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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Apr 08. 2020

돈 모으려면, 차 사지말아야할까?

차를 3년 타면서 느낀 것

돈 모으려면, 차 사지 마라


 보통 어른들이 사회초년생들은 자동차를 사지 말라고 합니다. 차를 사면 목돈이 나가고, 매달 줄줄 돈이 새기 때문에 결국 돈을 모을 수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지나고 보면, 목돈이 나갔고, 매달 줄줄이 돈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진실이 있습니다.


 먼저, 비싼 차를 사면 목돈이 크게 나가는 것은 맞습니다. 저 역시 독일 3사(BMW, 아우디, 벤츠) 차를 무척이나 타고 싶었습니다. 일명 '하차감'이라고 불리는, 차에서 내릴 때 타인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차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벤츠 E 클, 아우디 6, BMW 5 시리즈를 타 줘야 "아 저 사람이 돈이 아쉽지 않게 차를 타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요. 뭐랄까 C 클, 3 시리즈를 타면 스스로가 자격지심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 차를 탔으면 2가지 중 하나였기를 바랐습니다. "아 저 사람은 차가 정말 멋있구나", "아 저 사람은 차는 그냥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구나" 이렇게 말이죠. 차가 멋있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꾸준한 세차와 여러 가지 자동차용품, 그리고 옵션과 크기를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옵션이 적은 깡통 차를 탔다간 사람들에게 카푸어로 보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콘셉트를 잡고 가장 실용적인 차를 샀습니다.


 또 온전히 차값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부수적인 지출까지 늘어납니다. 차값이 늘어난 만큼 취등록세가 늘어나고, 보험료가 올라갑니다. 또, 고급유를 한 번씩 넣어줘야 하고 세차도 광택을 흐릴 수 있는 일반세차가 아니라 미세하고 세심한 손세차를 맡겨야 합니다. 또한, 도로도 조심스럽게 달려야 하죠. 까딱하다 수리라도 맡겨야 하는 날에는 국산차보다 수리비, 수리기간이 매우 높고 길어 불편함과 가슴 쓰림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막 타도되는 실용적인 아반떼를 샀습니다.


 또 외제차를 사게 되면, 차값이 비싼 차를 사게 되면 구매하자마자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상각이 크게 시작됩니다. 시장에 공급이 덜되었고, 수요 역시 적은 비싸고 좋은 차들은 차를 개시하는 순간 천만 원씩 깎입니다. 차를 평생 탈 것이 아니라면 폐차 혹은 중고차 판매를 해야 할 텐데 좋은 차 타는 성향의 사람이 폐차될 때까지 탈리는 만무하고 대부분 많은 감가상각을 치르고 눈물을 흘리며 팔게 됩니다. 그래서 중고가 방어가 잘되는 실용적인 아반떼를 샀습니다.


 크고 좋은 세단은 또한 연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힘이 좋아서 치고 나갈 때 참 좋지만, 연비가 좋지 않은 덕에 기름값도 만만치 않게 소비되곤 합니다. 하지만 2017년에 구매한 제 아반떼는 평균 13.3km/l, 고속 20km/l 수준의 연비를 보이고 있어 기름값을 절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차알못인 사람들은 무조건 신차를 삽니다. 중고차를 사게 되면 제대로 된 가격을 몰라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신차는 윗급으로 갈수록 천차만별 천정부지로 뛰어오릅니다. 그래서 경차를 제외하고 가장 현실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아반떼를 사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반떼를 구매한 가격은 1550만원입니다. 신차 가격 1,840만원에 취등록세(당시엔 7%, 지금은 3.5%로 더 싸졌죠) 130여만원, 총 1,970만원이었는데 페이스리프트에 이전 출고차량 할인까지 해서 총 275만원을 할인받아 1690만원에 샀습니다. 취등록세를 빼면 1,550만원입니다. 저는 이 차를 7년간 탈 예정입니다. 중고차 사이트에서 7년된 아반떼 가격을 850만원에 팔고 있으니 1년에 100만원씩 감가상각 되는 수준입니다.


 보험료는 개별적으로 다르지만, 제 경우(만 30세 이상) 매년 70만 원을 내고 있고, 자동차세도 1600cc 미만이라 20만 원 내고 있으니 보험료와 자동차세가 매년 100만 원씩 나가네요.


