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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Jun 13. 2020

싸이월드의 폐업과 디지털 방주 건설

디지털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의 배신


 오랜 기간 우리의 추억을 담아왔던 싸이월드가 근 10년간의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을 바라보고 있다. 버디버디 - 지니 - 네이트온에 이르는 메신저의 대세 흐름 속에서 네이트온이라는 강력한 메신저 위에 올라탄 싸이월드의 확장세는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이 나오기도 전부터 2000년대를 호령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로의 시대 전환에 실패한 네이트온의 몰락은 싸이월드의 트래픽까지 동반으로 끌어내렸다.



 SK소유의 영원할 것 같았던 자산 싸이월드는 어느새 매각과 매각을 거듭하고, 결국 폐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리챌 창업자의 싸이월드 인수 이후 동영상 플랫폼화 시도에 여러 노력을 했지만, 이미 본 투 비 모바일로 태어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등 모바일 SNS 플랫폼에 미치지 못했다. 



 싸이월드의 강점은 사진첩과 다이어리, 그리고 일촌 맺기였다. 서로 1촌을 맺어가며 친구 추가를 하고, 사진 게시판 형태의 사진첩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남기면, 공유하고 반응하고, 댓글을 다는 지금의 SNS와 같았다. 페이스북은 이 사진첩과 다이어리 형태를 하나의 피드에 연달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차이였다. 재밌는 것은 한국 SNS답게 싸이월드는 하이어라키를 중시했고, 페이스북은 모든 것을 하나의 플로우안에서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애자일보다는 전통적 구조 질서를 지향하는 한국 기업과 애자일, 스팟팀으로 움직이는 해외 스타트업의 근무형태가 비슷하게 닮아있다.



유일한 마약 / 더이상은 NAVER / 뉴욕 헤럴드 트리뷴


 사진첩의 유명한 레전드 짤은 넷상으로 쉽게 퍼져 나갔고,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의 싸이월드에서 '발굴'한 우리의 과거사진은 잊어가고 유명했던 레전드 짤만 기억 속에 남고 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지금의 3040에겐 학창 시절, 대학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감정 총체인데 이 모든 기억들이 날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혹자는 싸이월드 망한다는 소리는 한참 전부터 했고, 백업할 시간을 얼마나 줬는데 이제 와서 폐업 타령을 하겠느냐고 하겠지만, 나는 정말 몰랐다.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이 생길 만큼 온라인에 한번 올라간 개인정보, 사진, 영상 데이터들은 좀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을 텐데 지워지지 않길 바라는 나의 기억과 추억들이 있는 그대로 삭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아찔했다. 


 그리고, 문득 기억을 떠올려보니 내가 디카를 샀던 2004년부터의 사진은 모두 싸이월드에 저장되었다. 일종의 클라우드처럼 써왔고, SK라는 대기업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든든하고 안심되었다. 이런 이유로 2011년까지 싸이월드에서 다이어리를 써왔으니 근 7~8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패키징되어 사라지게 생겼다.


 현재도 싸이월드는 접속이 된다고 하나 비밀번호 찾기가 불가능하여 접속조차 안 되는 상황이며, 이를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 없는 일이다. 영원할 수 없다면, 2중 3중의 백업 수단을 찾아 '디지털 노아의 방주'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 외부 저장장치

외장 HDD와 외장 SSD


 IT 전문 유튜버, 블로거가 아니라서 간혹 부족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유의 바라며... 먼저 난 HDD를 똑같은 것을 구매하여 무식하게 컴퓨터, 핸드폰 그동안의 모든 저장 메모리 데이터를 똑같이 복사하여 넣었다. 외장 HDD는 충격에 취약하여 지양되는 방식이나 가격이 저렴하므로 포터블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1TB 외장하드 2개를 HDD1, HDD2로 명명하여 넣었다. HDD2는 다시 온전하게 밀봉하여 서랍 속 깊이 넣어두고, HDD1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HDD1의 가장 최근 사진과 영상을 추려 SSD에 나눠 넣었다. SSD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처리속도가 높도 충격에도 안정적이다. 그래서 현재는 주요 영상 사진 분류 작업들은 SSD에서 하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양이 매년 2배씩 늘고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과 유튜브 확장으로 인해 개인 데이터 취급량까지 늘어나고 있는데, 더 이상 저장장치 없이 데이터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최소한의 데이터를 갖고 작업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는 필수이다.


