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균형을 잃은 탁자

by FIPL

유베니스의 하늘은 얇고 서늘하게 마을 위를 덮고 있었다. 그날 아침, 작은 사건이 광장 한쪽 구석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시장에서 과일을 사다 들고 가던 바구니를 떨어뜨렸고, 과일들은 길 위로 굴러 마구 흩어졌다. 빨간 사과와 주황빛 오렌지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끝을 붙잡았다. 처음엔 작은 소동이었지만, 사람들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놓고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둘 광장 중앙의 커다란 원탁 위에 모였다. 누군가 급히 옮겨다 놓은 이 오래된 원탁은 다리가 불안정해 조금씩 흔들거렸고, 누가 팔꿈치를 얹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그 탁자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탁자 중앙에는 누군가 시장에서 떨어뜨린 빨간 사과 몇 개가 흠집 난 채 놓여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먼저 치우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히려 조심스럽게 사과를 피해 자리를 잡았다. 마치 건드리면 책임을 져야 할 것처럼.

한참을 어색하게 마주보며 침묵하다가 마르쿠스가 먼저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탁자 위에 손을 강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좋아, 일단 이 작은 소동부터 정리해야겠어. 이제 우리가 마을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런 작은 일로 다툴 순 없잖아.”

하지만 그의 팔이 닿자 탁자가 한쪽으로 기우뚱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클라라의 무릎 위로 사과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아, 정말! 이 탁자 좀 어떻게 해봐!” 클라라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를 짜증스럽게 집어 탁자 위로 던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테이블의 불균형을 만든 범인이라도 찾는 듯 예민하게 사람들을 훑었다.

유스티나는 그 모습을 팔짱 낀 채 비딱하게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탁자만 삐걱거리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마르쿠스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다시 차분한 척 말을 이었다. “일단 작은 일부터 해결해야 질서가 잡힌다고. 이렇게 서로 비난만 하면 마을은 유지될 수 없어.”

“질서, 질서, 그놈의 질서! 네가 그 말을 얼마나 반복하는지 알아?” 유스티나가 마르쿠스의 말을 끊으며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탁자 건너편에 앉은 파비우스는 두꺼운 책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급하게 넘기며 중얼거렸다.

“잠깐, 질서라는 말이 나온 김에… 내가 어딘가 책에서 읽었는데, 고대 로마에서도 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클라라는 그가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이마를 짚으며 신음하듯 말했다. “지금 로마 얘기를 왜 꺼내는 건데? 과일 떨어뜨린 게 고대 로마랑 무슨 상관이 있어?”

파비우스는 당황하며 다시 책을 넘겼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내 말의 핵심은 로마가 아니라, 어떤 공동체든 규칙이 없으면…”

유스티나가 지루하다는 듯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그래서 규칙 얘기를 하려던 거야, 로마 얘기를 하려던 거야?”

파비우스는 더욱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고, 책의 페이지는 갈피를 잃고 헝클어졌다. 그는 다시 안경을 벗어 깨끗이 닦으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마르쿠스는 다시 원탁 위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탁자는 또 한번 삐걱거리며 클라라의 무릎 위로 오렌지를 떨어뜨렸다.

“진짜 이 탁자!” 클라라는 벌떡 일어나 오렌지를 힘껏 바닥에 던졌다. 굴러간 오렌지가 발치에 닿자 유스티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네. 그냥 탁자잖아.”

“그냥 탁자?” 클라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탁자에서 우리가 무슨 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있겠어? 난 이 소음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탁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문제야!” 마르쿠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루키우스는 그 모습을 보다 못해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진지했다.

“다들, 잠깐만 진정하면 어떨까? 우리가 처음에 여기 앉은 이유는 과일이 아니라, 어른들이 사라지고 시계탑이 멈춘 이유를 생각해보자고 한 거 아니야?”

그러나 파비우스는 그의 말을 자르며 안경을 다시 급히 썼다. “잠깐, 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도 늦지 않아. 지금 당장은 탁자부터…”

“탁자 얘기 좀 그만해!” 클라라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고, 탁자는 삐걱거리며 더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자 마르쿠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렇게 해선 아무 문제도 해결 못 해! 모두 좀 침착하게, 내 말을 들어봐!”

유스티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네가 무슨 특별한 권한이라도 있어?”

이때부터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이며 웅성거렸다. 하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말이 끼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누구도 제대로 된 말을 듣지 않았다. 원탁 위의 과일들은 점점 더 엉망으로 흩어졌고, 탁자는 더 위태롭게 흔들렸다.

루키우스는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등을 기대어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입을 다문 채 원탁 위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바라봤다. 탁자는 또 삐걱거리며 기울었고, 사람들은 다시 소리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하나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끝없이 미끄러졌다.

그리고 시계탑의 그림자는 어느새 길어져 광장 위로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마을 사람들의 갈등과 불안을 흡수하듯, 탁자와 사람들 모두를 깊숙이 덮으며 침묵 속으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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