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에 던져지는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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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직을 한 지 이제 두 달이 되면서 이직의 과정 그 후를 말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한 번 적어보고 공유하려고합니다.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나, 이직의 과정에 있으신 분들이 고민하는 다양한 지점에서 놓치는 부분은 없을지 한번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직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지금의 안정을 깨고 다른 조직, 다른 회사로 가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불안정에 대한 것일 것입니다. 특히나 이전 회사에서도 너무 따뜻한 사람들과 일했던 좋은 기억때문에 굳이 왜 이직을 하려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도 이직을 하면서 얻게될 처우의 개선이나 더 새로운 경험을 제외하고 생겨나는 첫번째 단점은 다른 회사에 도깨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습니다. 바로 그 도깨비는 사람이었죠. 원래 다니던 회사는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새로운 곳으로 가게되면 다들 이상한 사람만 있어서 내가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을 했습니다.
이전회사에서도 사내 잡포스팅을 통해 2번 팀을 옮기면서, 그리고 회사를 옮기면서 검증된 것은 어딜가나 다 사람사는 동네이고,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플랫폼, 데이터, 엔지니어링, 전략, 마케팅 등등 화려한 직무적 수식을 갖고 꾸며진 팀명을 보면 다들 도깨비가 살 것만 같죠.
그 팀에 가면 다들 까칠할 것만 같고, 논리적이고 냉철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3번의 둥지를 옮기면서 느낀것은 어딜가나 도깨비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 비슷한 사람들의 공동체라서 마음의 긴장감을 조금은 놓아도 좋다는 것입니다.
- 이직을 하기 전과 하고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마음가짐은 '왜 그동안 이직을 두려워했나?' 라는 생각입니다. 1번의 내용과 비슷한데, 다른 회사를 가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대기업공채로 어떻게 들어간 회사인데, 이걸 어떻게 포기하나? 라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요즘 시간이 갈수록 공채는 줄어들고, 경력채용 상시채용이 늘어나면서 더이상 공채 대우의 견고함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공채는 구식의 것이고, 고인물이라는 인식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의 틀을 한번만 깨면서 더 넓은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한 회사에 들어가 2~30년씩 다니면서 희망퇴직, 정년퇴직을 향해 달려갈생각이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직과 창업을 향후에 생각하고 있다면 더더욱 이직은 이르게 경험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회사를 나가도 큰 일 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같은 마케팅 업무를 다르게 접근하기도 하고, 또 더 선진적인 생산성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소 경직된 문화를 경험해보면서 회사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업무 환경과 스타일이 크게 변하는 것을 체감하는 자체만으로도 삶의 역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더더욱 다음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키워야할 지 그 선명성이 도드라지면서 불안감이 해소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첫 회사에서 10년 넘게 다니다가 이대로 은퇴할때까지 똑같은 인생이 반복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다면, 이직 한번을 통해 조금은 다른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에 익숙해져가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나에게도 생존력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이런 생존력을 미약하게나마 키워가는 과정이 커리어패스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더욱 이직을 해보기를 권하게 되더라구요.
- 이직 고민하시는분들께 희망적인 이야기를 드렸다면, 이번에는 이직을 결심하시는 분들께 주저함을 드려볼까해요. 특히 첫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필요한 이야기같은데요. 고민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꼭 유념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보통 이직을 하는 요소로 무엇을 보시나요? 연봉, 복지, 사내문화, 성장성, 출퇴근 거리 등 다양한 요소들을 보겠지만, 대다수는 처우와 성장성을 이직의 가장 큰 요소로 꼽습니다. 남는건 연봉뿐이다, 회사가 커야 나도 큰다와 같이 외형적인 것만 따진다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직을 해보고 경험한 것은 내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수년간 이전 회사에서 쌓아온 나와 사람들간의 네트워크를 모두 포기하고 넘어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전회사에서 더욱이 공채로 들어가서 일을 했다면 이는 더 포기할 것이 많아집니다.
입사시기부터 함께해온 동기 기수들과의 네트워크는 사내에서 갖기 힘든 매우 강력한 기능을 합니다. 업무적으로도 곳곳에 흩어진 동기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더 수월하게 정보습득이 되고, 더 쉽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해주는 사내 가까운 대상들이 되므로 공채출신이 동기를 잃고 이직한다는 것은 꽤나 큰 손실입니다. 이에 더불어 나의 신입사원 꼬꼬마시절을 함께 지켜봐준 선배, 상사들이 있다면 내가 성장하기까지 지켜봐주고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 어느곳보다 조직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외에도 수년간 업무를 통해 만들어온 사내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온 인맥들은 이전회사에서라면 쉽게 끝낼 수 있었던 일들이 단순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준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케합니다. 새로 온 회사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첫 경험들은 마치 신입사원 당시 마주했어야할 일들과 같죠.
-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이직이라는 관문을 통해 들어온 나는 만들어내는 성과와 업무들의 결과들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업무태도나 사내에서 보여주는 액션들 역시 갖고 있는 성과가 기록되기 전까지는 모두 신경써야할 요소겠죠.
평소 아이데이션할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더 많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빌드업하는게 익숙했다면, 새로운 곳이 다소 경직되고 매트한 분위기라면 그러한 자신의 그런 업무 스타일이 조직내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함을 인지할수도 있습니다. 일단 새로 온 사람은 본인의 성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는 태도가 전부일 것입니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정해진 규율과 문화를 지키며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시도하는 단계까지 가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시간들을 버텨내고 인내할 자신이 있어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이직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나 전문직처럼 자신만의 고유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새 조직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익히고 펼쳐내기까지의 시간들이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이런 정성적인 요소에 대해 더 많은 고민할 시간들과 여유를 충분히 갖고 이직하시길 조언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