 1년에 통상적으로 자동차 감가상각과 보험료, 자동차세를 합치면 200만 원 수준입니다. 기름값은 굳이 포함할 필요가 없는 것이, 차를 타고 출퇴근해보니 대중교통 이용할 때와 금액차가 거의 나지 않았고, 오히려 혼자보다 둘이 차를 타고 다니면 대중교통비보다도 싸게 먹힐 때가 많아 기름값 부담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1년에 200만원을 소비하고 얻은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1. 심야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퇴근하면 6시 반, 부리나케 영화관이 있는 강남이나 잠실로 가면 7시 반, 밥도 못 먹고 영화를 보는 것이 데이트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급히 팝콘과 콜라를 집어 들고 8시 영화라도 본다 치면 10시에 영화를 마치고 집에 가면 11시. 혹여라도 늦게 시작하는 영화에 상영시간이라도 3시간 가까이 된다면 12시에 임박해 버스 막차를 타기 일쑤였죠. 피곤한 데이트는 끝이 없었습니다.

  -(현재) 퇴근하고 씻고 나서 저녁을 먹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신고 10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습니다. 영화를 마치고 돌아와도 1시, 피곤함 없이 산뜻한 즐거움으로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2. 이케아, 스타필드 등 대형 매장을 갈 수 있습니다.

 -(과거) 이케아를 가겠다고 지하철을 1시간 20분, 버스를 20분 겨우 타서 간 적이 있습니다. 광명까지 2시간 가까이 녹초가 되도록 도착했는데, 막상 너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수가 없었죠. 다시 그 시간만큼 돌아가야 하는데, 양손에 물건을 쥐고 갈 생각 하니 막막했으니까요. 그래서 밥만 먹고 구경만 실컷 하다 돌아온 경험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 (현재) 주차가 무료인 스타필드와 이케아는 이제 이색 데이트 코스가 되었습니다. 차를 끌고 드라이브하기 좋고, 도착해서도 밥을 먹고 쇼핑을 해도 이제 차에 담아 돌아올 수 있으니 피곤함은 사라지고, 만족감은 배가되었죠.


3.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과거) 비 오는 날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실내뿐입니다. 그마저도 만나기 위해 옷이 젖어가며 축축한 채로 만나고,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없어 자리를 계속 옮겨야 하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사람 만나기 참 힘든 날이었습니다.

-(현재) 비가 오면 더 낭만이 깊어집니다. 한강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차창에 내리는 빗방울들을 보며,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참 편안합니다. 또, 가고 싶은 식당이나 카페가 있다면 차를 갖고 이동하기 때문에 비를 맞을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4. 추울 때 따뜻하게 놀고, 더울 때 시원하게 놀 수 있습니다.

-(과거)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날 때는 옷차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추우니까 꼭 꼭 껴입고 나가서 대중교통을 타면 옆사람의 패딩과 나의 패딩이 겹치면서 좌석은 비좁아지고, 여름에는 문이 열릴 때 들어오는 후텁지근한 바람에 불쾌해지기까지 했죠.

-(현재) 집 앞의 차를 타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덥혀진 시트에 앉아 이동하고, 대기시간에는 언제나 시원한 에어컨이나, 따뜻한 히터로 가볍게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목적지까지 만약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만 된다면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5. 가볍게 다닐 수 있습니다.

-(과거) 가벼운 나들이를 하려 해도 짐을 가방에 한가득 넣고 가기 벅찹니다. 하루 종일 짐을 들고 다니다 보니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만석인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쥐고 이동하는 동안 손에 들려진 짐들은 한번 더 우릴 피곤하게 만들었죠.

-(현재) 모든 물건은 차 뒷좌석으로 향합니다. 가방, 외투, 카메라, 쇼핑백 등등 모두 뒤에 싣고 다닙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볍게 나들이를 즐길 조건이 모두 갖춰집니다. 혹여 피곤하게 돌아다녀도, 차에 잠시 들어와 눈을 붙이면 피로가 풀리고, 가뿐하게 다시 이동할 수 있죠.


6. 코로나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너무 답답합니다. 최근 2달간 데이트는 차를 타고 돌아다니기만 했는데요. 드라이브 스루로 음식, 커피를 사 먹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하천변을 달리고, 때로는 차를 세워두고 넷플릭스를 보며 쉴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봄날의 내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차를 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 사면 돈 못 모읍니다. 1년에 200만원을요. 그런데, 젊었을 때 차를 샀을 때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추억들과 편리함은 결코 200만 원보다 작을 수 없습니다. 아반떼라면, 부담 없이 충분히 우리가 누리고 싶은걸 누릴 수 있습니다. 차, 꼭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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