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시간이 멈춘 날

by FIPL

유베니스의 아침은 항상 맑고 밝았다.

그날도 햇살은 풍성한 금빛으로 넘쳐 흘렀고, 마을의 중심에 우뚝 선 오래된 시계탑은 가느다란 그림자를 광장 위에 그렸다.

이제 곧 정오. 사람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시계탑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항상 같은 시간이지만, 항상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루키우스는 광장 벤치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 슬쩍 고개를 들었다.

짙은 눈썹 아래 빛나는 눈빛은 호기심과 기대가 어린 듯 흔들렸다.

그 옆에서는 파비우스가 두꺼운 고서를 무릎 위에 펼친 채 안경 너머로 신경질적으로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파비우스의 손가락 끝이 바르르 미세하게 떨렸다.

클라라는 길 건너 과일 가게 앞에서 빨간 사과를 하나 들고는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과를 쥔 손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어딘지 날이 서 있었다.

마르쿠스는 광장 한가운데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시계탑 꼭대기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치 시간마저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광장을 가득 채운 고요 속에서 시계 바늘이 천천히 움직였다.

긴 바늘이 마지막 칸을 향해 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숨을 죽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늘 울려야 할 청아한 종소리가 사라진 채, 시계탑의 바늘들은 멈춘 듯 그대로 머물렀다.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는 혼란과 놀라움이 번졌다.

마치 무대 위 배우가 갑자기 대사를 잊어버린 듯, 마을은 어색한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마르쿠스였다.

그는 불편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하더니 주변을 향해 성급히 말했다.

“누가 시계탑 관리인을 본 사람 있어?”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글쎄, 아우구스투스 씨라면 오늘 아침부터 못 봤는데…”

“오늘 하루 종일 시장에서도 아무 어른들을 못 본 것 같아요.”

그러자 파비우스가 책에서 눈을 떼고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모두 함께 어딘가로 여행을 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을까?”

루키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분히 말했다.

“확인해보자. 걱정부터 하기보다는.”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도 미묘한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 공포와 혼란이 짙어졌다.

그들이 방문한 집집마다 따뜻한 차가 담긴 잔과 빵 조각이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 어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클라라는 한 집 앞에서 굳어져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것 같아.”

광장에 다시 모였을 때, 사람들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눈동자엔 의심과 불안,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르쿠스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혼란스러워하지 마. 어른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야. 우리가 마을을 지킬 수 있어.”

하지만 마르쿠스의 강한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더욱 강한 불안감을 심었다.

그 순간, 시계탑의 긴 바늘이 다시 한번 움직이려다 떨리는 듯 멈추었다. 그것은 마치 고장 난 장난감처럼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계탑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어른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시간이… 사라져버린 건 아닐까.”

그 말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은 듯 몸을 웅크렸다.

그들 위로 구름 하나 없이 맑았던 하늘이 마치 어두운 그림자라도 드리운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날, 유베니스는 그렇게 처음으로 시간을 잃었다.

아무도 생일을 맞지 않았고, 아무도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은 이제 그들이 알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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