#2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구글드라이브, 드랍박스, 그리고 NAS


 클라우드는 사실 PC에서 활용하는 용도보다는 모바일 유저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서비스다. 당장 친구에게 여행 사진이나 오래된 추억사진을 보여주고 싶을 때 "나 집에 가서 PC 켜고 메신저로 보내줄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한된 스마트폰에 무수히 많은 과거 데이터들을 담고 다니는 것 또한 힘든 일이다. 그래서 클라우드가 용이하게 쓰일 수 있다. 무료로 쓸 수 있으며 가장 한국인이 많이 쓰는 네이버 클라우드(과거 N드라이브),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등은 영상, 사진 아니고도 일반 파일들까지 모두 담아놓고 관리가 가능하여 외근 나가 PT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나는 이 3가지 클라우드에 담을 만큼 오피스 문서가 많지 않아 구글 포토라는 사진영상 목적의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고용량 저장만 안 한다면 무제한으로 업로드가 가능하며, 타 클라우드 대비 접근성, 활용성이 높다. 내 외장하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행 영상과 사진은 모두 구글 포토에 연동하여 올려놨으며, 누군가에게 빠르게 여행사진을 보여줘야 할 때 구글 포토에서 꺼내어 공유하는데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문득 이 와중에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했다. 부모님에게 구글 포토를 깔아드리고, 사진 보시라고 하기엔 불편한 점이 있었다. 같은 계정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면, 부모님 개인 계정에 내 구글 포토 접근권한을 따로 드리고 보실 수 있게끔 만드느니, 집에 NAS를 설치하여 부모님 각각의 계정으로 자동 로그인하시면 내 공유폴더를 보실 수 있게끔 만들어 가끔 원하시는 영화나 드라마를 올려드리기도 하고, 과거 여행 영상이나 사진들을 올려드리고 같이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NAS 역시 설치비용이 비싸지만, 앞서 외장하드와 구글 포토를 통해 3중으로 백업한 상태에서 NAS에 백업까지 해놓아 이제는 완전히 데이터 관리에서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3 인화


사진 인화 주문 서비스 / 포토 프린터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HDD나 SSD도 언젠가 분실하게 되면 그 완벽한 방주는 파괴될 것이고, 혹여라도 구글이 망할리는 없겠지만, 내 실수로 사진 영상 데이터가 날아가거나, 계정이 삭제될 수 도 있다. NAS 역시 물리적으로 분실 가능성이 있고, 여전히 속도면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앨범이다. 결국 나는 사진을 인화하기 시작했다. 신입사원 연수 시절 나의 사진들, 유럽여행에 가서 멋들어지게 찍은 풍경들,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 등 모두 소중한 기억들인데, 인화하기 전까지는 모두 잊고 지내던 것들이었다. 


 앨범에 넣고 나서야 비로소 HDD/SSD/구글 포토/NAS와 함께 5중 백업을 한 것이다. 온 세상이 망해도 실물 앨범은 남기 마련이다. 시간만 많다면 인화할 사진만 모두 추려서 사진 인화 주문 서비스에 올리면 되겠지만, 아마 추리는 것 역시 큰 고된 작업이 될 것이 뻔하므로 작은 포토프린터 하나 사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인화해주는 것이 편하다.


#4 유튜브, 브런치

 

 사진은 5중 백업을 마쳤지만, 영상은 아직 나와있지 않다. 작년 여름부터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영상을 그저 보고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평소 개인적인 생각이나, 재밌었던 여행의 추억들은 물론 재미있는 합성짤과 음악을 섞은 영상들도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부모님, 여자 친구, 친구들에게 함께 공유할 여행 영상이 생긴 것도 좋았지만, 영상 중에서 알짜만 만들어 결과물로 만든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백업 포인트였다.


뉴욕 여행 영상 2편을 마지막으로 못 올리고 있지만 이 역시도 시간 날 때마다 만들 것이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사진은 인화하면 되었고, 영상은 유튜브로 발행하면 되는데, 글과 생각은 어떻게 남기는가 라는 고민을 브런치가 해결해주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글이라는 것을 무조건 남겨야만, 20살의 나, 30살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에 남길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남기는 것에 목적을 두게 되었고, 브런치를 통해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브런치의 활동들이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못하게 다음 메인이나 카카오 탭에 뜨는 경우도 있고, 좋은 기회를 맞이하여 내가 평소 즐겨보던 '모비인사이드'를 통해 외부에 더 많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기록하고 남기고 방어하는 방주를 만드는 과정은 정리가 아니라 또 다른 창조의 활동이고, 싸이월드가 폐업하여 사라지는 기억과 기록들을 찾은 과정에서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기억들을 만들어낼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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