀원들에게 놓치기도 하죠. 팀원들은 참 게으르고 나약한 존재입니다. 업무 지시를 받을 때는 매우 수동적이지만, 인사복지 관련 소식을 전달해 줄 때는 매우 적극적이죠. 너무 시간이 없다면, 메일을 전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팀장의 코멘트가 없더라도 팀장으로부터 투명하게 사내 정보가 공유된다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팀장에 대한 로열티가 생깁니다.


3. 팀원에 대한 믿음

- 가끔은 대리같이 일하는 팀장이 있습니다. C레벨급에서도 디테일을 챙기는 임원들이 있죠. 간혹 뉴스에서는 디테일까지 챙기는 CEO라고 하여 칭송을 하기도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즈니스는 혼자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중간관리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하직원, 관리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했다는 뜻이겠죠. 


팀장은 감시자가 아니라 동반자입니다.

 물론 숫자와 같이 민감한 부분들은 디테일이 생명이니 예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필터링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 경영정보를 취합하는 직원 뒤에 서서 하나하나 잡아주거나, 품의를 작성하는 직원의 오탈자로 결재 직전 반려하기보다는 팀장과 팀원 사이의 중간관리자에게 필터링을 시키는 것도 절차입니다.


 물론 중간관리자와 주니어 팀원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돈독합니다. 같이 일을 하고 불만을 서로 공유하는 사이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이런 필터링 때문에 나빠진 게 아니라 이미 다른 인간적인 이유 때문에 나빠진 겁니다. 필터링을 잡아주는 팀 내 멘토 역할의 중간관리자를 의지하며 둘은 돈독해지고 실수는 줄어들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팀장으로부터 세세하게 지적받지 않으며 팀장과는 보다 진취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팀장의 시간을 팀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보내지 말고, 중간관리자를 통해 보다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퍼포먼스에 대한 피드백

- 회사원은 퍼포먼스에 살고 퍼포먼스에 죽습니다. 당장 내 퍼포먼스가 잘 나왔을 때 환호하는 동료, 박수쳐주는 팀장의 미소에서 회사 다닐 맛이 나죠.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적극적으로 칭찬해주세요. 칭찬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칭찬에 익숙해져 자만할까 봐 걱정되시나요?


 

팀원에게 신호를 줘야 알아듣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관대합니다. 그래서 굳이 칭찬을 하지 않아도 자만해집니다. 오히려 겸손해지는 것은 타인에 대한 칭찬이 늘수록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겸손할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 팀 누군가가 명확한 퍼포먼스로 박수받게 된다면, 다른 팀원들은 부러워하고 스스로의 퍼포먼스를 돌이켜봅니다. 팀장이 일관성 있게 퍼포먼스에 대해 피드백했다면, 자신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하게 될 겁니다.


 만약 퍼포먼스에 대한 피드백이 적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술했든 자신에 대한 관대함으로 상상 속에서 하나둘씩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면 잘한 거 아닌가? 왜 칭찬을 안 해주지?"

"내가 이 팀에 기여한 게 얼만데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일관성 있게 퍼포먼스에 대한 피드백이 지속되면 팀원들도 객관화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됩니다. 과감하게 퍼포먼스에 대해 피드백해주세요.


5. 팀원 인사평가 관리

- 연초는 가장 많은 인력이동이 있는 시기입니다. 동시에 승진, 평가 관련 가장 많은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기도 하죠. 누구나 승진을 기대하고 있으며, 누구나 높은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팀장이나 상위 레벨 리더들도 마찬가지겠죠. 상위 조직에서 받은 평가를 기반으로 팀원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누구나 꿈꾸는 그것은 모두가 가질 수 없습니다.


 4번에서 피드백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과감해져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 바로 연결되는 맥락인데요. 팀에서 가장 많은 퍼포먼스를 낸 팀원은 누구인지, 누가 가장 고생했는지 팀원들은 알고 있습니다. 또, 팀원들은 팀장이 유독 선호하는 직원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죠. 평가 TO는 제한적이지만, 상담은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평가 시즌에 돌입하며 입을 꾹 닫는 팀장들이 있습니다. 평가 비밀 보호 차원이기도 하지만, 좋은 평가를 주지 못할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팀원에 대한 회피이기도 하죠. 시간이 약이라고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당연히 잊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직원들은 두 가지의 이유로 이탈을 결심합니다.


(1) 설득 없는 일방적 평가


"내가 왜 이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쟤는 왜 저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

-고과를 낮게 받은 직원들이 하는 말입니다-


- 팀원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관대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자신이 높은 고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장은 알고 있습니다. 팀원의 퍼포먼스가 지난 1년간 어느 수준이었는지 가장 객관적으로 알 수 있죠. 그렇다면 돌파해야 합니다. 왜 퍼포먼스가 부족했는지, 왜 동료는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지 설명해주고 팀원이 갖고 있는 마음을 들어봐야 합니다. 정량, 정성적인 평가에 대한 설득을 성공하면 팀원들은 불만을 가져도 다시 어떻게 하면 다음 해에는 좋은 평가를 받을지 방향성을 갖고 재도전을 기약합니다.


(2) 불확실한 미래


"팀장님이 내가 내년에 승진 차수인지 알려나 모르겠다"

"팀장님은 내가 작년에 평가 뭐 받았는지는 아시나?"

"팀장님은 내가 이번에 전환 대상인지는 알고 계시려나?"

-고과를 낮게 받은 직원들이 미리 하는 말입니다-


- 팀원들은 자신이 안 좋은 고과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기저에는 자신의 인사정보에 대해 팀장이 모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고과를 높게 받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의심을 걷어내지만, 낮게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퍼포먼스 문제가 아니라 팀장이 나의 인사정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됩니다. 팀장이 자신의 직군, 연차에 대해 알고 있다는 느낌만 받아도 충분히 오해를 미리 불식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평가 시즌 꼭 상담을 통해 팀원에게 얼마나 팀원들의 인사정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밝히고, 부족하거나 오해, 혹은 팀원이 밝혀야 할 사항이 있다면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고과를 준다면 자신의 퍼포먼스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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